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놀이공원 10배 즐기는 법
» 권규리 단국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오늘은 놀이공원에 가는 날이다.
5살 아들은 어제 밤에도 마음이 설레었는지 늦게 잠이 들었다. 하지만 아침에는 1등으로 일어났다. 10시쯤에 출발하려고 했지만 아내는 설거지, 방청소를 하니 벌써 10시가 훌쩍 넘었고, 약간의 화장을 마치니 10시 반이 넘었다. 겨우 11시에 출발했고 처음에는 길에 차가 없어 기분이 매우 상쾌했다. 그러나 그 기분도 잠깐, 큰 도로에 나오자 벌써 차들은 병목현상에 굼벵이 걸음을 한다. 설상가상, 아이는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보챈다. 진퇴양난이 따로 없다. 겨우 도착하여 주차를 하려고 했지만 이미 꽉 차버려서 다섯 바뀌나 돌아서 겨우 주차를 했다. 시계는 벌써 12시 반을 지나니, 아이는 얼굴을 찡그리며 배꼽시계가 울린다는 신호를 보낸다. 그렇다. 세상일이란 다 먹자고 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식당으로 다리를 옮겼다. 그렇지만 이미 꽉 차버린 식당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10분, 식사를 기다리는데 20분이 걸리니 이미 시간은 1시가 넘었다. 음식이 나오자 아들은 배가 고팠는지 게눈 감추듯이 먹어치운다.
이제 밥도 먹었다. 배가 든든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드디어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기구를 타러 이동했다. 그런데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곳에는 뱀의 꼬리처럼 100미터는 늘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는 생각으로 하염없이 기다려서 기필코 그 놀이기구를 탔다. 그러자마자 아들은 또 좋아하는 곳으로 가자고 한다. 그 곳에 도착하니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긴 줄이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아들은 기다리는 것이 지루했는지, 또는 식곤증이 원인인지 서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이런 상태로는 더 이상 놀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아이를 눕힐 유모차를 생각했지만 급하게 오느라 챙겨오지 못했다. 그래서 벤치에 앉아 낮잠을 재우려고 했지만 음지의 시원한 벤치는 이미 삼삼오오 사람들이 점령했고, 겨우 뜨거운 햇볕이 드는 곳만 남았다. 그래도 감지덕지라는 생각을 하며 모자와 옷으로 아이의 얼굴을 가리며 잠시 새우잠을 자게 한다.
이미 3시가 넘었지만 아이는 아직도 깊은 잠에 빠졌고, 다른 놀이기구 앞에서 기다리면 깨어날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동을 시작한다. 이제 짐은 아빠의 몫이다. 아빠는 아이를 업다가 안다가를 반복하면서 걸음을 재촉하고 그곳에서 기다렸지만 오늘따라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평소에 아이의 몸은 가볍다고 생각했지만 그 무게가 천근만근이 되어 어께를 짓누른다. 불현 듯, 놀이공원에 온 것이 후회가 막급하며 시원한 수박화채에 낮잠을 잘 수 있는 집이 그립다. 그래서 집에 가자는 말을 꺼내려고 아내의 눈치를 슬쩍 살폈다. 아이도 계속 잠을 자니 오늘은 집에 가는 것이 어떠냐고 어렵사리 말을 꺼냈지만 아내는 냉큼 여우같은 눈빛을 보내면 절대불가를 알린다. 이곳에 오기 위하여 많은 준비를 했으며 또한 기름값이며 입장료, 많은 시간을 투자했는데 한 것이 없지 않느냐, 본전을 빼려면 그럴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하지만 아이는 깨어나지 않기에, 더 이상 놀이기구를 탈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가족이 함께 쉴만한 곳도 마땅한 곳도 없다. 이제 더 이상 아이를 업고 다닐 힘도 없다. 모든 것을 팽개치고 도망가고 싶다. 부득이 별로 마시고 싶지는 않았지만 비싼 커피를 시키며 아이를 눕힐 수가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아내도 자신의 고집만을 계속 할 수 없음을 알고 퉁명스럽게 집으로 가자고 한다.
주차장에 가서 차문을 열자마자 뜨거운 공기가 얼굴에 확 올라오며 타는 가슴을 더욱 열받게 한다. 아내는 아이를 뒷 자석에 눕히며 곁에 앉는다. 아직도 차안은 뜨거운 열기가 남아있지만 부부 사이에는 집에 가는 동안 찬디찬 냉기만 흐르고 있었다.
