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초등 1학년의 이유없는 짜증…왜일까?

이정희 2015. 07. 17
조회수 11750 추천수 0
04621878_P_0.JPG » 초등학교 신입생들. 한겨레 자료 사진.

"큰 딸 근영이가 10월생인데다가 조금 내성적이라, 입학 후 학교 적응 기간 내내 늘 염려했어요. 제가 직장맘으로서 아이에게 충분한 시간을 내주지 못해서 불안한 마음이었지만, 첫 학기를 그런대로 잘 적응한 것 같아서 다행이라 여기고 있어요. 몇 개월 사이에 키도 컸고 더 의젓해 진 느낌입니다.  
그런데 요즘 집에 오면 자주 투정부리고 툭하면 이유 없이 울어버립니다. 동생과 놀다가도 갑자기 짜증내고, 가방 챙기다가 제 맘대로 안 된다고 혼자 소리 지르기도합니다. 더 눈에 띄는 것은, 평소 차분하고 조심성 있는 성격인데, 자주 넘어지고 어디에 부딪혀서 멍드는 일도 많고 좀 부산해진 것 같아요. 심상치 않은 것은, 유치원 시절에도 혼자 양치질하고 잠옷 갈아입고 잠자리 준비를 잘 하던 아이가 요즘 들어 가끔씩 이 닦기 싫다고 떼쓰기도 하고, 이불 뒤집어쓰고 혼자 훌쩍대기도 합니다. 왜 그런지 달래며 물어보면, 자기도 모르게 울음이 나온다고 하네요! 
혹시 학교생활이 어려운 것인지, 제가 무엇을 도와주어야하는지 참 답답합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심리 상담치료를 받아야하나요? 그런데 요즘 아랫니 2개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혹시 이럴 때 아이가 더 예민해 질 수도 있나요?"

유아 현장을 떠나 학교생활의 시작은 아이에게 커다란 도전입니다. 무엇 보다 유아기는 제한된 공간에서 어른들의 보호를 받으며 자유로운 생활이 허락된 생태입니다. 이와 비교하여 학교는 아이 입장에서 낯설고 커다란 활동공간이므로 벅찬 변화입니다. 더욱이 새로 만난 또래 아이들과의 적응, 수업시간의 구성 뿐 아니라 학교생활 규칙을 따라야하므로 대부분의 아이들은 긴장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심리 상태를 감안한다면, 초등 1학년 시기는 유아기에서 아동기로의 전환기로써 특히 가정에서의 엄격함은 줄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 테면 일상표현들 중에서 "초등생이 되었으니 더 씩씩해야지, 이런 것은 이제 스스로 하는 거야, 네 의사를 똑바로 전달해야지, 엄마는 믿고 있어! 이런 것쯤은 너 혼자 충분히 할 수 있어...!" 무심코 또는 의식적으로 던지는 주변 어른들의 이런 표현들은 아이들에게 심리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게다가 만 6~7세 전후부터 유치갈이가 시작됩니다. 아이마다 발달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초등 1학년 시기에 나타나는 이갈이 현상은 커다란 신체 변화입니다. 말 그대로 “영구치”는 아이가 태어날 때 부모로부터 받은 유치를 버리고 ‘영구히’ 사용할 자신의 치아로 바꾸는 일은 작업입니다. 다시 말해 아이의 잇몸이 자신의 힘으로 유치를 밀쳐낸 후 새로운 치아로 교체하는 의미심장한 과정입니다. 이 시기에 소위 젖살이 빠지면서 아이의 어린 티를 벗어버립니다. 이를테면 동글동글한 얼굴이나 통통한 뱃살,  퉁퉁한 손가락들이 자신만의 모양을 나타내기 시작합니다. 몸통을 포함하여 신체 전체의 근육과 골격이 성장 변화를 겪게 됩니다. 몸의 움직임, 얼굴 표정을 포함하여 아이의 모습 전체가 미끈하게 달라집니다.   

이렇게 다양한 외형의 변화와 함께 이시기 아이들의 내면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이가 흔들리면 집에서 또는 치과에 가서 빼주면 된다고 단순히 생각하며, 누구나 겪는 것이므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시기에 아이들은 외적 변화만큼 다양한 내적 변화를 겪게 됩니다. 주변의 어른들은 이 부분을 주목해야 합니다.     
이갈이를 통해 아이들은 서서히 자신만의 외형, 신체적 특성들을 하나씩 드러냄과 동시에 개별적인 성격이나 고유한 정서가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이런 토대를 만드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소위 “미운 일곱 살”의 증상들 - 투정, 고집, 반항, 어른과 힘 겨누기, 집중력 약화와 산만함을 자주 표출합니다. 또한 무엇이던지 혼자 하려고 애쓰면서도 가끔 퇴행의 모습을 나타냅니다. 어떤 날은 갑자기 무섭다고 어른과 함께 자려하고, 잘 놀다가 시무룩해지고, 동생만 예뻐한다고 질투하며 사소한 것에 투정부립니다. 이처럼 만7세 전후의 아이들이 보이는 이유 ‘없는’ 짜증과 울음은 내면 성장을 위한 발산 과정이므로 충분히 이유 ‘있는’ 현상들입니다. 

