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말 잘하는 아이가 똑똑하다

김영훈 2011. 11. 28
조회수 31771 추천수 0

 한겨레 자료사진

 

어릴 때 다른 아이보다 말을 잘하는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지능이 좋다는 것을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언어는 배우면 배울수록 쌓이는 것이기 때문에 말을 일찍 시작하면 좀 더 일찍 문장이나 문법을 익힐 수 있다. 이것은 논리력, 사고력, 수리력에 영향을 준다. 사실 18개월 아이들이 알아듣거나 구사할 수 있는 단어 수로 장래의 IQ를 예측할 수도 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태어나서 36개월이 될 때까지 언어 자극을 많이 주면 줄수록 아이는 더 빨리 많은 단어를 말하고 더 다양한 어휘를 습득하며, 훗날 지능검사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3세 때의 문법에 대한 이해도 마찬가지다. 말을 일찍 시작하는 아이들은 자신의 요구를 분명하게 전달하고 남들과도 쉽게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위상황도 쉽게 파악할 수 있어 정서적, 사회적, 인지 발달이 빨라질 수밖에 없다.


쌍둥이 연구에 따르면 말하는 기술의 50% 정도는 유전의 영향을 받고, 독서나 철자법과 같은 학문적 기술은 20% 정도만 유전의 영향을 받는다. 이것은 언어 발달의 경우 환경적 영향력이 어느 영역의 발달보다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한 음절을 들려줄 때 나타나는 신생아 뇌의 반응을 측정한 결과에 따라 5세의 언어능력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를 보면 유전적으로 말 잘하는 아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발달에 비해서는 환경적인 요인이 크다. 언어유전자는 아마도 언어적 뇌가 신경회로를 형성할 수 있도록 기초를 쌓고 연령이 증가 할수록 환경의 역할이 커진다고 볼 수 있다.
 

언어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살펴보면,

첫째, 여아가 남아보다 언어 발달이 빠르다

여아는 남아보다 말이 1개월에서 2개월 정도 빠르다. 여아가 사용하는 문장의 길이도 남아보다 길다고 한다. 여아는 확실히 문법을 빨리 익히고, 문장의 오류도 적으며 알고 있는 어휘수도 더 많다. 남아는 4-5세가 되어야 여아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하는데 언어의 모든 면에서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이후에도 여아는 철자법, 언어의 정확성이나 사용법, 독서의 이해력에서 남아보다 여전히 앞선다. 성인이 되어도 여전히 여성은 남성보다 말을 유창하게 할 수 있고 단어를 연상하는 능력도 더 높다. 여아는 말을 할 때 양뇌를 모두 사용하는데 비하여 남아는 주로 좌뇌만을 사용한다. 좌뇌가 말의 의미를 담당하는 반면, 우뇌가 말의 억양이나 리듬을 담당하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여아가 말을 더 맛있게 하는 것은 생래적인 면이 있다.  

둘째, 부모의 말하는 양이 아이의 언어 발달을 좌우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하는 말의 양에 따라 아이의 언어 발달이 결정된다. 한 연구에 의하면 엄마가 말을 많이 해준 20개월 아기는 말을 많이 해주지 않은 아기에 비해 평균 131개나 많은 단어를 익혔다고 한다. 24개월이 되면 더 늘어나서 295개 단어나 차이가 났다.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아이에게 자주 말을 걸고, 아이의 말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부모의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IQ나 어휘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능검사와 언어검사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3세 아이들은 1-2세 때 단어를 가장 많이 들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아이의 따라하기를 장려하라
언어발달에는 아이와 부모의 상호 작용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아이에게 있어서 언어 습득을 위한 상호작용 가운데 따라하기가 가장 중요하다. 생후 1개월도 채 안 되는 아기를 대상으로 30-40cm의 거리에서 마주 보고 입을 벌리거나 혀를 내밀면 아기도 부모와 동일한 행동 반응을 보인다. 세상에 태어난 지 한 달도 채 안되는 아기가 어떻게 자기와 부모와 동일한 얼굴을 하고 있으며, 어떻게 부모의 입에서 내미는 혀와 동일한 혀를 자기도 가졌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을까? 생후 1개월도 채 안 되는 아기가 학습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이러한 행동은 아기가 눈앞의 대상을 자기와 일체화하고 부모와 대화하고자 하는 욕구를 생득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기는 ‘따라하기’를 통해서 다양한 활동들과 언어를 배워나가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뇌신경학자인 리촐라티(Giacomo Rizzolatti) 교수는 아기가 그것을 직접 할 때와 아기가 그것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 보거나 듣고만 있을 때 동일한 반응을 하는 뉴런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아기가 부모의 행동을 보기만 하고 있는데도 자기가 움직일 때와 마찬가지로 반응하는 뉴런들이 아기의 뇌 속에 있는데 이를 ‘거울뉴런’이라고 한다. 무언가를 따라하기 위해 타인의 말이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할 때 아이들의 뇌 안에서 거울뉴런들은 열심히 반응한다. 자기도 그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처럼 느끼기 위해서이다. 거울뉴런 때문에 아기도 무의식적으로 부모의 말을 따라한다.

