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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스트레스, 나만의 해소법으로 이겨내볼까

양선아 2015. 09. 25
조회수 10369 추천수 0

추석.jpg » 한 조사에서 추석 때 여성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텔레비전만 보는 남편이라는 답이 나왔다.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경남 통영에 사는 이윤정(40·가명)씨는 다가오는 추석을 앞두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결혼 전 남편 집안이 종갓집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둘째 아들인만큼 괜찮으려니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결혼해보니 종갓집에서의 명절 가사 노동은 만만치 않았다. 시어머니는 추석 이틀 전부터 며느리들을 불러 모아 장을 보고 대가족 손님을 맞을 채비를 했다. 시댁 근처에 사는 이씨는 꼼짝없이 불려가 엄청난 양의 음식들을 장만해야했다. 이씨는“며칠에 걸쳐 음식 장만하고 손님 대접하는 것도 힘든데, 한복까지 차려입고 고생을 한다”며 “명절만 다가오면 소화도 안되고 가슴 속에서 화가 치밀어오르고 몸 여기저기가 아프다”고 말했다.
 
민족 대명절 추석이 다가오지만, 명절만 생각하면 스트레스 지수가 치솟는 여성들이 많다. 웰튼병원이 지난 16일에서 19일까지 ‘대상에프엔에프(FNF) 종가집’블로그를 통해 820명의 주부를 대상으로‘명절 증후군’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주부 10명 중 9명이 ‘추석 명절에 정신적, 육체적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53%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30%는 무릎과 어깨, 허리 등의 통증을 경험했다.

 

연령대에 따라 명절에 느끼는 부담감도 달랐다. 20~30대 주부의 71%는 정신적 스트레스, 40대 이상 주부의 80%는 관절 통증을 호소했다. 젊은 주부들은 시댁 스트레스 등 감정 노동으로 인한 후유증이 큰 반면, 40대 이상은 음식 준비와 손님 접대 등 가사 노동에 따른 육체적 피로도가 높았다.

 

가사 노동의 강도 차이도 평소보다 명절 때 높았다. 주부 10명 중 8명이 명절 때 가사 노동이 평소보다 더 힘들다고 했고, 절반 가까이는 두 배 이상 힘들다고 했다. 응답자의 과반수는 차례 음식 준비와 반복적인 상차림, 설거지 등 음식 준비와 손님 접대가 가장 힘들다고 했고, 경제적 부담, 장거리 이동 등이 뒤를 이었다.

 

이렇게 정신적·육체적 부담을 느끼는 여성들은 어떻게 스트레스를 해소할까? 의외로 주부 10명 중 6명 이상은 명절 증후군을 극복할 마땅한 해소법이 없어‘그냥 쉰다’고 답했다. ‘병원을 찾는다’는 주부는 7%, ‘별다른 극복법이 없다’고 답한 주부도 13%에 달했다. 
 
해마다 반복되는 ‘명절 스트레스’가 사라지려면, 음식 장만을 간소화하는 등 명절 문화가 바뀌고 가족 모두가  가사 노동을 분담하는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 또 “수고가 많다”“감사하다”“고맙다”라는 덕담을 주고받고, 서로를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말을 피하면 좀 더 즐겁고 유쾌한 명절을 만들어갈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조금씩 더 나은 명절 문화를 만들어가는 집안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과거 관습대로 명절을 보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새로운 명절 문화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따라서 ‘명절 스트레스’를 피해갈 수 없다면, 스트레스를 적극적으로 해소하려는 개인의 의지 또한 중요하다.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기독교 상담복지학과 교수는 “핵가족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명절은 전쟁터에 나가는 것과 같은 에너지를 요구한다”며 “다른 사람이 위로를 해주고 공감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만의 해법을 갖고 있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만약 명절 기간 받은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제대로 해소하지 않는다면 “나는 희생자”“나는 피해자”라는 생각으로 우울증을 겪을 수 있고, 배우자나 시댁에 대한 분노가 부부 싸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또 괜히 자녀에게 분노의 감정을 쏟아내 가족 관계를 망가뜨릴 수도 있다. 이 교수는 “실제로 올해 설 직후 부부의 이혼률이 전달에 비해 30% 이상 급증한 것처럼 통상적으로 명절 이후 이혼 상담이 증가한다”며 “명절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지 못한 부부에게는 명절 기간이 부부 관계에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03033398_P_0 (1).jpg » 추석 때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가벼운 산책에 나서보자.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한겨레> 육아웹진 ‘베이비트리’(http://babytree.hani.co.kr)는 따라서 다수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자신만의 명절 스트레스 해소법을 물었다. 작은 것이라도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명절에 대한 부담도 덜했다. 다른 사람들의 명절 스트레스 극복법을 참고해서 아주 작은 것이라도 자신의 생활에 맞게 실천해보자. 
 
