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기질별 육아(2)] '타이거 마더' 신드롬이 아이들 망친다

박진균 2011. 10. 31
조회수 10754 추천수 0

20111101_1.JPG » 타이거 마더

올해 4월, 미국 예일대 법대교수인 에이미 추아의 ‘타이거 마더’라는 책이 우리나라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당시 미국 유력 시사주간지인 Newsweek에서도 이 책을 특집으로 다룬 것을 보면, 추아 교수의 동양식 자녀 교육 방법에 대해서 미국인들도 꽤나 관심이 있었던 모양이다. 소위 동양식 스파르타 교육이라 할 수 있는 추아 교수의 양육은 우리나라의 극성 엄마들에게도 큰 관심을 끌었을 것이다. 그녀의 교육 모토는 다음과 같다.

 

‘체육 이외의 전 과목에서 1등을 놓치는 것, 이성친구와 데이트를 하거나 학교에서 노는 것,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연습하지 않는 것 등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매우 숨 막히는 강압식 교육이지만, 그녀는 자신의 교육방식이 중국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임을 이렇게 주장한다. “중국인에게 부모란 타협할 여지가 없는 대상이다. 부모는 그저 부모이며, 자식은 부모에게 모든 것을 (별로 가진 것이 없다고 해도) 빚지고 있기 때문에 부모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그것이 자신의 삶을 파괴한다고 해도) 해야 한다.(120쪽)” 한편 일리가 있는 말이다. ‘身體髮膚 受之父母’ 우리에게도 낯익은 명구가 아니던가! ‘부모가 모든 것을 주었으니, 부모에게 절대 복종해야 한다’는 논리인 것이다. (아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관한 이런 논쟁은 나중에 기회가 될 때 다시 이야기하겠다.)

 

너무 이야기가 무거워졌는데, 다소 거창한 육아 철학적 이야기를 과학적으로 조금 따져보려 한다. 추아 교수는 자신의 교육법으로 두 딸을 키웠으며, 올해 큰 딸은 예일, 하버드 등의 명문대로부터 입학허가를 받았고, 작은 딸은 바이올린니스트로 줄리아드 음대에 갈 예정이란다. 결과도 너무 훌륭하지 않은가? 사실 이런 종류의 육아교육 서적들은 우리 서점가에 차고도 넘친다. 딸을 이런 방식으로 키워서 미국 동부 명문대에 보냈다는 이야기, 성경적 양육법으로 이른 나이에 사법시험에 아들을 합격시켰다는 이야기 등등, 너무나도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런데 내가 이런 양육 성공기에 조금 부아가 나는 것은 왜일까? 물론 내가 어려서부터 불평이 많고 부모의 말을 고분고분 잘 듣지 않는 아이였기 때문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양육 성공기를 그대로 자녀에게 적용하는데서 오는 문제점에 대해 공감하는 부모님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먼저, 아이의 성공이 자신의 육아방법에 오로지 기인한다고 주장하는 '기인 오류'를 지적할 수 있다. A라는 사건이 B라는 사건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려면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부모가 머리가 좋아서 유전적으로 타고나게 아이도 머리가 좋은 것을 가지고, 부모가 양육을 잘해서 머리가 좋은 것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결국 아이의 성공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는 대표적인 2가지 인자, 타고난 유전적 소인과 환경적 영향을 분별하지 않은 채 환경적 영향만으로 성공을 해석하는 것은 무리한 결론이라는 것이다.

 

이즈음에서 내가 '기질별 육아'를 주장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하겠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육아서들을 보면 아이의 성공 혹은 실패를 전적으로 '어머니의 양육'의 결과로 귀결 짓는다.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 것은 어머니의 교육 성공 사례로, 아이가 틱 장애가 생긴 것은 어머니의 양육 잘못으로 해석되며, 심지어 아이의 성품 전체도 어머니의 양육의 결과로 생각하곤 한다. 이는 잘못이다. 나는 우리 사회가 아이의 타고난 기질이나 재능에 대한 이해는 너무나도 부족하고, 부모의 양육 및 가정의 환경적 영향은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의 오류는 여러 가지 폐해를 낳는다. 먼저 아이가 공부를 못하거나 정신과적 어려움이 생기면, 어머니들은 과도한 죄의식에 사로잡힌다. '내가 뭘 잘못해서 아이가 저렇게 되었을까?'하고 심히 걱정하는 것이다. 둘째로 아이의 기질이나 재능과 무관하게, 부모들은 자신의 생각대로 무리한 공부 및 성품을 아이에게 강요한다. 예로써, 그림에 재능이 있는 아이를 싫다는 영어학원에 억지로 넣는 것이나, 타고나게 내향적인 수줍은 아이에게 외향적, 사교적이 되라고 계속 압력을 가하는 것과 같이 말이다. 이는 넓게 보아 우리사회에 사교육 시장이 계속 번창하고, 아이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소아정신과에 오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냉정한 이야기가 될지 모르지만, 부모가 아이의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부모들은 인식해야 한다. 미국의 행동유전학자인 데이비드 로위는 그의 책 “The limits of family influence(가족 영향의 한계)”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대부분의 근로자 가정 및 전문직 가정의 부모들이, 아이가 향후 어른이 되어 가지게 될 특정 성향에 대해 별로 영향을 주지 못한다.(7쪽)" 또한, "사람(아동)은 환경에서 노출되는 정도가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그 다양한 환경적 노출이 그(아동)의 심리적 기능에 미치는 효과는 기능적으로 거의 동일하다.(23쪽)" 이를 다시 풀어 쓰면, 아이에게 밥을 안 준다거나 방에 가둔 채 전혀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것과 같은 극단적 방임, 학대를 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소위 좋다는 영어유치원에 보내건 그냥 동네 어린이집에 보내건 상관없이, 자신의 타고난 성향 및 재능을 발휘하는 쪽으로 자라나게 된다는 것이다.

 

다소 극단적인 주장이라는 것을 나도 인정한다. 현재 행동유전학계에서는 타고난 기질 및 지능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하는 부분이 약 50% 정도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부모가 그 나머지 절반의 성공을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여기서 경계해야 할 것은 자신의 아이에 대한 이해 없이 무분별하게 다른 아이의 성공기를 모방하는 것은 소중한 시간과 자원의 낭비라는 것이다.

 

오늘 아침, 아내와 차를 마시던 중 아내가 말했다. "애를 키워보니 결국 공부는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알았어! 공부는 결국 자기가 하는 거지. 아이도 공부 잘하면 칭찬이야 받겠지만, 공부만 하는 게 썩 즐겁지는 않잖아? 엄마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성품'인 것 같아!" 나는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성품보다 '관계'일 거라고 생각한다. 다음 시간부터는 '기질(temperament)'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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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균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기질별 육아혁명>의 저자.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연세의료원에서 정신과 전공의 과정과 소아정초년정신과 전임의 과정을 수료했다. 대전 건양대학교병원에서 전임강사 및 조교수 등을 역임하며 소아청소년 환자들을 만났고, 석사학위 논문 주제로 ‘아동의 기질’ 택하게 되면서 책을 집필하는 등 ‘기질’ 전문가를 자임하고 있다. 기질이 너무나도 다른 두 딸의 아버지로서, ‘기질에 적합한 양육’, ‘기질별 육아’를 줄기차게 부르짖고 있다. 2008년부터 소아청소년 상담클리닉에서 마음이 아픈 아이들과 엄마들을 만나고 있다.
이메일 : jinjin9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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