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마음을 다치지 않는 그림책 읽기

김영훈 2015. 07. 08
조회수 9845 추천수 0

곰인형의행복.jpg 그림책 <곰 인형의 행복>에서 아이들은 처음에는 곰 인형을 사랑하고 자주 껴안아 주지만 싫증이 나면 금방 내버립니다. 할아버지는 낡고 망가진 채 버려진 곰 인형을 보살펴줍니다. 터진 부분은 꿰매주고, 낡은 부분은 덧대주고 그들에게 너희들은 쓸모없고 낡은 것이 아니라 모두 여전히 소중하다라고 말해줍니다. 그리고 네가 어떻든 널 버리지 않을 것이라 말해줍니다.”


아이들에게 부모는 자신의 목숨을 좌지우지 하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부모가 원하는 대로 하려고 합니다. 부모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노력할 뿐 아니라 부모의 관심에서 멀어지지 않으려고 노심초사합니다. 아이들은 눈치가 빠르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면 칭찬을 받는지 어떤 행동을 하면 야단을 맞는지를 다 압니다. 아이는 당장 귀찮고 싫더라도 부모의 칭찬을 받고 야단맞지 않으려고 억지로 부모의 말을 듣습니다. 따라서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아이를 야단치는 것만큼이나 칭찬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칭찬도 친구의 관계라기보다는 상하의 관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야단만큼 아이의 마음을 다치게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감정을 표현하는데 있어서도 아이들은 부모의 눈치를 봅니다. 부모가 아이의 울음을 견디기 어려워하기 때문입니다. 부모는 무엇인가 해야 할 것 같고,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아이가 화가 나고, 어찌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그만 울라고 다그칩니다. 아이들은 불공평해요!“ 또는 싫어요!‘하면서 화를 내거나 고집을 부리고, 혹은 소리를 지르고 싶지만, 부모의 눈치를 보며 자신의 힘든 감정에 대해서는 쉽사리 표현하지 않습니다.


36개월 이전의 아이는 여러 면에서 아주 구체적인 세계 안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눈높이는 대체로 구체적인 사물들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은 음식을 먹거나, 소풍을 가고, 자동차를 타고, 마트에 가는 것 등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이들이 세상에서 이런 것들과 만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이가 36개월이 지나면 아이들은 상상의 세계에서 살아갑니다. 아이가 그림책의 이야기에 빠져드는 것을 보거나 아이가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말할 때 아이들이 상상의 세계에 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이는 그림책의 상상세계를 통하여 바른 인성과 감성을 기를 수 있습니다. 아이는 그림책 속 등장인물의 표정과 행동들을 통해 행복, 슬픔, 두려움에 이르는 다양한 강점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림책은 아이가 혼자 여러 가지 감정을 느껴볼 수 있는 안전한 장소입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그림책 내용을 이해합니다. 또한 그 경험에 의거하여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려고 합니다. 주인공의 행동이 올바르고 긍정적이면 아이는 긍정적인 쪽으로 이동합니다. 그러나 아이를 부정적으로 대하면 더욱 부정적인 쪽으로 흐릅니다. 잘되라고 하는 야단이 때론 아이들을 어둡게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정적으로 야단을 맞는 아이는 자기를 사랑하지 못하고 사랑받기 어려운 행동을 자꾸 하게 됩니다.

아이는 그림책을 읽으면서 사회성, 타인 존중, 약자에 대한 배려 등을 알게 됩니다. 무엇보다 아이의 공감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아이는 스스로를 그림책의 주인공과 동일시합니다. 그림책의 주인공과 똑같은 여행을 떠나면서 주인공이 겪는 패배와 장애물들을 같이 경험할 것입니다. 그러나 굽히지 않는 주인공의 용기를 느낄 수 있으며 함께 여행하기 때문에 아이는 자신의 문제와 힘든 감정을 다루는 데 있어 더 이상 혼자라고 느끼지 않습니다. 또한 갈등과 위기를 뚫고 해결해 나가는 주인공과 더불어 아이는 마침내 기쁨과 안도감을 느낄 것입니다.


[아이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려면]


아이의 마음을 다치지 않고 정서지능을 키우려면 다음과 같은 지침을 따라야 합니다.


첫째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도록 해주세요.