넷째, 아기가 처음 말을 배울 때는 음절의 반복이 중요하다
아기가 처음 말을 시작할 때 사용하는 말은 대부분 ‘마마’, ‘파파’처럼 음절이 반복된 단어다. 부모는 아기가 이런 말을 하면 말을 한다고 좋아하지만 사실은 아기의 뇌가 반복적인 표현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주디트걸바인 박사가 이탈리아의 병원에서 태어난 지 2,3일 밖에 되지 않은 갓난아이 22명에게 여러 음절로 이루어진 단어들을 들려줬다. 그리고 최신 뇌영상기구를 이용해 아기의 두뇌 움직임을 관찰했다. 

그 결과 ‘가나나’와 같이 반복되는 음절이 있는 단어를 아기에게 들려줬을 때 뇌의 왼쪽 앞부분에서 움직임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나다’와 같이 반복되는 음절이 전혀 없는 단어를 아기에게 들려줬을 때 뇌의 움직임은 관찰되지 않았다. ‘가나가’와 같이 반복되는 음절이 들어가 있지만 두 음절이 연속해서 나오지 않는 단어를 아기에게 들려줬을 때도 뇌는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연속해서 같거나 비슷한 음절이 반복된 단어에만 아기의 뇌가 반응했다. 아기가 반복된 표현을 사용할 때만 뇌에 기록이 되기 때문에 아기가 ‘무엇인가 중요하다’는 것을 표현하려고 하면 선천적으로 ‘반복’의 형태가 나타난다. 실제로 이탈리아어 '파파(papa)', 헝가리어 ’타타(tata)' 등은 각 나라의 아기들이 말하는 단어들이다. 부모가 영아기에 음절이 반복된 단어를 자주 말해주는 것은 두뇌발달에 효과적이다.


다섯째, 다양하고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하자
부모가 하는 말의 다양성도 문제다. 부모의 말에 포함된 명사와 형용사의 종류가 다양하거나 문장이 길수록 아이의 언어발달이 잘 이루어진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에게 말할 때에도 풍부한 어휘력을 사용하고 문법에도 맞는 문장으로 말을 하는 것이 좋다. ‘그만해’, ‘안 돼’와 같은 부정적인 말을 많이 듣고 자란 아이들의 언어발달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떨어진다고 한다. 긍정적인 말을 많이 사용하고 말을 했을 때 칭찬과 격려로 보상을 해주면 언어발달은 급격하게 이루어진다.

여섯째, 영유아 때 언어력이 초등학교까지 이어진다
아이들의 언어력은 초등학교 들어갈 때까지 계속 추적해보면 영유아 때 언어능력의 격차가 그대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말을 잘 익히지 못하고 언어를 이해하는 것도 더딘 아이는 글자도 빨리 익히지 못하고 읽는 내용도 잘 이해하지 못하였다. 보스턴 대학의 폴메뉴크는 읽기에 문제가 있는 아이는 말하는 능력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다. 출생 후 3년 동안 부모에게 말을 많이 듣고 자랐던 아이들은 초등학교 3학년이 되어도 그렇지 않았던 아이들에 비해 독서능력, 철자법, 말하기, 청취능력이 뛰어났다. 입학과 동시에 부모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학교에 들어가기 전의 언어적 영향은 그대로 살아 있는 것이다.
 

  <언어 발달에 영향을 주는 일반적인 요인>


   1. 건강한 아기가 아픈 아이보다 더 빨리 말한다.
   2. 지능이 높은 아이는 지능이 낮은 아이보다 말을 빨리 배운다.
   3. 사회경제적인 조건이 좋은 아이들의 말이 더 빠르고 정확하다.
   4. 여아의 어휘수가 남아의 어휘수보다 많다.
   5. 의사소통의 필요성이 많을수록 말을 배우는데 더 적극적이다.
   6. 자극을 많이 받고 칭찬을 많이 받은 아이들이 일찍 말을 배운다.  
   7. 가족이 많을수록 말을 빨리 배우고 잘한다.
   8. 첫 아이는 늦게 태어난 아이보다 말을 빨리 한다.
   9. 권위적인 교육은 말을 배우는데 방해가 된다.
  10. 쌍둥이는 일반적으로 언어 발달이 느리다. 
  11. 환경에 잘 적응하는 아이가 말을 잘하고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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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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