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이가 흔들리면 마음이 흔들린다?!

이정희 2015. 08. 06
조회수 5314 추천수 1

01286468_P_0.JPG » 한겨레 자료 사진.


"어쩌자고 아이를 넷이나 낳았는지! 
자식 키워봐야 철든다는 옛말의 속뜻을 어렴풋이 알 것 같아요. 큰 딸인 제 눈에 친정 엄마가 슈퍼우먼 역할을 해내시면서 겪었던 아픔을 생생하게 기억해요. 직장맘의 아이라서 겪었던 제 설움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아서, 저는 결혼 후 큰 아이 출산과 함께 과감하게 직장일을 접었어요. 전업 주부를 자청하여 양육에 전념했건만, 최근 몇 달 전부터 한숨이 터져 나오는 나날입니다.  
막 세돌 지난 아들 민준, 초등 입학한 셋째 딸 현이(만7세), 3학년 둘째 딸 현미(만9세), 그리고 중학생이 된 큰 딸 현승(만12세). 네 아이가 저희 가족 드라마의 주인공들입니다. 그런데 두 달 전부터 모두가 공교롭게도 치아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습니다. 치과 방문이 거의 주중 행사입니다. 아들은 유치 어금니가 나는 중인데, 가끔 열감 때문에 징징거립니다. 게다가 몇 주 전에는 놀다가 넘어져 윗니가 쪼개져 치료 중입니다. 셋째 딸은 앞니 3개가 빠졌고, 둘째 딸은 송곳니 다음 치아가 덧니처럼 비뚤어 나오고, 큰딸은 안쪽 어금니가 나오는 중인데 가끔 아프다고 해서 치과를 출입 중입니다.
 이렇게 아이들 마다 치아 때문에 칭얼대고, 주말에는 서로 엉켜 노느라고 집안 분위기는 거의 전쟁터 수준입니다. 제각기 다른 목소리, 명랑 쾌활한 웃음소리 뿐 아니라 투정과 짜증소리, 다툼 후에 이어지는 통곡 소리조차 태연하게 받아들이는 날은 제 스스로 육아의 달인이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어느 때는 무질서한 아이들 제압을 위해 제 자신이 깜짝 놀랄 정도로 큰 고함을 지릅니다. 이처럼 순간적 감정 조절을 제대로 못하고 ‘언어폭력’을 발휘한 날은 팔자타령이 저절로 나온답니다. 아이들이 정서 불안이나 공격성을 보이면 치료실을 데려가듯이, 엄마들의 언어 절제를 돕는 '심리안정 대증요법'은 없을까요?"


외동아 또는 두 자녀의 가정보다 이렇게 다자녀의 가족 구성은 성장기 아이들에서 매우 바람직한 환경입니다. 그러나 세 네 살 터울로 아이들 넷을 뒷받침하는 주 양육자는 무엇보다 생활 속 '드라마'를 총괄하기에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하지만, 그 바람 덕분에 아이들은 서로 어울려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승이 집에 이따금 고함 소리를 울려 퍼지게 하는 진짜 요인은 무엇일까요? 엄마의 심리 불안정이 문제일까요?    
 
다자녀 집안의 '드라마' 연출을 노련하게 수행하려면, 주 양육자 입장에서 무엇 보다 생활 속의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한 첫 번째 발걸음은 자녀 발달에 대한 포괄적 이해입니다. 이것은 어떤 이론적 접근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 자녀에 대한 세심한 관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현재 현승이네는 아이 넷 모두가 치아의 상태 변화를 집중적으로 겪고 있습니다. 어쩌면 저마다 '큰 일'을 치루는 중입니다. "치아의 흔들림 - 그것이 마음을 흔든다"는 책 제목이 있듯이, 아이들은 자신의 신체 변화에 따른 심리 증상들을 엄마에게 매일 다르게 표출하고 있음에 분명합니다. [발도르프교육학자 키일-힌드릭센과 치과의사 크비스케의 공동 집필서 M. Kiel-Hindrichsen / R. Kviske, Wackeln die Zaehne - wackelt die Seele, 2013 (Stuttgart)]. 
 
