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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만으로도 아동학대 막을 수 있었는데…

2015. 05. 04
조회수 1569 추천수 0

모래를 써 그린 그림(샌드아트). 어른의 학대로 마음이 시들고 영혼이 죽어가는 아이를 묘사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제공
[탐사기획] 부끄러운 기록 ‘아동 학대’
모든 영유아에게 무료 제공되지만 피해 아동은 거의 못받아
문진 과정서 학대 ‘징후’ 포착할 수 있어…검진 내실화 시급
학대로 사라진 아이들은 이 나라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평등하게 제공되는 ‘영유아 건강검진’과 ‘어린이 국가예방 접종’ 권역에서도 비켜서 있었다.

두 제도는 아이들의 생존·발달권에 국가가 개입하는 가장 원초적 복지다. 이를 통해 아동학대 여부를 직접 검사, 문진하진 않는다. 하지만 의료 전문가와 접점을 확보해 ‘안녕’을 확인받는 길이, ‘사라진 아이들’에겐 애초 멀었다.

■ 영유아 건강검진

영유아 검진 자격(2002년 10월15일 이후 출생 등)을 갖춘 채 2002~2014년 학대로 숨진 아이들 75명 가운데, 영유아 검진을 단 한차례라도 받은 이들은 15명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5명에 1명(20%)꼴이다.

사망 75명중 20%만 1차례 이상 검진
일반 아동 68%에 견줘 큰 차이 보여

필수예방 접종 건수도 40% 안 넘어
1번도 못받은 아이 75명중 5명이나

75명 가운데 1차 영유아 검진 기간(생후 4~6월) 이전에 숨진 24명, 출생신고도 되지 않은 3명이 포함되어 있다. 나머지 48명은 각기 생애에 따라 최소 189차례(구강검진 포함)의 영유아 검강검진을 받을 권리가 있었다. 이 가운데 15명 아이들이 모두 35차례(18.5%)만 이용했다. 이들 대상으로만 한차례 이상 영유아 검진을 받은 비율(15명/48명)을 따져도 31.3%다. 사실상 학대사망 아이들에겐 유명무실한 의료 복지인 셈이다.

일반 아이들의 수검 실태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2014년 건강보험 가입 아동 292만2696명 가운데 199만5877명(68.3%)이, 기초생활수급자 등 의료수급권 아이들 3만4452명 가운데에서도 2만6425명(76.7%)이 한차례 이상 영유아 검진을 받았다.

이는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건강보험 내역을 분석한 결과다. 하지만 학대사망 아이들의 영유아 검진 수검률은 그조차 과잉추정되었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2008~2014년 영아(신생아) 살해 피해아동(59명), 살해 후 자살 피해아동(92명·추정치), 2010~2014년 0~2살 무연고 사망 아이(34명)는 영유아 검진 자격을 추적조차 할 수 없어 조사 대상에서 애초 제외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0살에 숨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악의 경우 260명 가운데 15명만 영유아 검진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정도 무리가 아니다. 100명 중 6명(5.8%)만 검진받은 꼴이 된다.

학대사망 아이들은 특히 생후 42~53개월 대상의 구강 2차 검진과 66~71개월 쪽 7차 건강검진 수검률이 ‘0%’였다. 반면 2차(9~12개월), 3차(18~24개월) 수검률이 각각 33%, 37%로 그나마 최고였다. 지난해 의료수급권 아이들의 75~76%가 3·4차를, 64%가 7차 검진을 받았다.

최소한 2, 3, 7차 검진부터 보호자에게 의무화해 아동학대 여부를 검사하게 한다면 ‘징후’를 포착할 여지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민선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 진료교수는 “상처가 자주 발생했는지, 위생 상태가 안 좋은지, 예전 병이 제대로 치료되지 않은 적이 있는지, 충치가 더 많아졌는지, 손상 부위와 (보호자가 설명하는) 병력이 불일치하는지 등을 판단해 아동학대 여부를 살필 수 있다”고 말했다.

2011년 2월에 태어난 정아무개군은 지난해 3월 세살 삶을 마감했다. 숨진 뒤에야 아버지(23)에 의한 아동학대 사실이 경찰 조사로 드러났다. 20대 부모는 게임방에서 만나 결혼했고, 2014년 초 사실상 별거했다. 2014년 3월7일 밤 게임방에 가려던 아버지 정씨는 아들이 잠에 들지 않자 코, 입을 막아 숨을 앗았다. 그달 말 집에 돌아와 아이를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렸다. 정군의 엄마 김아무개(22)씨는 4월5일 아이 실종 신고를 했다.

정군은 2012년 6월, 2012년 10월에 이어 2014년 1월17일 영유아 정기검진을 받았다. 이미 가정이 위태로운 시점이었다. 영유아 검진에서 면밀한 문진이 이뤄졌다면, 아동학대 조짐이 적발됐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 숨진 이아무개(당시 2살)양도 그해 8월에만 두차례(3차 검진, 1차 구강검진) 검진을 받았다. 의료진과 조우한 지 석달여 만에 숨진 것이다. 이양을 목 졸라 죽인 엄마 구아무개(39)씨는 산후우울증을 오래 앓고 있었다.

학대받는 아이들에겐 ‘119’가 없다. 일상적인 의료 방임으로, 허술한 영유아 검진으로 학대는 가려지고, 더 자란다.

■ 어린이 국가예방접종

필수예방접종 실태도 유사했다. 2002~2014년 학대사망 아이들 가운데, 대한민국 ‘예방접종 등록관리 정보시스템’을 통해 예방접종 내역이 추적되는 이들은 85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출생 내지 사망일자가 부정확하거나 주민번호 불일치, 정보시스템에 애초 등록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태어나 숨지기까지 필수예방접종을 단 한차례라도 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85명의 아이들이 저마다의 생애 동안 표준예방접종 일정에 따라 제공받아야 할 필수예방접종 건수는 모두 1383건이었다. 이 가운데 실제 접종은 532건(38.5%)으로 4할을 넘지 못했다. 85명 가운데 52명(61.2%)이 각기 부여된 전체 필수접종 건수의 절반도 제공받지 못한 데 따른 결과다.

85명은 평균 16건의 접종 권리가 있었다. 하지만 55명(64.7%)이 7건 이하, 46명(54.1%)이 5건 이하였다. 태어나 단 한번도 예방접종을 받지 못한 이들은 5명이었다.

임인택 하어영 기자 imit@hani.co.kr, 자료분석 서규석 quixote7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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