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영재·창의성 교구? 우리 주변에 놀이감이 수두룩!

하태욱·차상진 2011. 11. 05
조회수 11066 추천수 0

전공이 유아교육인지라 ‘유아교육 박람회’니 ‘교재교구 박람회’니 하는 각종 행사에 참가할 일이 종종 있습니다. 그런 행사는 한국뿐만 아니라 제가 공부했던 영국, 하이스코프 본부가 있는 미국에서도 가끔 참가할 기회가 있는데 그들과 비교해본다면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풍경이 있습니다. 그것은 ‘영재교육’ ‘창의성 교육’을 아예 대놓고 광고한다는 것이죠. 유럽에서 수입한 창의영재블록이니, 아이들의 오감을 자극해서 창의력을 쑥쑥 키워준다는 오감자극장난감 등등.. 이것만 가지고 놀면 아이들은 창의력을 겸비한 영재가 된다는군요. 그 대담함과 자신감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영재교육이니 창의력 교육이니 하는 말은 너무 거창해서 오히려 말이 안 되게 느껴지기에 저는 적잖은 거부감을 갖고 있습니다만, 가끔은 정말 잘 만들어진 듯해서 유심히 보게 되는 놀잇감들이 있습니다. 이걸 가지고 아이들과 이런 저런 활동을 해보면 재밌겠다하는 아이디어가 머릿속에 떠오르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 가격에 또 한 번 놀랍니다. 제 옆에서 함께 가격을 듣고 흠칫 놀라는 한 젊은 엄마를 특유의 민첩함으로 눈치 챈 담당자는 더 열을 올려 설명을 계속합니다. 이것은 유명 연예인 아무개도 구입한 제품이며, 뒤처지지 않는 아이로 키우려면 이 정도는 구입해줘야 한답니다. 아킬레스건을 제대로 건드려줍니다. ‘유명 연예인’ 얘기에 혹하는 마음이 생겼다가, ‘뒤처지지 않게’라는 대목에서는 발끈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내 아이가 뒤처진다는데 몇 개월 할부로라도 카드를 날려줘야 할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좋은 놀잇감은 꼭 그렇게 큰돈을 들여야만 마련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가 조금만 시야를 넓히면 아이들의 감성과 창의력을 자극할 수 있는 놀잇감은 얼마든지 바로 주변에서 찾을 수 있답니다.

  

오늘은 아이들의 놀잇감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아이들 ‘놀이’에 쓰이는 ‘감’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했으니 우선 우리 아이들의 놀이에 대해 공부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많은 학자들이 유아기 ‘놀이’의 중요성에 대해서 연구하면서 아이들의 놀이 종류에 대해 많은 분석을 해왔습니다. 그 종류의 구분은 학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여기서는 이해하기 쉽도록 크게 탐구놀이, 만들기 놀이, 역할놀이(흉내놀이), 게임 4가지로만 구분하고자합니다.


첫 번째, 탐구놀이입니다. 탐구놀이는 어떤 물체나 사물, 생명체 등의 기능이나 속성을 탐구하는 놀이형태로 아이들의 오감이 총 동원되는 놀이 형태입니다. 예를 들면, 엄마 품에 안겨있는 아기가 엄마 목에 매달려있는 목걸이 페넌트를 끌어다 입에다 넣는다거나, 아파트 화단에 새로 피어난 꽃 한 송이를 발견한 아이가 그 꽃을 만져보고 냄새를 맡아보는 것, 아빠의 새 스마트폰을 이래저래 조작해보는 일 등이 이 놀이에 해당되겠습니다. ‘오감이 총 동원되는 놀이형태’라고 했으니 이 놀이에 알맞는 놀잇감은 아무래도 오감을 충분히 자극할만한 것이 좋겠지요. 택배상자 속에 들어있는 톡톡 터지는 포장비닐, 로즈마리 한줄기, 레몬 한 조각도 탐구놀이를 위한 훌륭한 놀잇감입니다.

  