요건대 세 돌 지나서 5번째 유치어금니가 나오는 민준이는 소위 '반항기'의 심리 발달 과정에 있기 때문에 어린 고집쟁이로서 "아니야, 싫어, 안 해!"를 즐겨 사용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셋째 딸은 유치갈이와 함께 학교생활을 새롭게 시작하여 심리적으로 특히 어려운 시기입니다. 이때 '미운 짓'들을 골라 하는 이유는 아이가 내면의 "얇은 피부 막"을 만드는 과정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막을 통해 아이는 자신의 내면과 바깥세상을 구분하기 시작합니다.  
 
둘째 딸 (만9~10살)의 경우 송곳니와 그 주변의 앞어금니가 빠질 때, 아이들은 심리적 위기를 느끼며 주변을 다르게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즉, 송곳니의 날카로움이 말해주듯이 주변어른들 중 특히 엄마와 교사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큰 딸의 나이, 만12살 전후는 사춘기의 전야제를 치루며. 사랑니를 제외하고 영구치 어금니가 거의 자리를 잡는 시기입니다. 즉, 어금니가 살며시 올라오는 것처럼, 아이의 감정은 늘 흔들대면서 사춘기에 맞이하게 될 자의식의 탄생을 준비하는 아픔을 겪는 중입니다. 이런 느낌들을 아이는 자신도 모르게 가장 친밀한 엄마에게 쏟아내는 것입니다.   

이 처럼 커가는 아이들의 치열은 그 속에 내적-정신적 성숙 발달을 반영합니다. 부모가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아이의 내적 성장의 단계를 읽어낼 수 있다면, 자신의 감정 조절을 위한 귀중한 열쇠를 마련한 셈입니다.   


Q. 8년차 교사입니다. 주로 5-6학년을 맡아오다가 올해 3학년으로 내려왔는데, 아이들이 참 귀엽습니다. 점심 먹다가 어금니가 더 흔들리게 되었다고 담임에게 보고하는 아이들도 자주 있어요. 그런데 눈에 두드러지는 것이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겪는 운동부족이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자세 불량인 아이들이 많아요. 첫째 수업 시간부터 책상 위에 턱을 괴고, 구부정하게 앉아있습니다. 심지어 왼쪽 손으로 걸상 등받이를 잡고 허리를 받쳐 앉는 아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눈에 뜨일 때 마다, 아이들에게 “지팡이” 짚지 말고 바로 앉으라고 주의를 줍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겸연쩍게 웃어요. 그러나 손을 잠깐 떼었다가 다시 잡습니다. 매일 지적하고 훈계해서 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다른 묘책이 없을까요? 
    
A. 운동 부족 현상은 현대의 아동, 청소년기의 대다수에게 해당합니다. 
자세 불량은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3, 4학년 시기 아이들은 치열 상태를 눈여겨보세요. 특히 이 시기에 바른 자세의 유지를 힘들어하는 것은 어금니 갈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앉는 자세뿐 아니라 어떤 아이들은 한 발을 떠는 습관을 보이기도 하고, 정반대로 발걸음에 강한 힘을 주어 쿵쿵 소리를 내면서 걷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외형적 자세들은 신체 발달 과정의 현상이기 때문에 교사가 말로 하는 훈육 보다 교육적 뒷받침을 해주어야 합니다. 

이를 테면 수업 중 집중력 약화 증세를 보이고, 몸의 일부를 불안하게 흔들거나 바른 자세 유지를 많이 어려워하면, 당분간 집중을 많이 요구하는 숙제의 부담들은 줄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몸을 움직이는 놀이들, 시 암송 또는 돌림 노래가 효과적입니다. 반대로 지나치게 움직이며 산만한 아이들은 자신의 몸을 더 잘 느낄 수 있도록, 딱딱한 씨앗으로 안을 채운 방석을 사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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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 박사 과정까지 마치고 귀국, 이때부터 한국교육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창의력, 상상력, 자질 발현을 중요시 여기는 교육학자. 사회변화는 교육문화의 개선에서 시작된다는 확신으로 슈타이너의 발도르프 교육 서적을 번역하고 강의하다가, 뒤늦게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도르프 사범대학에서 슈타이너 인지학과 발도르프 교육학을 전공했다. 2000년부터 (사)한국루돌프슈타이너인지학연구센터를 이끌며 번역서로 <아이들은 머리로 배우나>, <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 등이 있다.
이메일 : charirang123@hanmail.net       트위터 : steinercenter      
홈페이지 : http://steinercent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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