서울 구로구에 사는 박정은(42)씨는 명절이 지나면 항상 찜질방을 찾는다. 박씨는 “전 부치고 손님 대접하면 허리도 아프고 온 몸이 뻐근해진다”며 “올해에도 추석이 끝나면 친구들과 함께 찜질방을 가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상당수 여성들은 명절 이후 목욕탕이나 찜질방에 가서 따뜻한 물에 온 몸을 담그거나 찜질을 하면서 뭉친 근육을 풀거나, 마사지를 받는 것을 즐긴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조윤정(41)씨는 명절 때 시댁에 가서 받은 스트레스를 친정에서 푼다. 조씨 집안에서는 음식 장만을 많이 하지 않아 가사 노동 부담은 적은 편이지만, 명절 기간동안 시댁에서 시댁 어른들의 눈치를 보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스트레스다. 조씨는 “친정 식구들과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잠깐 외출을 해서 영화를 보거나 친구들을 만나고 오면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며 “남편도 그 시간만은 존중해준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서구에 사는 홍수아(48)씨는 실컷 잠을 자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홍씨는 명절이 끝난 이튿날에는 가족 모두에게 명절 때 싸온 음식으로 각자 식사를 챙겨 먹도록 하고 실컷 늦잠을 잔다. 홍씨는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를 받은 만큼 잠을 충분히 자고 잠깐이라도 ‘엄마 역할’‘주부 역할’에서 벗어나면 스트레스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장아름(41)씨는 명절이 끝나면 자신만을 위한 쇼핑을 한다. 평소 사고 싶었으나 미뤘던 쇼핑 목록 가운데 하나를 골라 산다. 장씨는 “남편에게 당당하게 나를 위한 선물을 사겠다고 말하고 물건을 산다”며 “작은 물건이라도 나를 위한 선물을 사고나면 보상받는 기분이 들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말했다.

 

02700263_20050916.jpg » 추석빔과 먹거리가 풍성한 한가위를 손꼽아 기다리는 명절이 되려면 가족들이 서로를 세심하게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서울 서초구에 사는 박명희(41)씨는 명절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산책을 꼽았다.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박씨는 장거리 여행을 가야한다거나 하는 부담은 없다. 차례상도 간단하게 차려 명절 스트레스는 덜한 편이다. 다만 2년 전 임신으로 인해 만삭 상태였을 때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느꼈다. 만삭인 몸때문인지 자꾸 누워있고 싶었지만, 괜히 어른들 눈치가 보여 쉴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명절 기간 틈틈이 밖에 나가 동네 한 바퀴를 산책했다”며 “아주 간단한 방법이지만 큰 효과를 봤다”고 전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민지(45)씨는 명절 마지막 날에는 남편과 아들·자신 세 식구만 근거리 여행 다녀온다. 명절 기간 시댁에서 전 부치고 송편 빚느라 힘든 김씨는 무조건 명절 마지막 날에는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쪽으로 여행을 다녀오기로 남편과 합의했다. 김씨는 “평소 직장 다니고 아이 키우느라 여행도 자주 다니지 못하는데 명절 마지막 날에 근거리 여행이라도 다녀오면 한결 숨통이 트인다”며 “조금 힘들더라도 마지막 날 보상이 있기 때문에 덜 스트레스 받고 지내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윤지혜(38)씨는 스포츠 경기 관람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야구를 좋아하는 윤씨는 “야구장에 가면 시야가 확 트여 스트레스가 풀린다”며 “맥주도 먹고 치킨도 먹으며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면 명절 스트레스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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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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