두 번째, 만들기 놀이입니다. 만들기 놀이는 말 그대로 무언가를 만들거나 쌓고 세우는 놀이형태로, 아이들은 다양한 물건으로 저마다의 창작물을 만들어냅니다. 아주 흔하게는 크레용으로 그림 한 장을 그려내는 일부터 시작해서, 블록으로 우주선을 만들거나, 큰 바위 사이에다 나뭇가지와 낙엽을 이용해 근사한 본부를 짓는 일까지 모두 이 놀이형태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놀이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자극할 수 있는 다양한 재료가 필요합니다. 집집마다 있는 레고블록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밀가루 반죽, 나뭇가지, 냉장고 같은 큰 제품이 들어있던 커다란 상자, 계란판, 털실, 코르크마개...일일이 나열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세 번째 놀이 종류를 볼까요? 아이들 놀이의 백미라 말할 수 있는 역할놀이(흉내놀이)입니다. 가상의 존재를 연기하거나 흉내 내는 놀이지요. 어린 유아들의 동물흉내부터 엄마놀이, 병원놀이, 시장놀이, 파워레인저 놀이까지 모두 이 부류에 속합니다. 혹시 값비싼 공주드레스나 파워레인저 코스튬, 병원놀이세트 정도를 떠올리고 계시나요?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기 역할을 표현할 수 있을만한 도구라면 뭐든지 가능합니다. 보자기, 무릎담요, 밧줄, 쌀포대, 어른들의 오래된 액세서리, 각종 부엌용품 등...아이들의 창의력은 작은 상상력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마지막 놀이형태는 게임입니다. 정적이거나 동적인 여러 종류의 게임이 모두 여기에 속합니다. 각종 보드게임, 공, 라켓 말고도 다양한 크기의 주사위, 공기놀이를 위한 조약돌, 오래된 옷을 잘라 만든 콩주머니, 쌀알을 한줌 넣어 분 풍선 등등 집안에서 밖에서 우리 아이들과 할 수 있는 게임은 무척 많습니다. 공부하는 엄마아빠 덕에 늘 이면지가 넉넉한 저희 집에서는 이면지를 이용한 각종 빙고게임을 무척 많이 했었답니다. 9칸, 16칸짜리 색깔 빙고, 숫자 빙고, 동화책에 나오는 낱말 빙고...

  

이렇게 구분을 해놓고 보니 우리 아이들의 놀이가 조금은 다른 눈으로 보이시지요? 이제부터 우리가 할 일은 이러한 아이들의 놀이에 그 용도가 불분명한 ‘열린 놀잇감(Open-ended material)’을 하나둘씩 슬쩍 끼워 넣는 겁니다. 아이들의 다양한 놀이를 지원하기 위한 놀잇감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찾을 수 있습니다.

  

하나, 집안 곳곳에 있는 생활용품을 다른 눈으로 살펴보십시오. 다양한 크기가 세트로 이루어진 플라스틱(스테인리스) 그릇이나 코펠 등을 꼭 들어맞게 맞춰보는 놀이는 아이들의 공간지각능력에 도움이 됩니다. 보자기로 공주드레스를 대신해보면 어떨까요? 마늘짜개에 놀이찰흙을 넣고 짜보셨나요? 꼬물꼬물 지렁이처럼 삐져나오는 찰흙에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좋아한답니다.

  

둘,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시기 전에 한 번만 더 생각해보세요. 스티로폼 박스를 뒤집어 골프 티를 고무망치로 두드려 박는 못 박기 놀이는 새로운 경험입니다. 7살 장난꾸러기들이 박카스 뚜껑을 두드려 만든 작은 철판은 딱지가 되고, 시장놀이에서 돈을 대신합니다. 두루마리 휴지심을 모아 성을 만들었던 제가 아는 여섯 살 꼬마 숙녀는 지금 예고생이 되어있답니다.

  

셋, 자연에서 온 물건은 그 자체로 훌륭한 놀잇감이 됩니다. 조개구이, 해물탕을 먹고 가져온 껍질들을 깨끗이 씻어 말려주었더니 아이들이 앉아서 그 종류를 분류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모양대로 때로는 크기대로 이 조개껍질들을 분류해 봅니다. ‘가르기와 모으기(분류하기)’는 과학적 사고로 가는 매우 중요한 기본능력 중 하나라는 걸 혹시 알고 계시나요? 산에서 주워온 도토리를 아이가 하나씩 세고 있습니다. 엄마는 옆에서 수정액으로 도토리 위에 숫자를 써주고 있네요. 수학 학습지보다 더 재미있겠죠? 아이들 물놀이에 마른 미역을 한 토막 넣어줍니다. 바삭했던 것이 흐물거리게 되는 변화를 관찰함은 물론 피부에도 좋다고 합니다.

  

둘러보면 재료는 무궁무진합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 재미있었던 장난감이 꼭 비싼 장난감은 아니었네요. 장난감까지 교육적 관념으로 챙겨줄 수 없었던 어려운 시절에도 아이들은 주변에서 보이는 별의별 물건들을 가지고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일상적인 사물에 재미를 불어넣는 것, 그것이 바로 창의성의 핵심입니다. 전화기는 전화만 거는 도구라는 발상을 깨고서 아이폰이 나왔다는 걸 생각해보면 우리 아이 창의성은 비싼 창의성개발 교구보다는 주변에서 찾는 것이 더 맞을 듯 합니다.

 

 유해성분 제로! 엄마표 놀이 찰흙 만들기


  Chan1.jpg


 <준비물>

     밀가루 2컵, 소금 2컵, 물 2컵, 주석산(Cream of tartar) 4티스푼, 식용유 2티스푼, 식용색소 약간

  

   <방법>

 1. 준비물을 코팅된 냄비에 분량대로 넣고 잘 섞어줍니다.

