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 위험해야 안전하다. 20151005 발제자 김미령
“오빠가 좋아하는 놀이터 여기 있어. 여기 봐봐.”
예흔이가 잠깐 다른 것을 보고 있던 준환이를 부르며 이야기한다.
지난 주말에 아침에 일어나서 편해문 선생님의 책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사진이 많아서 사진보는 재미가 크다. 우리 아이들이 요즘 한창 놀고 있는 놀이터 사진이기에, 우리 근처에서 볼 수 있는 놀이터 모습과는 많이 달라서 더 재미있게 보는가 싶다.
주말에 보여줄 때는 책을 읽지 않은 터라 사진을 보며 어느 나라 어떤 놀이터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예흔이가 준환이에게 오빠가 좋아하는 놀이터라고 자신있게 보여준 사진은 다름아닌 귄터씨가 뒷산에 20년 동안 가꾼 놀이터였다. 지금 준환이 또래의 아이들이 아파트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을 몇 달 관찰한 결과 지금 아홉 살 아이들이 놀고 싶어하는 그런 곳 이였다. 놀이기구가 없었으며 뒷산에 자연그대로를 살린 곳이였고 탐험과 모험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p.98
책을 읽다 보니 지금 2015년 우리 둘레에 있는 놀이터는 놀이터로 볼 수 없는 놀이터 3가지를 다 갖고 있다. p.112
-땅의 기운이 올라 올 수 없게 탄성 포장이나 매트로 바닥을 덮어 버린 ‘죽은놀이터’
-다른 놀이터를 베껴 오거나 기성 제품을 조립해 놓은 ‘영혼없는 놀이터’
-놀이터 이름만 생태적이고 내용은 모두 화학적 소재의 놀이 기구로 채워진 ‘거짓말 놀이터’
영국은 국가차원에서 교육 기회와 교육 공간과 더불어 아이들에게 놀이 공간과 놀이 기회도 주어야 한다는 놀이정책을 펴고 있다.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장기로드맵이 마련되어 있단다.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아이와 놀이와 놀이터 연구가 매우 빈곤한 상태에서 놀이터 붐이 일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나 또한 이 부분에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p.108
놀이터라는 공간에 고민에 앞서 놀이터에 아이들이 올 수 있는 시간과 그곳에 갈 수 있는 아이와 보내는 부모인 사람의 문제를 오래도록 살핀 다음, 놀이터 공간에 대한 고민으로 나가야 한다. p.107
놀이터를 이런 구조로 만들었다는 것은 한국 사회가 아이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했다. p.93
놀이터란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에 대한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p.93
어른들은 그러나 여전히 아이들에게 이거 해라 저거 하지 마라 하면서 아이들을 작은 사람 취급한다고 했다. 그러면 아이들은 작은 사람이 돼 버린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쓸 수 있는 시간과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주라고 했다. p.94
놀이터 책을 읽으면서 내 아이를 생각했다. 난 얼마나 우리 아이들을 진정성 있게 바라보고 있는가? 어린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아이들에게 했던 무시무시한 말들, 행동들, 눈빛들. 안다고 실천되지 않는 그 무서운 몸에 밴 몸짓들이 내 안에 아직도 작동되고 있었고 그것이 나를 누르고 있었다.
그중에서 내가 제일 걱정하는 부분은 그런 스포츠 활동을 통해 지도자의 말을 듣는 다시 말해 지시를 따르는 습관이 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스포츠 활동을 권하는 부모의 태도이다. p.91
준환이가 일곱 살 때 초등학교 큰 아이를 보내는 유치원 친구 엄마가 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태권도만 보내고 있는 엄마인 나에게 준환이가 초등학교 가서 친구들과 어울리고 선생님의 지시도 따르고 하려면 작은 소규모그룹으로 하는 수업에 넣으라는 이야기이다. 그때 그런 이야기를 듣고 한동안 고민에 빠졌다. 그 선배엄마이자 준환이친구 엄마가 말해준 이야기가 맞는 건 아닐까? 내가 너무 그동안 프로그램화 된 체계속으로 준환이를 넣지 않아서 문제가 생기는 걸까?
