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틸 앨리스>의 한 장면.
알츠하이머 다룬 ‘스틸 앨리스’
자신을 지키려는 싸움 사실적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작
영화 후반부, ‘앨리스’와 또 다른 ‘앨리스’가 컴퓨터 화면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다. 자신에게 보내온 영상편지가 흘러나온다. “안녕, 앨리스. 내가 너야. 너는 훌륭한 교수였고, 예쁜 세 아들딸이 있단다.”

화면 속, 과거의 앨리스(줄리안 무어)는 미국 유명 대학의 교수로서 뛰어난 지성과 행복한 가정을 가지고 있는 50살 여성이다. 아이들도 변호사와 의사로 성장했다. 다만 대학에 가지 않겠다는 막내딸 리디아(크리스틴 스튜어트)만 골칫거리다.

반면, 현재의 앨리스는 초점이 풀린 듯한 멍한 표정이다. 그는 이제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집안에서 화장실을 찾지 못하고, 딸를 알아보지 못한다.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른다. 유전성 알츠하이머병(치매)에 머리 속 모든 기억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동명의 유명소설을 영화화한 <스틸 앨리스>(30일 개봉)는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고통과 자신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그렸다. 이 병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주로 환자 주위 사람의 고통에 초점을 맞췄다면, <스틸 앨리스>는 환자가 겪는 고통을 깊게 들여다봤다.

누구든 불치병에 걸릴 수 있다. 이 영화가 빛나는 이유는 앨리스가 운명에 맞서 싸우는 과정이 사실적이면서도 설득력 있게 펼쳐 보였기 때문이다. 최고의 지적 능력을 갖췄지만, 병의 진행과 함께 지적 수준이 끝간 데 없이 추락한다. 그 변화를 알기에 너무나 비참하다. 그래서 “차라리 말기 암이었으면 좋겠어”라며 흐느낀다.

앨리스는 연기처럼 사라져가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초등학생처럼 단어 공부를 하더니, 증세가 심해지면서 자식들 이름을 아이폰에 적어두고 외우고 또 외운다. 앨리스가 아직 자신의 일부를 기억하고 있을 무렵, 알츠하이머병 관련 협회에 강연자로 나서는 대목도 명장면이다. 앨리스는 말한다. “내 자신으로 남기위해, 지금 이 순간을 살려 합니다.”

영화는 줄리안 무어였기에 가능하다고 싶을 정도로, 그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 그가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는 게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다. 영화를 공동연출한 리처드 글랫저 감독은 이 영화를 끝으로 세상을 등졌다. 그는 루게릭병 선고를 받은 뒤 이 영화에 혼신의 열정을 다했다고 한다.

치매는 영화의 단골 소재이다. 기억을 잃으면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것은 ‘극적 재미’를 주는 까닭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향은 조금씩 다르다. 현재 상영 중인 <장수상회>(감독 강제규)는 가족의 사랑 쪽으로 물꼬를 텄다. 지난해 개봉한 <5일의 마중>(감독 장예모)은 완전한 치매는 아니지만, 중국 문화대혁명에 대한 비판과 부부의 사랑을 담았다.

2006년 <어웨이 프롬 허>(감독 사라 폴리)는 온전히 부부 간의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 남편과 결혼한 기억조차 잃은 부인이 요양원에서 다른 남자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자, 남편은 아내의 사랑을 지켜주기 위해 아내를 격려하고 스스로를 희생한다. 주디 덴치 등이 주연한 2001년 <아이리스>(감독 리처드 이어)는 유명 소설가가 말을 잃어가는 과정을 담았다. <스틸 앨리스>와 유사한 설정이다. 이용철 영화평론가는 “지식인한테 알츠하이머병은 자신의 존재 기반인 언어를 잃고 비참해지는 것이기에 말기 암 이상으로 공포스런 대상”이라며 “여기에 노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가족의 문제로 등장한 것이기에 일반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듯하다”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위 내용은 2015년 4월 21일 인터넷한겨레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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