 2. 중불에서 저으면서 끓여줍니다. 반죽이 서로 엉겨 붙으면 불에서 내려 잘 뭉쳐줍니다.

    (전자렌지에서도 가능합니다. 반죽을 넣고 1분후 꺼내 잘 섞어줍니다. 다시 반죽을 넣고 1분 더 돌려줍니다. 질감의 변화를 보면서 이 과정을 반복합니다.)  


 * 식용색소, 주석산은 제빵재료를 판매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쉽게 구매 가능합니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주석산’이라고 쳐보세요.

 * 식용유 대신 베이비오일을 사용하면 사용기간이 조금 늘어납니다.

 (식용유는 너무 신선해서 얼마 안가 기름 절은 냄새가 나기도 합니다)

 * 입자가 고운 꽃소금을 일반적으로 사용하지만, 굵은 소금을 사용하면 부드러운 반죽 안에서 까끌거리는 굵은 소금의 입자가 느껴집니다. 촉각을 자극할 수 있는 놀잇감이 되겠지요.

 * 각종 아로마 오일, 바닐라 에센스 등 향이 나는 물질을 섞어주면 아이들의 후각도 자극할 수 있겠죠.

 * 여러 가지 색깔보다는 빨강, 파랑, 노랑 삼원색으로 만들어주세요. 두 가지 이상의 색을 섞어 새로운 색을 만들어내는 교육적 경험이 가능하답니다.


Chan2.jpg 



※참고문헌

-Nancy Vogel (2009). Setiing up the preschool classroom. HighScope Press.

-Mary Hohnman & David Weikart (2002). Educating Young Children. HighScope Press.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하태욱·차상진
우리 시대 교육의 대안을 찾는 교육학자이자 학부모이며 교사이자 실천가. 하태욱은 교육사회학·교육정책·대안교육을, 차상진은 유아교육을 각각 전공했지만, 삶과 밀착된 교육, 아동중심적 교육관의 측면에선 같은 교육관을 갖고 있다. 한국에 돌아와서 하태욱은 대학 강의와 더불어 대안교육연대와 대안교육학부모연대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교육적 대안 마련을 위해 뛰어다니고, 차상진은 아동의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배움을 강조하는 유아교육 프로그램 ‘하이스코프(www.highscope.org)’의 교사·학부모 교육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이메일 : uktaeha@yahoo.co.kr      

최신글




  • 아이들 싸움에 대처하는 부모의 자세아이들 싸움에 대처하는 부모의 자세

    하태욱·차상진 | 2015. 02. 25

     “언니,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해? 오늘 미나 담임선생님한테 전화가 왔었어. 어제 성재란 아이 엄마가 쪽지 하나를 가지고 선생님을 찾아왔대. 쪽지를 보니 “성재야, 난 네가 너무너무 싫어. 이 쪽지 아무한테도 보여주지 마.” 이렇게 ...

  • 폭력적 체벌 방지 CCTV만 달면 될까폭력적 체벌 방지 CCTV만 달면 될까

    하태욱·차상진 | 2015. 02. 05

    한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보육교사의 폭력적 체벌사건으로 온 세상이 술렁였다. 정부의 대응이나 대책들은 핵심을 짚어내지 못했고 엉뚱한 곳에서 헛손질로 철학의 빈곤을 드러내면서 분노나 냉소의 대상이 되고 있는 분위기다. 그 사이 정작 짚어져야...

  • '학원빨 암기'보다 꼭 필요한 삶의 연습'학원빨 암기'보다 꼭 필요한 삶의 연습

    하태욱·차상진 | 2014. 07. 07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 두 달 반이 흘렀습니다. 십여 명의 실종자들은 아직도 그 소식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너무 미안해서 감히 ‘미안하다’는 말조차 내뱉기 힘들었고, 또 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까봐 두렵...

  •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삶의 연습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삶의 연습

    하태욱·차상진 | 2014. 02. 24

    화제가 되었던 ‘꽃보다 누나’를 뒤늦게 인터넷 TV로 몰아 보았습니다. 꽃누나들의 짐꾼으로 나섰던 이승기가 짐꾼이 아닌 누나들의 ‘짐’으로 전락하는 좌충우돌 해프닝이 참 재미있더군요. 훤칠한 훈남에 엄친아로 대표되는 이승기가 왜 ‘허당’...

  • 아이들의 쓰기 발달 과정아이들의 쓰기 발달 과정

    하태욱·차상진 | 2013. 11. 21

    제 아이가 만 4살쯤 되었을 무렵일 겁니다. 하루는 꾸중을 듣고 제 방으로 들어가서는 한참을 있다가 종이 한 장을 들고 나왔습니다. “나쁜 엄마한테 주는 편지야.”라는 말과 함께 건네준 종이에는 도통 알 수 없는 암호(?)가 적혀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