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먼저 아이편이 되어 주세요

김영훈 2015. 06. 12
조회수 80186 추천수 0

04725722_P_0.JPG » 한겨레 자료 사진


유대인 부모들은 자녀에게 늘 “모든 일이 다 잘될거야”라는 말을 한다고 합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가장 먼저 아이들에게 이 말을 하는 것입니다. 부모가 삶을 사랑하고 낙천적이며 강인한 의지를 지니고 있다면 아이가 안정되고 자존감을 가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대인 부모들의 삶의 목표는 ‘즐겁고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유대인이 말하는 ‘하루’는 일반적인 개념과는 달리 해가 지는 순간부터 하루가 시작됩니다. 밝게 시작해서 어둡게 끝내는 것보다는 어둡게 시작해서 밝게 끝내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대인 부모들은 집에서는 아름다운 웃음소리가 넘쳐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존감은 아이가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정도입니다. 자존감은 자기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요소입니다. 아이는 자기 자신에 대한 개념을 형성하면서 스스로에게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가치를 부여하게 됩니다.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가진 아이들은 자신을 가치 있고 유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가진 아이들은 자신을 보잘 것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의 습관은 어린 시절부터 형성될 뿐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부모나 남들에 의해 강화됩니다. 실제보다 자신이 가치 없는 존재인 것처럼 행동하는 아이는 그 행동에 어울리는 대우를 받게 되고 그러다보면 실제보다 낮게 평가한 자신의 가치에 대해 더 확신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유아의 자아개념은 자기 자신의 모습을 뚜렷하게 인식하고 기억하는 과정에서 시작됩니다. 엄마가 아이와 같이 거울을 보면 아이는 거울 속의 모습이 자기라는 것을 압니다. 이와 같은 자기인식이 뚜렷해지면서 부모가 나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부모의 반응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수정하기 시작합니다. 자기인식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인지적 발달이 필요하지만 양육자와의 안정적 애착과 같은 사회적 경험 또한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아개념은 ‘나는 여자이고, 여섯 살이며 달리기를 잘한다’와 같이 자신의 능력이나 역할에서 비롯된 지속적인 것도 있지만 자신의 실수로 인하여 야단을 맞고 주관적으로 자신을 가치 없는 사람으로 일시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부모나 주 양육자가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자신을 비춰보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 자아개념을 수정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부모가 아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이의 자존감 형성이 중요합니다.


유아기에는 일반적으로 자존감이 매우 높아, 때로는 자신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과도한 자신감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학령기에 들어서면서 여러 경험과 도전을 통해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게 되어 자신에 대한 자존감을 현실적인 수준에서 재조정합니다. 따라서 부모가 온정적이고 수용적인 양육태도를 보이면 아이의 자존감이 높아지지만 부모가 거부나 제재, 위협적인 태도를 보이면 아이의 자존감은 낮아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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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성도 생각의 습관입니다. 부모는 아이가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다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며 긍정적인 생각의 습관들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얼마나 운이 좋은지를 반복적으로 생각하고, 행복한 추억들을 자주 떠올리고, 기분 좋은 상상을 하는 것 모두 긍정적인 생각의 습관들입니다. 그리고 이런 행복한 습관들을 규칙적으로 하게 되면 일상생활을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하게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부모의 긍정성과 사랑이 그 씨앗이 됨은 물론입니다. 아이가 역경을 겪을 때도 긍정성은 중요합니다. 뇌가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 분노 또는 두려움을 경험하면, 뇌는 위협을 받게 됩니다. 뇌의 목표는 생존이기 때문에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게 되고 더 많은 양의 혈액을 뇌와 팔다리로 보냅니다. 위험을 무찌르거나 도망가기 위해서이죠. 따라서 전두엽에는 혈액이 부족하므로 효율적으로 기능하지 못하며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가 없습니다. 뇌에서 허락하지 않는 것입니다. 따라서 아이가 긍정적인 생각의 습관을 갖고 있다면 가족이 함께 역경을 헤쳐 나갈 것이라고 낙관할 것입니다.

 

[긍정성을 키우기 위한 부모의 지침]


좋은 관계를 만드세요.


우선 아이와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녀에게 어떤 것을 가르치려고 하기 전에 자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놀아주어야 합니다. 사랑한다는 말, 따뜻한 포옹으로 애정 표현을 해야 합니다. 긍정적인 표현, 밝은 표정을 보이고 적극적으로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면 아이는 스스로 소중한 존재라고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나서 아이에게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누구나 한 가지는 잘하는 것이 있습니다. 공부에 국한하지 말고 운동이나 착한 행동 같이 긍정적인 것을 찾아 똑같이 칭찬해주세요.


항상 웃고 애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대하세요.


