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구구단 거꾸로 외우면 워킹메모리 커져요

김영훈 2015. 03. 31
조회수 11843 추천수 0

워킹메모리의 발달


아이들이 사고력이 발달하려면 두가지 능력이 필요합니다. 하나는 인지적 유연성입니다. 이는 첫 번째 시도가 실패했을 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안적 방법을 찾거나 수영장 부근에서는 뛰어다니지 않는 것처럼 상황에 맞게 행동을 조정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다른 하나는 워킹메모리로 단기간에 작업 관련 정보를 기억하는 능력입니다. 예를 들어 이미 시도한 적이 있는 퍼즐을 맞출 때 그 해결책을 떠올리는 것입니다.


사고의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생후 5-6개월경에 발달하기 시작하는 워킹메모리입니다. 워킹메모리가 없었을 때 아기들은 오로지 그때그때 보고, 듣고, 만지고, 맛보는 것에만 반응했습니다. 하지만 일단 아기가 단기적이나마 사람, 사건, 물건들을 기억하기 시작하면 아기의 세계는 훨씬 더 커지고, 아기는 깨어 있는 동안 늘 워킹메모리 능력을 갖게 됩니다. 아기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워킹메모리가 발달하면, 담요 아래에 아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숨겨 놓았을 때 아기는 워킹메모리를 활용하여 담요를 치우고 장난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는 아이가 장난감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장난감을 숨기는 행동 역시 기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워킹메모리는 언어능력이 생성되기 전에 형성되기 때문에, 아이들은 언어적 워킹메모리보다 비언어적 워킹메모리가 먼저 발달합니다. 하지만 일단 언어능력을 갖게 되면 아이들의 워킹메모리는 훨씬 확장되는데, 그 이유는 아이들이 정보를 되살릴 때 시각적 이미지와 언어를 동시에 끌어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린 아이들과 10대들은 워킹메모리가 요구되는 일을 할 때 성인들처럼 두뇌를 넓게 쓰기 보다는 전두엽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들과 10대들이 워킹메모리를을 보다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성인들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는 곧 어린 아이들과 10대들이 과제를 할 때 워킹메모리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어린 아이들과 과제를 할 때는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내용을 짧게 구성하여야 하며 하나의 활동에는 한두 가지의 지시 사항만 주문하여야 합니다. 그 이유는 워킹메모리가 부족하여 복잡한 지시 사항을 잘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세 가지 이상의 과정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학령기 아이들은 미취학 아이들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양의 워킹메모리를 수행해야 합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거의 매일 숙제를 내어주고, 가정통신문을 주면서 부모의 사인을 받아오라거나 급식비를 가져오라고 통지를 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부모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선생님이 무얼 지시했는지 꼼꼼하게 물어보기도 하고, 학교 가기 전에 가방을 잘 챙겼는지 확인하기도 합니다. 워킹메모리는 그림책을 읽을 때 주인공이 조금 전에 무엇을 했는지를 기억하는 것처럼 단순한 과제도 수행하지만, 다단계 과정이 제대로 돌아가는지를 평가하는 동시에 그 과정을 밟아나가는 것처럼 복잡한 과제도 수행합니다.


워킹메모리는 정보로 무언가를 하고 있는 동안 그 정보를 머릿속에 일시적으로 보유하게 합니다. 워킹메모리가 뛰어난 아이들은 정보를 좀 더 효율적으로 처리하여, 자극에 더 빨리 반응하고, 문제를 해결할 때도 뇌 활동을 덜 요구합니다. 워킹메모리가 뛰어나면 집중에 방해가 되는 것이 있어도 굴하지 않습니다. 일시적으로 주의를 다른 데 돌리고 나서 다시 작업으로 되돌아올 때도 자기 자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워킹메모리는 학령기 중반까지 빠르게 성장하고, 그런 다음 청소년기 중반 안정기에 접어들 때까지는 서서히 성장합니다. 그 이후 성인기 내내 매우 천천히 줄어들며, 노년기에는 조금 빨리 줄어듭니다.


