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보령 삽시도의 진너머해변 옆 바위자락에서 바라본 해넘이. 앞 섬이 멍데기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충남 보령 삽시도의 진너머해변 옆 바위자락에서 바라본 해넘이. 앞 섬이 멍데기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매거진 esc] 여행
충남 보령시 앞바다 삽시도 여행…제철 해산물에 체험거리·볼거리 풍성
덥고 붐비고 비싸고 짜증나고…. 한여름 휴가철 섬 여행은 대개 고생길이다. 섬 주민들조차 7~8월 피서객들을 보고 “참 안쓰럽다”고들 한다. 충남 보령시 앞바다의 섬 삽시도 강동철 이장 말도 그렇다. “아, 왜들 여름에만 한꺼번에 몰려와서들 볶아친디야, 좋은 철 다 냅두구서. 7월 중순~8월 중순은 1년 중 제일로 재미없고 짜증나는 때여.” 한여름에 휴가를 낼 수밖에 없는 이들이 많고, 자녀 동반 가족여행은 방학중이어야 하니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이장 말에 일리가 있다. “한여름엔 뙤약볕 속에서 물놀이밖에 더 하나. 우리 섬에 봄·가을에 와보면 알어. 일단 날씨가 좋지, 해산물 많이 나오지, 체험거리 많지, 먹을 거 많지, 그러니 인심도 좋지….” 보령 대천항에서 여객선으로 40분(직항편) 거리. 삽시도가 왜 가을에 놀고 먹고 쉬기 좋은 섬인지 알아보고 왔다.

울창한 숲길 따라 옛 지명 새기며 걷고 쉬고

술뚱(풀등)·붕긋댕이(봉긋한 언덕)·물망댕이(물 솟는 곳)·장새미골(긴샘골)·갱할미바위(바닷가 할미바위)·진구렁(긴 고랑)….

“우리 섬처럼 순우리말 지명이 많이 남아 있는 곳도 드물 거요.” 섬 구석구석의 옛 땅이름에 밝은 주민 김영도(57)씨의 말마따나, 삽시도는 정겨운 옛 이름으로 가득한 섬이다. 관광지도를 펴 보면, 섬 지형이 활에 화살을 건(먹인) 모습이라 해서 붙은 섬 이름 ‘삽시도’(揷矢島)를 빼고는, 보이는 게 거의 다 순우리말 지명이다. “딴게 아녀. 그만큼 섬이 순수하고 오염이 덜 됐다는겨.” 삽시도 서남쪽 해안과 동쪽 일부 해안에 조성된 총 5㎞ 남짓 길이의 ‘둘레길’(섬 전체를 한바퀴 도는 길은 아니다)을 탐방하는 일은, 그래서 김씨 주장처럼 옛 지명과 거기 얽힌 이야기를 따라 걷는 일이기도 하다.

탐방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코스는 진너머해변에서 출발해, 섬 서남쪽 해안을 따라 숲길을 걸으며 밤톨 모양의 작은 섬 멍데기를 감상하고, 딸린 섬 면삽지도 구경한 뒤 물망터(물망댕이)와 금솔 거쳐 수루미해변으로 내려서는 약 3.3㎞ 구간이다. 한나절이면 왕복하며 쉬엄쉬엄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해안으로 내려서는 가파른 나무계단길을 제외하면 전체 코스는 완만한 편이다.

삽시도 해식동굴 안에서 내다본 면삽지.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삽시도 해식동굴 안에서 내다본 면삽지.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출발은 시멘트길이지만, 숲 속으로 들어가면 흙길로 바뀐다. 소나무와 참나무류로 덮인 울창한 오솔길은 오른쪽에 바다를 두고 이어진다. 멍데기와 면삽지 등이 바라다보이는 예당너머전망대(옛 당집 너머 쪽의 전망대) 지나 나무계단길(약 250계단)을 따라 해안으로 내려서면 면삽지에 이른다. 면삽지는 밀물 땐 섬이지만, 썰물 땐 모래언덕으로 삽시도와 이어진다. 삽시도에 포함되는 걸 ‘면했다’ 해서 면삽지로 불린다. 물이 빠지는 시간대에 이곳을 찾으면, 주변에 깔리고 솟은 각양각색의 바위 무리와 바위절벽 곳곳에 뚫린 작은 해식동굴들을 감상할 수 있다. 모래언덕 옆 바위굴 안엔 바위틈에서 흘러나와 고인 작은 샘도 있다. 하지만 수량이 너무 적어 떠 마시기엔 부적합해 보인다. 주민들이 자랑하는 샘터는, 다시 한동안 숲길을 오르내리다 해안으로 내려서면 나타나는 물망터다. 역시 밀물 땐 바닷물에 잠겼다가, 물이 빠지면 드러나는 바위샘이다.