부모가 아이를 대할 때 웃고 애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대한다면 아이는 그 부모의 표정을 보면서 자신을 인식하게 됩니다. 이것이 전두엽에 있는 거울뉴런의 기능입니다. ‘나는 엄마, 아빠가 사랑할만한 아이구나.’라고 긍정적으로 자신을 평가하게 됩니다. 부모와 아이가 서로 마주보고 웃다가 같이 거울을 보면서 활짝 웃으면 아이는 부모의 표정과 느낌에 대해서 생각할 것입니다.


아이를 믿으세요.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믿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자존감이 떨어집니다. 그로인하여 아이가 부모에 대해 관심 끌기, 힘겨루기, 앙갚음하기, 나약함 보이기 등 여러 가지 부적응 행동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동생이 태어나거나, 가족구성원이 바뀌거나, 양육 방법이 엄격하거나, 부모의 기대 수준이 너무 높은 경우에도 부적응 행동을 보이고 거짓말을 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집안에서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될 때 거짓말을 해서라도 자신의 위치나 존재를 드러내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아이가 ‘엄마 아빠가 나를 끝까지 믿는구나’라는 생각을 가지면 자존감이 생겨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거짓말도 하지 않습니다.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하세요.


긍정성은 유능감과 관련이 있습니다. 아이는 어떤 일을 성공하거나 실패한 자신의 경험을 통해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를 알게 됩니다. 예를 들어 처음 자전거를 타게 되었을 때, 넘어지기도 하고 비틀거리기도 하지만 결국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알게 된 아이는 앞으로 연습만 하면 자신이 자전거를 더 잘 탈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됩니다. 유능감이 생기는 것이지요. 유능감을 키우기 위해서는 스스로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해야 하고, 이 시기에 부모가 아이의 발달과정을 면밀히 살펴 적절한 목표를 제시하고 아이의 도전과 노력에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잘한 행동에 관심을 갖되 지나친 칭찬은 금물입니다.


평소 아이에게 관심을 갖지 않다가 심부름을 잘 했거나 착한 일을 했을 때 지나치게 칭찬을 해주면, 아이는 자신이 무언가를 해냈을 때만 부모가 관심을 보인다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부모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뭔가를 잘해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부모가 원하는 대로 따라줄 때만 칭찬해주었다든지, 아이가 잘한 일에 비해 과도한 상을 준적은 없었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대답 잘하고 인사 잘하는 습관을 키웁시다.


선생님은 물론 친구들에게 욕설이나 비속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끝까지 귀기울여 듣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자기 할 말은 다 하면서 선생님이나 친구들 이야기는 끝까지 듣지 않거나 중간에 말을 끊는 아이가 많습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은 끝까지 듣고 대답은 ‘예', "아니오“등으로 또렷하게 이야기하는 습관을 길러줘야 합니다. 인사 예절도 매우 중요합니다. 인사는 사회성의 기본으로 인사만 잘해도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고마워“, ”죄송합니다“,”미안해“ 등 대상과 상황에 맞는 인사법을 알려주세요.


자기충족적 예언을 소리내어 중얼거리세요.


아이의 하루는 해마에 입력됩니다. 해마는 긍정적인 기억을 담당하기 때문에 ‘어느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는 아이에게는 무의식적으로 최고가 되는 길을 선택하게 하고, “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아이에게는 자연스럽게 자신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선택을 하도록 유도합니다. 그러나 이 해마가 작동하려면 목적을 입력해야 하고, 자신의 목적을 꾸준히 되뇌어야 합니다. 특히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이 되뇌이기 좋은 시간입니다. 해마는 자는 동안 긍정적인 기억을 응고화하기 때문에 자고 일어나는 순간 모든 감정이 재정비되고 불안이나 고뇌도 완전히 사라진 상태가 됩니다. 이 때를 놓치지 말고 긍정적인 정보를 입 밖으로 소리내어 중얼거리며 해마에 입력하려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거짓말을 관리하세요.


자존감이나 자신감이 부족한 아이들이 자신의 존재에 대해 알리고 싶어서 거짓말을 합니다. 허풍스런 거짓말을 잠재우려면 무관심이 최선입니다. 아이가 한 말을 확인하려 하거나 따지려들면 죄의식만 키울 뿐,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습니다. 단, 평소에 아이의 행동을 살펴 칭찬해주는 등, 관심을 적극적으로 표현해주는 일은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렇게 할 때 엄마 아빠의 관심을 받으려고 했던 거짓말은 줄어들고 바람직한 행동은 늘게 됩니다. 단호하게 야단쳐야 할 거짓말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골탕 먹이기 위한 거짓말, 싫은 것을 피하기 위한 거짓말 등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아이의 거짓말로 인해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는 아이 스스로 책임지게 하는 단호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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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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