워킹메모리의 뇌


기억의뇌.jpg워킹메모리는 대부분 전두엽에서 통제하기 때문에, 전두엽은 집중력을 유지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해마는 워킹메모리에 있는 정보를 장기 저장소로 보내고 학습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기억 과정은 수일에서 수개월이 걸리기도 합니다. 해마는 워킹메모리에 새로 전달되는 정보를 기존의 저장된 경험과 비교하는데, 사고과정에 필수적인 단계입니다. 워킹메모리가 잘 수행되려면 전전두피질과 전측대상피질이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전전두피질은 다른 뇌 영역들을 활성화하거나 억제함으로써 목적을 위해 행동을 이끌어냅니다. 전측대상피질은 인지적 통제가 요구되는 작업에서 실행상의 실수를 감시하거나 찾아내는 역할을 하며, 충돌하는 정보 중에서 결정을 내릴 때 활성화합니다. 전측대상피질은 또한 안와전두피질, 해마, 편도체와 연결되어 감정을 제어합니다. 그 외에도 두정엽은 시공간 워킹메모리와 관련이 있으며 측두엽은 언어 워킹메모리와 관련이 있습니다.


리더십이 뛰어난 아이는 아이디어를 기억 속에 저장할 수 있고, 놀이에 참가하는 동안 어떤 식으로 친구를 도울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톨켈 클링베르그의 연구에 의하면 워킹메모리에 관여하는 뇌가 어린 시절 리더십을 향상시키는 데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워킹메모리가 아이의 조직화 능력과 관련되어 있으므로, 리더십을 키우는 능력도 바로 거기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워킹메모리 키우기


단순하고 기계적으로 이루어지는 암기학습은 뇌의 유연성을 떨어뜨립니다. 따라서 구구단 외우기는 뇌 발달에 그리 효과적이라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구구단을 거꾸로 소리 내어 외우면 똑똑한 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왜냐하면 거꾸로 구구단을 소리 내어 외우려면 이를 수행하기 위해 순서대로 기억하고 있는 구구단을 조작해서 거꾸로 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보를 조작하는 것은 워킹메모리의 몫입니다. 단, 구구단 거꾸로 외우기를 반복하면 뇌가 이 작업에 익숙해져 전전두엽을 활성화시키는데 별 효과가 없으므로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판단되면 중단하고, 대신 간판이나 신문의 헤드라인을 거꾸로 소리내어 외우세요, 간판이나 신문의 헤드라인은 내용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뇌에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습니다.


- 아이가 꼭 기억해야 할 일에 대해 일러줄 때는 아이의 눈을 마주보며 말합니다.

- 아이가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TV 소리 같은 외부의 방해 요소를 최소화해줍니다.

- 부모가 아이에게 말한 후에, 아이에게 부모가 한 말을 따라 해보게 함으로써 아이가 부모 말을 제대로 들었는지 확인합니다.

- 말 대신 글로 지시를 내리세요. 아이의 나이에 따라 그림 일과표, 목록, 시간표 등을 활용합니다. 아이가 각 단계를 시행할 때마다 “시간표를 확인하렴.” 혹은 “목록을 살펴보렴.”이라고 지시합니다.

-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 기억해야 할 내용들을 미리 연습시킵니다.

- 아이가 중요한 일들을 효과적으로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을 떠올리도록 도와줍니다.

- 휴대전화 문자나 즉석 메시지 등을 활용하여 해야 할 중요한 일들을 알려줍니다.

- 중요한 정보를 기억했을 때 보상을 주거나 잊었을 때 벌칙을 부여하세요. 보상이나 벌칙은 아이의 워킹메모리가 비교적 심각하지 않을 때 효과가 있습니다.

- 암산으로 워킹메모리를 자극하고 훈련하세요.

- ‘사이먼 가라사대’라는 놀이도 워킹메모리를 자극하는데 효과적입니다.

- 책을 읽으면서 밑줄을 긋거나 표시를 해 둔 다음 다시 돌아가서 녹음기를 앞에 놓고 말로 요약을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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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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