“그게 진짜 샘이여. 옛날엔 그 물을 길어다 먹고 살았어.”(김영도씨)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른 적이 없다는 샘이다. 칠월칠석에 여인네들이 이 물을 받아 마시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날 물망터 샘물을 마신 여성들은 무병장수했다고 한다. 황금곰솔로 불리는 소나무는 솔잎이 사철 누런빛을 띠는 희귀종이다. 솔방울을 달지 않아 대를 이을 수 없는 돌연변이 종이라고 한다. 수루미해변 초입엔 금송사란 작은 개인 암자가 있었으나 최근 철거됐다. 돌아올 땐 같은 코스로 되돌아와도 되지만, 시멘트로 포장된 섬 안쪽 차도를 따라 돌아올 수도 있다.

술뚱·거멀너머·붕긋댕이·물망댕이…
순우리말 땅이름으로 덮인 섬
해안 숲길 따라 산책 즐긴 뒤
모래해변서 바지락·돌게 잡기에 푹
해 지면 주민들과 후릿그물 체험
우럭·광어 낚시 포인트도 지천

완만한 해변에서 조개잡이, 밤엔 후릿그물 체험

삽시도가 화살을 걸고 시위를 당긴 활처럼 보이는 건, 마름모꼴 섬의 모서리와 모서리 사이에 자리잡은 완만한 모래해변 때문이다. 수루미·진너머·거멀너머·밤섬해변에다 규모 작은 물망터해변 등을 포함하면 섬의 모래해변은 대여섯 곳에 이른다. 그러나 밤섬·수루미해변 등은 일부 뻘흙이나 자갈이 섞여 있어 여름 물놀이객들이 많이 찾는 곳은 진너머해변과 거멀너머해변이다. 두 곳은 모두 경사가 매우 완만하고 모래가 고운데다 경관까지 아름답다.

진너머해변에서 바지락·맛 채취에 빠진 한 쌍.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진너머해변에서 바지락·맛 채취에 빠진 한 쌍.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어느 해변이든 바지락·맛·돌게 등을 잡을 수 있다. 물 빠지는 시간을 골라 모래밭에 앉아 온가족이 해산물 채취 체험에 빠져볼 만하다. 모래해변 좌우엔 바위 무리가 깔려 있는데, 이곳에 우럭·광어·놀래미 낚시 포인트가 널려 있다. 진너머·거멀너머해변은 서쪽을 향해 있어, 물기 품은 모래해변과 바다를 온통 붉게 물들이며 잦아드는 해넘이를 감상할 수 있다.

꽃게·광어·도다리 등 삽시도 해안의 풍성한 가을 해산물을 주민과 함께 직접 그물로 잡아볼 수도 있다. 물이 많이 빠지는, 음력 보름과 말께 각각 이삼일씩 밤에 이뤄지는 후릿그물 어획 체험에 참가하면 된다. 긴 그물 양쪽을 여럿이 나눠 잡고 얕은 바닷물 속에 들어가 그물을 펼친 뒤, 물가로 끌고 나와 그 안에 든 물고기를 잡는 전통 방식의 어로작업이다.

보름달이 환하게 떠 잔물살을 비추던 지난 8월28일(음력 보름) 저녁 8시, 섬 남쪽 수루미해변에서 주민과 일부 피서객이 참가한 가운데 후릿그물 고기잡이가 벌어졌다. 길이 40여m, 폭 2m가량의 긴 그물 양쪽 끝을 각각 주민 서너명씩이 잡고, 가슴께까지 물에 잠길 때까지 밤바다를 걸어들어가 해안과 나란히 펼치더니, 천천히 물가로 끌고 나오기 시작했다.

