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집 준이엄마가 급하게 문을 두드린다.
“뽀뇨 엄마 어디갔어요? 다연이가 아파서 급하게 병원가야 되는데 준이 좀 봐줄래요?”
다급한 목소리고 평소 뽀뇨 잘 본다고 칭찬도 자주 듣는지라 흔쾌히 수락했다.
엄마가 사라지자마자 울기 시작한 준이.
어찌나 크게 우는지 목젖이 보일 정도여서 우선 장롱 속에 숨겨둔 빼빼로부터 꺼내 입에 넣어준다.
그치지 않는다.
이번엔 비상용 쌀과자를 손에 쥐어준다.
쳐다도 안본다.
안되겠다 싶어 준이가 자주 먹는 계란을 삶기 시작한다.
이때 갑자기 문이 열리고 준이엄마가 고개를 내민다.
“지금 가려는데 준이가 많이 울어서 데려가려구요”.
자신 있으니 걱정 붙들어 매라며 돌려보냈다.
잘 키운 이웃 아저씨, 열 아주머니 안 부럽다는 생각으로 등을 떠밀기는 했는데
막상 준이의 울음은 그칠 기색이 안 보이고 목청소리만 더 높아진다.
덩달아 옆에 있던 뽀뇨가 자기 과자를 준이에 게 준다고 울먹이는게 아닌가.
안되겠다 싶어 급처방 내린 것이 뽀로로 노래 동영상 보기.
옆집 아저씨, 친절하게 노래를 따라 부르고 발바닥에 땀이 날 정도로 함께 춤도 춘다.
아빠가 춤을 추니 덩달아 신이 난 뽀뇨.
모니터 앞에서 몸을 흔들며 춤을 추는 게 아닌가.
준이 너는 울어라, 나는 춘다.
‘천하의 뽀로로도 저리가라’며 아랫집 준이는 펄쩍 펄쩍 뛰며 아파트가 떠나가라 울고,
우리집 뽀뇨는 뽀로로 노래 부르며 선 채로 몸을 덜썩 거리며 춤을 추는 상황.
나는 이 장면을 보며 온갖 장난감을 꺼내 놓아 비위를 맞추고
계란과 고구마에 젓가락까지 콕콕 집어넣어야 하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상황.
결국엔 우는 준이를 안고 달랜다.
‘준아, 제발 그쳐라. 엄마오면 아저씨 엄청 혼나겠다’.
남자아이라 묵직한 체중이 느껴지는데 안고나니 집으로 가자고 손가락으로 문을 가리킨다.
밖으로 나가게 되면 뽀뇨도 준이도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
어쩔 수 없이 안고 계속 서 있는데 준이가 잠이 든다.
다행히 뒤이어 도착한 아랫집 아줌마.
5분전에만 도착했어도 호의를 베풀고 욕 들을 뻔 했다.
마치 3시간처럼 느껴졌던 30분.
며칠 전 뽀뇨를 맡기고 한 시간이나 늦어 아내에게 화를 냈던 윗층 이웃을 다시 생각해본다.
옆집 아이 봐주는 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니구나.
<아래 사진을 클릭하시면 뽀뇨 춤추는 동영상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