한주 잘 보내셨나요?

 

저는 이사온 집의 곰팡이 문제로  우울하고 힘들게 지냈답니다.

집수리 요청하는 과정도 힘들었고, 낮엔 아이와 추운 밖을 떠돌며 식당에서 밥을 사먹고,  잠만 겨우 집에서 잤죠.

씻기도 여의치않아서 햇님군과  대중목욕탕에 가기도 했습니다.

(원래 6세 남아는 여탕에 들어가면 안되는데 말이죠. 눈치가 어찌나 따갑던지 남녀혼탕, 아니 가족탕이 만들어졌음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30년간 살면서 했던 욕의 총량보다 더한 욕을 일주일간 쏟아냈습니다.  사람이 천박해지는건 순간이더라구요.

 

 

그렇게 정신없이 힘든 와중에 빛과 소금이 된 준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햇님군의 유치원 "당첨"이었습니다.

 

 

올해 4월중순, 종암동의 S놀이학교를 그만둔 이후..

햇님군이 다닐만한 유치원을 알아봤으나

이미 학기가 시작되어 여러모로 사정이 여의치 않았지요.

그런 와중에 제가 눈여겨 본 유치원이 있었으니

그곳은 영어교육을 전혀 하지않는 순수 일반 유치원입니다.

영어교육을 전혀 하지 않기때문에 6세까지 잘 다니던 아이가 영어학원(일명 영어유치원)으로 많이 빠진다는 소문이 있었어요.

모집정원을 넘으면 추첨을 하는데, 추첨을 안해도 된다는게 정설인 곳이었습니다.

 

유치원 지원을 위해 미용실에 가서 머리도 깎고, 난생처음 증명사진도 찍은 햇님군.

005.jpg

 

원서 접수하면서 전형료 3만원도 내고, 추첨 당일 유치원에 갔습니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일이란 말입니까.

발 디딜 틈이 없던 이 곳이 내가 알던 그곳이 맞는지..

077.jpg

 

 

어이가 없어서 남편에게 쪼르르 전화를 했어요.

 

"아니, 여기 말이야,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 어이가 없어.

어디 이거 SKY보내는거보다 더 힘든거 아냐? "

 

남편에게 투덜거리고 추첨장소로 이동했습니다.

남아 3명 여아 3명을 추첨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현장에 온 여아 부모님이 딱 3분이어서 여아는 추첨하지 않아도 되었고, 남아접수자는 7명이었습니다.

대략 2대 1이 조금 넘는 경쟁률..

 

떨어지면 어쩌나 순간 머리속이 노래져습니다.  

저는  뽑기운이 전혀 없는지라 햇님군에게 뽑으라고 시켰어요. 한참을 고민하던 햇님군.. 운좋게 합격편지를 뽑았어요!!

순간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선생님과 원감님께 격정의 인사를 하고, 20만원의 입학금을 내고 돌아왔습니다.

아마 떨어졌으면 입학전형료 3만원을 엄청 아까워했을겁니다.

추첨 당일 내야하는 입학금 20만원도 부담스러웠지만 정말 기쁜 마음으로 내고 왔습니다.  

 

 당첨 편지 뽑을때 어땠냐고 햇님군에게 물어보았어요.

 햇님군은 머리가 뱅뱅 도는거 같았다고 하더군요.

햇님군의 말을 듣고나서야 미안했습니다.

만약 낙첨되었더라면 아이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었을까요.

엄마가 못난 짓을 한 것 같았습니다.

 

 

왜 그런지 잘 모르겠습니다.

주변에서 유치원 보내기 난리도 아닙니다.

미친 경쟁률과 한 가구 경제규모에서 따지기엔 과한 유치원비용.

이거 어떻게 설명해야합니까?

 

반값 등록금 투쟁한다고 하지만, 어지간한 대학등록금 우습다싶은게 요즘 유치원비입니다.

방학 한달하면서 한달치 원비도 다 받아갑니다. 방학일때 직장엄마들은 죽어납니다.

 

2012년부터 누리교육과정 지원금으로 만5세는 20만원씩 지원해준다고 하죠?

지원받기 위한 절차가 굉장히 복잡합니다.

 

뉴스를 보니 송파구 유치원들은 유치원비를 딱 20만원씩 올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엄마들이 영어학원 알아본답니다. 유치원비나 영어유치원비나 그다지 차이가 없다구요.

 

 

 

안암동의 모 아파트 30평의 전세가격은 6년사이에 1억원이 올랐습니다.

아이 교육문제를 생각하면 IN 서울해야할거 같은데, 경제형편은 6년 1억모으기가 쉽지않으니 어찌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유치원보내기도 막강 경쟁률에 추첨운이 붙어야하구요.

 

도대체 대한민국 2-30대 부모들은 어찌 살아야합니까?  

 

 

곰팡이 아파트로의 이사. 유치원 당첨의 기쁨..

힘든 시간속에서의 제 푸념들..

그런데 말이죠.

이런 저의 푸념도 그나마 있는 자의 푸념이라는게 정말 슬픕니다.

 

 

 

  iPhone_2.jpg

제가 이사온 전세가 2억 3천짜리 아파트의 한 수납장속 모습입니다.

 

곰팡이가 어마어마하죠?

집을 보러 왔을땐 가구에 가려져서 잘 보지 못했어요.

 

집수리해달라고 생난리를 일주일을 떨었습니다.

그나마 보장받은 수리의 내용이란 저 벽을 페인트칠하기, 저곳이 속한 방의 벽지 도배입니다.

단열 시공이나 곰팡이 원천 제거를 한게 아니니, 앞으로 2년동안 곰팡이와 사투를 벌여야합니다.

앞으로 2년동안 저는 어떻게 살까요?

미친듯이 돈을 모을까요? 미친듯이 아이교육에 올인할까요?

어떤 모양새로 살아가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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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희
대학에서 국문학을,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이 시대의 평범한 30대 엄마. 베이스의 낮은 소리를 좋아하는 베이스맘은 2010년부터 일렉베이스를 배우고 있다. 아이 교육에 있어서도 기본적인 것부터 챙겨 나가는 게 옳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아이 교육 이전에 나(엄마)부터 행복해야 한다고 믿으며, 엄마이기 이전의 삶을 반성하고 성찰하면서 행복을 찾고 있는 중이다. 엄마와 아이가 조화로운 삶을 살면서 행복을 찾는 방법이 무엇인지 탐구하면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베이스맘의 베이스육아’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이메일 : hasikicharu@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bass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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