후릿그물로 잡은 광어를 들어 보이는 주민.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후릿그물로 잡은 광어를 들어 보이는 주민.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우와, 꽃게들 좀 봐. 엄청 큰 광어도 있네!” 고기 담을 통과 수레를 대기시켜 놓고 기다리던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탄성을 터뜨렸다. 바닥을 훑고 나온 그물엔 꽃게가 압도적으로 많아 꽃게철이 시작됐음을 알려주었고, 광어·도다리·학꽁치 등도 눈에 띄었다. 1시간30분 동안 벌인 다섯번의 후리질로 손수레의 통들은 어획물로 가득 찼다. “꽃게만 한 30㎏는 넘겠네.” “요건 암것도 아녀. 저번엔 한번 그물질로 저만큼 잡았으니까.”

후리질에 참가했던 한 주민은 “대여섯번 후리질을 하고 나면, 다음날 온몸이 쑤실 정도로 힘이 드는 작업”이라고 했다. 이번엔 주민 위주로 작업을 했지만, 주말에 할 경우 관광객들이 대거 함께 참가해 그물을 끌어내므로 힘이 덜 든다고 한다. 참가자들은 진너머해변의 한 펜션에 모여 꽃게찜, 광어회, 꽃게라면 등 잡은 해산물 요리를 들며 밤늦도록 정담을 나눴다. 강동철 삽시도 이장은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잡고 함께 요리해 먹으며 어울리는 게 삽시도 후릿그물 체험의 핵심”이라고 자랑했다.

후릿그물엔 꽃게가 많이 걸려 나왔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후릿그물엔 꽃게가 많이 걸려 나왔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후릿그물 고기잡이는 바닷물 속에 들어가서 해야 하므로 9월 말까지만 가능하다. 하지만 10월 이후라도 일부 주민들은 고무옷을 입고 들어가 작업하기도 한다. 후릿그물 체험에 참가하려면 이장 등에게 미리 연락해 물때와 날씨 등을 확인해봐야 한다.

삽시도 여행 때 알아둘 점. 대천항 여객선터미널에선 당일권 승선표만 팔 뿐, 왕복권을 팔지 않는다. 특히 차를 갖고 갈 경우, 섬에서 나올 때 배에 실을 수 있는 차량 수가 제한(40대 중 삽시도 할당 25대)되므로 다음 배편을 타거나 하루를 더 묵어야 하는 등 큰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일요일이면 삽시도 매표소에서 대천항 표를 사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야 할 때가 많다. 관광객뿐 아니라 주민들도 불만이 많다. “틈만 나면 배편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관광객이 원하는 시간에 섬에서 나갈 수 있게 왕복권을 판매하라고 선사 쪽에 요구해도 꿩 구워먹은 소식”이기 때문이다.

삽시도(보령)/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보령 여행 정보

보령 삽시도 여행 지도
보령 삽시도 여행 지도
가는 길
 수도권에서 서해안고속도로 타고 내려가 대천나들목에서 나가 대천항 여객선터미널로 간다. 7시30분(삽시도 직항 40분 소요), 13시, 16시(이상 장고도·고대도 경유 1시간30분 소요) 하루 3회 삽시도행 여객선을 운항한다. 어른 1인 편도 9900원, 어린이 4700원, 승용차 편도 2만7000원. 삽시도엔 선착장이 두 곳(윗마을·밤섬) 있고, 물때에 따라 입·출항지가 달라진다.

먹을 곳·묵을 곳 삽시도 술뚱과 진너머에 동백하우스 펜션·식당(진너머해변) 등 식당이 3~4곳 있다. 동백하우스식당의 경우 우럭·광어 등 제철회와 매운탕, 바지락탕·칼국수·백반 등을 먹을 수 있다. 반찬을 뷔페식으로 낸다. 일부 펜션·민박들에서도 요청하면 식사를 할 수 있다. 삽시도엔 환상의바다·동백하우스 등 펜션·민박집이 40여곳 있다. 비수기 평일 8만~10만원.

여행 문의 삽시도 이장 010-5422-3738, 보령시 관광안내소 (041)932-2023, 보령시청 관광과 (041)930-3520, 대천항~삽시도 신한해운 (041)934-8772~4.

(*위 내용은 2015년 9월 2일 인터넷한겨레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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