놀이터가 지루하게 만들어지면 사고가 일어날 위험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왜냐하면 놀이터나 놀이 기구가 재미없고 흥미가 없어지면 아이들은 본디 용도와 기능에 맞지 않는 방법으로 놀이터와 놀이 기구를 쓰려는 강력한 유혹에 빠지기 때문이다. p.247
어제 놀이터에 나가보니 3명의 아이들이 막아져 있는 미끄럼틀 꼭대기에 올라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준환이 이름이 나오는 것이다. 준환이가 몇일전부터 미끄럼틀 꼭대기에서 뛰는 것을 본 친구들이다. 준환이가 이 높은 데서 뛰었는데 너는 할 수 있냐 없냐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도 그곳에서 뛰었을 때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곳에서 뛰는 것은 위험하다며 이런 저런 설명을 했다. 겁도 없는지 친구들과 어울려 그곳을 몇 번 뛰었다. 그리고 뛴 아이들은 스스로 자랑스러워 했다. 그곳에 올라가지 마세요 써있는데도 올라갔으며 뛰지 마세요 말은 없었지만 아이들은 그 높은 데서 뛰고 있다. 미끄럼틀이 암벽이 되고 있으며 미끄럼틀이 절벽이 되어 버린 것이다. 우리 아들은 모험놀이터가 필요한데, 아파트 놀이터는 정말 더 위험한 놀이터가 되어가고 있다. 초등학교 남자아이들이 신나게 흥미진진하게 놀 수 있는 마당은 어디 있을까?
놀이터의 놀이기구는 아이들을 개별화 하지만 마당과 공터는 함께 어울려 노는 놀이를 북돋는다. p.270
요즘 놀이터에 나가면 역시 준환이랑 같은 반 친구들이 많이 모인다. 그도 그럴 것이 5월부터 같은 반 친구들이 한 두명씩 모이는 걸 알고 준환이도 나가서 놀게 되었고, 그러면서 그 아파트 주변에 사는 2학년들이 하나둘씩 모여서 놀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그네와 미끄럼틀을 이용해서 개별적으로 논다. 서로 인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지만 함께하는 놀이는 아니다. 그러다가 그네를 타면서 둘이서 타고 빙글빙글 돌리면서 바이킹도 태어주면서 그네로 5명이상 모이게 된다. 그러면서 얼음땡 할래? 지탈할래? 뭐하고 놀까? 물어보면서 얼음땡 할 사람, 숨바꼭질 할사람 여기여기 붙어라..를 한사람이 외친다. 그러면 놀이터에 있던 일학년들도 한두명씩 모인다. 편을 나누고 함께 어울려 놀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럴 땐 미끄럼틀 주변에서 놀이를 한다. 미끄럼틀 계단과 암벽, 봉, 미끄럼이 놀이의 한 배경이 된다. 그곳에서 뛰면서 친구들도 잡고, 숨기도 한다.
놀이터에서 놀이기구는 아이가 어릴수록 필요한 거 같다. 함께하는 놀이가 아직은 부족하므로 부모들이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그네도 밀어주고 시소도 타면서 아이들과 놀고 부모들은 다른 주변의 부모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이제 초등학생인 아들의 놀이를 보면서 어릴 때 놀고 봐왔던 놀이기구가 그대로이고 더 확장된 것이 없으니 내가 봐도 심심하고 재미가 없다.
놀이터(공간)에 대한 고민과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놀이터에 나와서 놀 수 있을지(시간과 마음)에 대한 고민을 전국의 어른들이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길 바란다. 관심 있는, 이런 분야에 마음을 두고 있는 자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만의 색깔이 담긴 우리나라 놀이터, 그리고 놀이터는 아이들이 완성한다고 하는 말이 가장 와 닿는다. 아이들이 찾고 또 찾고 싶어 하는 놀이터, 그곳에서 친구를 만나고 나를 만날 수 있게 그런 공간, 틈을 주자.
뒷이야기...
이 책 받고 베이비트리 책읽는부모 하게 된 거 너무 감사해 했어요.
이 책을 받다니, 이 책을 받고 너무 놀랐지요.
작년에 같은 학교 엄마와 서울시 이웃만들기 사업으로 이웃만들기를 했을 때 놀이터에서 놀자라는 프로그램으로 학교근처 놀이터에서 놀이모임을 시작했거든요. 그 때 편해문 선생님을 초청해서 강의도 들었어요.. 세바시에서 처음 듣고 두번째 강의였는데, 말씀하나하나가 너무 마음에 남아서 놀이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죠. 서울시 지원사업때문이기도 했고요.
이 책에는 저희 모임도 소개가 되요.. 사당동 극동아파트 놀이터.. ㅎㅎ
현재 산별아에도 참여중이고요.
편해문선생님이 어릴 적 살았던 사당동에서 제가 살고 있고,
저도 이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네요.
지금은 아파트로 다 채워져 있고, 얼마 안되는 주택마져도 아파트 짓는다고 부수고 있고,
저희 친정집 바로 옆은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는 동네랍니다.
글쓰는 재주는 없는데,
책읽는 부모가 좋아서 이렇게 주절주절 늘어놓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더 많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