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결혼한지 6년째 되는 결혼기념일이었습니다.
참으로 험란한 시간들이 많았지만, 시간은 여러 사건들과 별개로 참 잘 흘러가더군요.
오늘은 베이스맘의 남편 길들이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릴께요.
신혼초.. 남편과 신경전 벌이기에 한창이었던 것은 바로 가사분담이었어요.
임신중이어서 방콕 생활을 하던 저와 직장생활을 하며 돈을 벌어오는 남편..
집안일을 어찌 분담하며 생활을 하느냐..
온갖 머리를 굴려야하는 중대한 사안이었지요.
처음엔 해야되는 일의 목록을 나눠서 나눠서 하는 식이었지만, 그다지 효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스트레스는 있는대로 받으면서
결국 머리를 쓴 것은 함께 있을 때, 함께 움직이는 것이었지요.
어떤 노동을 하든지간에 같은 시간을 움직여 일하는 것..
꽤 공평한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가 어느순간 선호하는 집안일을 나눠서 분담을 하게 되었고,
저희 남편님은 빨래전담을 하게 되었어요.
설거지를 워낙 싫어하는 남편님은 빨래가 차라리 낫다고 생각하셨고,
저는 식구 적은 집에서 입는 옷은 다 거기서 거기인데, 행거에 널은 빨래들을 개고 서랍장에 넣는 일들을 무의미하게 여겼거든요.
(저희 남편은 그런걸 못 견뎌하는 사람이었구요 ^^;)
덕분에 저는 이제껏 빨래 안하는 여자로 살고 있습니다.
간간히 빨래를 해보겠다고 시도하면, 옷에 물이 든다거나 뭔가 사고가 생겨서 엄두가 안나더라구요 ^^;
그나마 제가 할 수 있는건 삼순이에 수건을 삶아놓고 세탁기앞에 놓는 일 정도?
그런데 제가 올해 전업주부로 생활하면서 가사노동분담에 균열이 생겼습니다.
직장생활을 할때는 어느정도 나눠서 했던 가사노동의 많은 부분이 은근슬쩍 저에게 넘어오더군요.
기관을 다니지 않으니 집에서 주로 생활하는 아이는
순식간에 집안을 초토화 시키는데 참으로 용한 재주를 선보이셨습니다.
밥 한끼 해먹으면 온갖 음식물 쓰레기와 설거지거리가 늘어났지요.
밥 먹은 후에 바로 설거지하기는 왠지 살기 위해 먹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싱크대위에 그릇은 항상 쌓였구요 ^^;
(몰아서 식기세척기에 돌렸지요~)
애 재우고나서 모인 그릇들을 식기세척기에 넣고 돌리면,
남는 것은 음식물 쓰레기....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신랑님을 위해 음식물쓰레기를 고이담아 현관앞에 내놓아어요.
그런데 저의 낭군님이 제일 싫어하는 집안일중에 하나는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였던지라
하루 이틀 방치되기 일쑤였답니다.
아이와 외출준비를 하던 어느날..
햇님군이 저를 불렀습니다.
"엄마! 여기 뭐가 기어다녀!!"
"어?? "
세상에... 현관앞 음식물쓰레기를 담아놓은 냄비에서 구더기가 생겼고
꾸물꾸물 여기저기 기어다니고 있는게 아닙니까...............ㅠㅠ
완전 기겁을 하고
저와 아이는 외출.. 피신했지요.
다행히도 그날은 저희 모자보다 낭군님의 귀가가 빨라서
구더기 처리는 낭군님이 하셨습니다.
좀 엽기적인가요? ^^;
사실 이렇게 구더기보기까지 음식물쓰레기를 쌓아둔 일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청소기를 돌리고 방을 닦고, 밥하고 설거지하고 냉장고 청소에 화장실 청소 등등을 하다보면
쌓인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밖으로 나가기까지 참 어렵더라구요.
이건 당신의 몫이라고 남겨두고, 언제 버리나 두고두고 보는 일을 6년째 하고 있습니다.
남편님이 그래도 이건 나의 몫이라고 하는 빨래를 제외한 나머지 집안일..
나눠하기 참 힘들더라구요.
하지만.
전 버팁니다.
그리고 여느 깔끔한 헌신적 주부님들처럼 아이를 재우고 집안일 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아이를 위해 깨끗한 주거공간을 준비해놓는 착한 엄마가 아니기때문이지요.
만화영화를 틀어놓고 애를 방치할지언정, 애가 깨어있는 시간에 청소를 하고,
애가 어질러 놓은 블럭에 발디딜 곳이 없어도 살짝살짝 피하고, 애가 지 발 아픈 상황이 생길때까지 버팁니다.
그리고나서 이러이러하기때문에 '니 장난감 니가 치우세요~'라고 하지요.
올해 6살이 된 햇님군은 청소기를 밀기 시작했고, 밀대에 걸레를 끼워 거실청소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식사전 숟가락 놓기, 먹은 그릇 싱크대에 놓기, 반찬통 냉장고에 넣기 등은 기본입니다.
평일에 바쁘게 일하는 아빠를 위해 금요일밤엔 엄마와 같이 청소를 합니다.
주말에 집에서 쉬는데, 집이 개판이면 아빠에게 조금은 미안하니까요.
물론 아빠를 위한 작은 가사노동은 남겨놓습니다 ^^
아. 그리고 월요일 오전엔 엄마와 또 같이 청소를 하네요.
주말내내 벌려놓은 장난감들을 싹 치워놓아야 평일에 신나게 펼쳐놓고 놀 수 있으니까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저 저절로 짠하고 이루어져있던, 깔끔한 집안과 먹거리들이 내 어머니가 힘들게 만들어놓으셨던 환경이라는 것을요..
생산을 위한 재생산의 시간과 노동이 필요하다는걸.
결혼과 육아를 통해 배우게 되었습니다.
우렁각시같은 엄마가 좋은 엄마일까요?
여러분들에게 질문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