Q. 만5세 반 아이들이 누리 과정 시간만 되면, 더 방방 뛰고 어수선해집니다. 특히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남아, 찬우의 영향이 대단히 큽니다. 찬우는 생일이 빨라 맏형 노릇을 합니다. 작년까지 붙임성 있는 성격이라 자유 놀이 시간에 동생들을 잘 챙기고 선생님도 곧 잘 도와주었는데, 요즘 들어서 말썽이 심합니다. 그래서 하원까지 하루 한번은 꼭 훈육을 하게 됩니다. 잘 노는 애들을 괴롭히고 간식 시간에 우유를 쏟고, 또는 바깥 놀이 나가면 친구들 골탕 먹이다가 제 스스로 넘어져서 울음이 시작되면 길게 통곡합니다. 거의 보름째 조용히 지나가는 날이 없습니다. 
약 두 달 전쯤 처음 아랫니가 빠질 때도 이런 증세를 보이더니 이갈이를 하고 난 후, 아이가 아주 의젓해 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오늘 등원 시 찬우 어머니가 귀뜸해 주시더군요. 윗니가 흔들린다고...! 이런 상황에서 아이의 산만한 행동들을 어떻게 지도해주어야 하나요?  

A. 우선 유아 교육현장은 정해진 어떤 교육 프로그램들을 충실하게 채우는 곳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발달 속도에 맞게 자유로운 생활을 보장해야 마땅합니다. 즉, 아이에게 현장은 집을 대신하여 세상을 직접 경험하며, 선생님의 사랑과 보호를 받으며 편안하게 자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이때 교사는 엄마대신 관련 인물로서 작용하므로 아이의 내면에 애착관계를 형성해주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국가 차원에서 주어진 표준보육 과정, 7차 유아교육과정이나 유보 통합의 일환으로 제공되는 누리 과정은 아무리 융통성을 발휘하여 창의적으로 실행한다 하여도, 하나의 통일된 형태로 ‘표준화’된 것입니다. 따라서 아이들의 개별 발달을 고려하기보다, 이미 연령별로 만들어진 일정 내용을 전달해야하는 형편입니다. 다시 말해 아이의 발달 상태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누리과정 시간에 선생님을 향해 집중할 수 있는 정도와 시간이 아이마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가정에서 양질의 육아를 위해 내 아이의 관찰이 필수인 것처럼, 다수의 아이들이 다니는 유아 현장에서도 질적 보육/교육은 교사가 아이들을 세심하게 관찰할 때 가능합니다. 찬우가 이갈이 시기에 유난히 눈에 띄게 행동하는 경향을 간파한 것은 다행한 일입니다.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교사는 아이의 두드러진 행동들이 이갈이 시기의 전형적인 특징임을 감안하면, 꾸중에 앞서 포용이 가능합니다.  
이 시기의 교육적 조치는 훈육이 아니라, 오히려 몸을 많이 움직이는 계기를 많이 만들어주도록 돌봐주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바깥 놀이에서 줄넘기와 공놀이도 효과적입니다. 특히 벽에 공을 던지는 놀이는 혼자서도 즐길 수 있습니다. 또는 바깥 산책길에 찬우만 먼저 뛰어 갔다가 다시 그룹으로 돌아오게 하면, 내적 만족도가 커지고 움직임의 발산을 통해 좀 더 차분해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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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 박사 과정까지 마치고 귀국, 이때부터 한국교육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창의력, 상상력, 자질 발현을 중요시 여기는 교육학자. 사회변화는 교육문화의 개선에서 시작된다는 확신으로 슈타이너의 발도르프 교육 서적을 번역하고 강의하다가, 뒤늦게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도르프 사범대학에서 슈타이너 인지학과 발도르프 교육학을 전공했다. 2000년부터 (사)한국루돌프슈타이너인지학연구센터를 이끌며 번역서로 <아이들은 머리로 배우나>, <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 등이 있다.
이메일 : charirang123@hanmail.net       트위터 : steinercenter      
홈페이지 : http://steinercent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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