아이는 처음에는 다양한 정서를 느끼고 반응하지 못합니다그러나 그림책을 통해서 적절한 정서적인 체험을 시킨다면아이는 긍정성을 발달시키고자존감을 키우며자신의 가치를 알게 됩니다그 과정에서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방법을 알게 됩니다또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갖으며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능력을 발달시킵니다.


둘째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게 해주세요.

그림책은 아이에게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행복하게 살아갈 힘을 줍니다그림책은 아이의 마음속에 있는 나는 멍청해’, ‘나는 결코 달라지지 않어’, ‘사람들은 날 미워해와 같은 잘못된 믿음을 바꿀 수 있습니다그림책의 주인공을 통하여 아이의 무의식에 긍정성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더구나 그림책은 비록 아이가 처음에는 강렬하고 고통스런 감정들로부터 도망가고 싶더라도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관찰할 수 있는 용기를 줍니다그림책의 은유적인 이미지가 아이가 강력한 감정들을 안전한 거리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01034331_P_0.JPG » 한겨레 자료 사진


셋째아이가 그림책 읽기를 주도하게 하세요.

아이는 그림책의 페이지를 넘기는 것만으로도 독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느낍니다아이가 펼친 페이지에 맞게 부모가 읽어 주면 아이는 스스로 이야기를 조정하고 있다고 여겨 유능감을 느낍니다실수로 두 페이지를 한꺼번에 넘겨도 펼쳐진 페이지 그대로 읽어주세요아이는 이야기의 흐름보다 자신의 행동에 따라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가 더 궁금합니다.


넷째맞장구를 쳐주세요.

맞장구는 아이가 자기가 한 일을 자랑할 때는 대단하다고 추켜세워 주고답답한 일이 있을 때는 아이 편에 서서 아이 마음을 다독여 주고속상해 할 때는 위로해 줍니다이렇게 아이 마음을 헤아리면서 맞장구를 쳐 주면 아이는 자존감이 높아집니다섣부른 칭찬보다 맞장구 한번이 아이의 유능감을 높여 줍니다.


다섯째감정을 이름 붙여 이야기하세요.

그림책은 일상 언어보다 훨씬 더 깊고 직접적인 수준에서 아이들과 의사소통할 수가 있습니다그림책의 언어는 상상의 언어로서 사고뿐 아니라 감정을 전달하기에도 자연스러운 언어입니다다양한 색채이미지흥미로운 사건들밝은 빛으로 가득한 상상의 세계에서 아이들은 정서로 충만한 경험을 하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알게 되고 표현하게 됩니다자신과 똑같은 감정으로 씨름하고 있는 그림책 속 주인공과 동일시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이는 아이의 마음속에 생생한 그림을 그려놓음으로써 보다 그에게 맞는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과 정서에 대해 알게 해줍니다.


여섯째감정에 대한 의사소통을 하세요.

일상 언어만 사용할 경우 엄마와 아이의 감정에 대한 의사소통은 빈곤해지기 쉽습니다그것은 삶에서 느낀 것을 상상의 영역에서 서로 주고 받은 것과 같은미묘함과 복잡성을 담아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처리할 수 있으려면그의 말을 경청해주고 이해해주는 공감적인 부모가 필요합니다흥미를 보이지 않거나 저조한 반응시들한 반응판단하거나 비판하는 반응아이의 감정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하거나 주제를 바꾸는 것말하고 있거나 행동하고 있는 아이를 가로막는 것 등은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그런 반응들에 의해 너무 많이 그리고 자주 상처를 받게 되면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나누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그럴 경우아이는 매우 방어적이 되고 자신을 개방하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일곱째상처를 줄 수 있는 감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하세요.

그림책이 지혜로운 이유는 간접적인 표현을 사용한다는 데 있습니다그림책은 아이들에게 직접적으로 아이의 감정을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의 감정을 살펴보게 합니다이렇게 하면 아이는 주목받고노출되고당황스럽고굴욕적이고놀림을 당하거나수치스럽다고 느끼지 않아도 됩니다결국 어떤 감정을 느끼는 것은 책 속의 주인공입니다예를 들어 밤에 오줌을 싸는 것에 대한 노골적인 이야기는 아이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수치심이나 굴욕감을 불러일으키지만그림책에서 오줌을 싸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아이에게 프라이버시와 존엄성이 존중되는 것입니다부모는 그림책을 읽고 아이가 실제로 당한 경험을 직접적으로 연결시키지 마세요아이의 상처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부모가 이야기 하지 않아도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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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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