동물원이건 놀이공원이건 야외로 나가는 것은 아이들의 로망이다. 그래서 자주 가고 싶어하며 사실, 매일 가고 싶어한다. 그렇지만 그곳에 갔다 오면 누구나 여러가지 실수를 하며 후회를 하고 또한 반복한다. 과연 무엇이 근본적인 문제이며, 정말 즐거운 나들이법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1. 출발은 일찍, 또는 아주 늦게 하라
일찍 출발해서 놀고 일찍 오든가, 아니면 늦게 가서 늦게 온다. 일찍 간다는 말은 개장하기 전에 도착한 후, 문을 열면 가장 먼저 입장한다. 그러면 보너스가 많다. 우선 교통체증을 피할 수 있으며 소요시간이 현저히 줄어든다. 그래면 기분도 상쾌하다. 입장한 후에 원하는 놀이기구를 줄도 서지 않고 쉽게, 그리고 여러 번을 탈수 있다. 늦게 출발하려면 폐장 2~3시간 전에 도착하게 조정한다. 그러면 가족은 충분히 늦잠을 잘 수 있어서 좋고, 늦게 출발하므로 도로가 거의 막히지 않아서 좋다. 폐장 전엔 관람객이 빠져나가는 시간이므로 놀이기구를 쉽게 탈 수 있다. 저녁은 여유있게 먹을 수 있어서 좋다.
2. 점심은 가능한 밖에서 먹는다.
일찍 출발한 경우, 점심 때가 되면 식당에 사람이 너무 많다. 그래서 아이가 영, 유아라면 편하게 먹기 힘들다. 그러므로 점심이 되기 전에 놀이공원을 나와서 집 근처에서 먹는다. 그러면 아이가 잠이 들어도 걱정할 필요가 없기에 여유있는 식사를 할 수 있다.
3. 유모차를 챙겨라
아이가 미취학이라면 유모차를 챙긴다. 아이들은 점심을 먹은 후에 잠을 자기 쉽다. 이는 식곤증이 원인과 함께 갑자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이다. 유모차가 있으면 걱정을 덜 수가 있다. 슬슬 밀고 다니면서 여유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만일, 없다면 아빠가 업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 좋은 기분을 망칠 수 있다.
4. 간단한 놀이기구와 야외용 돗자리를 준비하라.
아이의 나이에 따라서 축구공이나 야구공과 글러브, 베드민터 등을 준비한다. 잔디밭이나 그늘에서 잠깐 아이와 놀아주면 매우 좋아한다. 아이와 가기 전날 상의하여 놀이기구를 준비한다. 놀다가 아이가 힘들어 하면 돗자리 위에서 잠시 낮잠을 자게 한다.
5. 반 나절은 남편을 쉬게 하라.
오전에 놀이공원에 갔다오면 오후는 남편에게 휴식을 준다. 오후 늦게 출발하려면 오전은 남편에게 개인적인 휴식을 준다. 야외나들이란 매우 즐겁고 상쾌한 일이지만 평소에 쓰는 에너지보다 더 많이 쓰게 되므로 쉽게 피로가 몰려온다. 한 번의 즐거운 추억이 만들어졌다면 남편과 자주 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휴식은 시간낭비가 아니라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다.
6. 어린이날에는 그 곳에 가지 않는다.
이런 날 그곳에 가는 것은 아이는 즐거울지 몰라도 부모에게는 지옥과 같은 시간임을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현명한 방법이란 그 전 주나 전 전 주에 그 곳에 갔다 오면 된다. 그리고 어린이날에는 놀이공원에 가지 않고 집 주변의 공원이나 학교에서 아이와 놀아준다. 물론 이러한 내용을 가족회의를 통하여 사전에 협의하고 결정한다.
7. 리프트만 타고 와도 좋아한다.
정말 시간이 없다면 그곳에 가서 리프트만 타고 와도 아이들은 대만족이다. 그 곳에 머므르는 시간도 한 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가족이 함께 리프트를 타면 서로 손을 잡고 출렁거리면서 올라가보자. 불어오는 바람, 시원한 공기, 확 트인 공간 등은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되며, 재충전의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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