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자기통제력 키우기 위해 상상놀이를 하자

김영훈 2015. 03. 18
조회수 10772 추천수 0

숲놀이.JPG » 한겨레 자료 사진.


4세 준희는 태어날 때부터 키우기 힘든 아이였습니다. 갓난아기일 때는 영아 산통 때문에 밤낮없이 울어댔고, 수면 습관이 불규칙한데다 편식도 심했습니다. 아이가 좀 더 자라 좋고 싫음을 말할 수 있게 되자마자 옷을 붙어 있는 상표가 몸에 닿는다거나, 바지가 몸에 너무 꽉 낀다거나, 양말의 솔기가 거슬린다며 사사건건 불평을 해댔습니다. 또한 가족 모임이 있을 때마다 소란을 피웠고, 준희의 부모는 정확히 어느 시점에서 아이가 한바탕 짜증을 내며 떼를 쓸지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준희는 배가 고프거나 피곤하거나 과도한 자극을 받았을 때 말고는 가끔씩 이유 없이 짜증을 내곤 했습니다. 


아이는 짜증을 내는 것 말고는 달리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준희의 부모는 아들의 문제 행동들을 줄여줄 수 있는 방법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준희를 가능한 한 일정에 맞추어 행동하게 했습니다. 기상시간, 취침 시간, 식사 시간, 목욕 시간을 매일 규칙적으로 정했으며 TV시청시간을 제한하고, 조금이라도 폭력적 성향이 있는 만화는 못 보게 했습니다. 그리고 잠자기 전에 규칙적으로 해야 할 일을 정해두었습니다. 집으로 친구를 초대하는 날에는 한 번에 한 아이만 오게 했고, 절대 1시간 30분 이상 머물지 않도록 했습니다. 또한 가족 모임에 초대를 받았을 때는 일부러 늦게 도착해서 조금 일찍 자리를 떴고, 가능하다면 부모 중 한 사람은 모임이 진행되는 동안 준희를 데리고 나가 산책을 하곤 했습니다. 가족들이 이런 식으로 행동 방식을 바꾼 결과, 준희의 짜증과 난동은 놀라울 정도로 줄어들었습니다.


특정한 사람이나 특정한 사건에 반응하거나 반응하지 않는 능력은 행동조절의 핵심이 됩니다. 만일 아이가 생각하기 전에 행동부터 한다면 앞으로도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다분합니다. 반대로 어린 아이가 탐나는 물건을 앞에 두고도 그 물건에 즉시 손을 대거나 집어들지 않는 모습을 볼 때 아이의 자기통제력에 감탄하기도 합니다. 아기들은 생후 6개월 경에 반응억제 능력을 싹틔우기 시작합니다. 비록 초기에는 뚜렷한 변화를 감지하긴 힘들지만 6개월에서 12개월 사이에 아기의 반응억제 능력은 놀라울 정도로 발달합니다. 9개월 된 아기가 옆방에 있는 엄마를 향해 기어가는 걸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불과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엄마를 향해 기어가다가도 도중에 좋아하는 장난감을 발견하면 정신이 팔려 가는 것을 멈추던 아기가 이제는 장난감을 지나쳐 곧바로 엄마에게 기어가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시기의 아기들은 상황에 따라 특정한 감정적 표현을 자제할 줄도 알게 됩니다.


아이들은 반응 억제력을 통해서 부모의 행동과 언어를 모방하고 이것을 내면화하기 시작합니다. 부모들은 나름대로의 판단에 따라 때로는 아이로부터 조금 떨어져서 지켜보며 감독하거나, 제한 범위를 조금 더 넓히거나 지시를 더 내린다거나, 아니면 다른 전문기관에 아이를 보내 이러한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반응억제력이 취약한 아이들은 감정 조절도 서툰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생각 없이 행동하거나 생각하기 전에 감정이 먼저 격해져서 입에서 나오는 대로 심한 말을 한다거나, 화낼 이유가 없는데도 벌컥 화를 내곤 합니다. 융통성이 없고 고집스런 아이들 역시 감정조절에 취약한 경향이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예기치 않게 계획이 바뀌었을 때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반응억제, 감정조절, 융통성이 세가지 실행기능이 모두 취약한 아이들도 있는데, 그런 아이를 둔 부모들은 매일매일 고난과 시련 속에서 위태롭게 서 있는 자녀를 지켜보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미취학 아동의 만족 지연 능력은 10년 뒤 이 아이들의 SAT점수와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또한 청소년기의 스트레스와 좌절감에 대처하는 능력뿐 아니라 집중력과도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수학 및 읽기 과목의 성적도 행동을 억제해 만족감을 유보하는 능력과 상관관계가 높습니다. 이들 과목을 학습하려면 집중력과 끈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가 될 것입니다. 자기통제력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향상되기 때문에 계속해서 학업 성과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중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학년 초의 자기절제로 학년 말의 성적과 출석을, 표준화 학력평가 점수를 예측하기도 합니다. 자기통제력이 강한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점수가 높았습니다.


자신의 행동을 규제하는 능력은 학업 성적뿐 아니라 원만한 대인관계에도 중요합니다. 행동을 스스로 절제하는 데 능숙한 아이들은 분노와 공포, 불편함을 덜 드러내고, 같은 나이의 또래들보다 공감 능력도 뛰어납니다. 어떤 연구자는 심지어 몇 년이 지나도 이러한 아이들이 사회적으로 좀 더 유능하고 인기가 많을 거라고 예측하기도 합니다. 아마도 이 아이들은 자기 감정을 잘 절제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의식적으로 행동을 억제하고, 충동을 제어하고 행동을 계획하는 등의 의도적인 통제는, 생후 27개월에서 30개월 사이에 처음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비스킷 통 안에 손을 넣지 않아야 할 때 마음속 목소리에 따를 줄 알게 됩니다. 아이들은 만 2세와 3세 사이에 지시에 따라 행동을 억제하는 능력을 발전시킵니다. 그리고 나서 만 4세까지 의도적 통제 능력의 급격하게 발달하고, 만 7세 무렵에는 조금 더디게 개선됩니다. 주의집중력은 학령기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좋아지며, 10대 후반이 되면 성인 수준에 이릅니다.


자기통제력의 발달은 감수성기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성인의 경우에도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훈련을 하면 자기통제력이 향상될 수 있습니다.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가 지적했듯이 자기통제력은 근육과 같아서 사용하면 할수록 더욱 향상됩니다. 바우마이스터의 연구에 따르면 장기통제력은 다이어트에서 돈 관리, 왼손 양치질에 이르기까지 규칙적으로 연습하기만 하면 유형과 관계없이 향상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몇 주간 이러한 훈련을 했던 대학생들은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돈 관리하기, 집안일 하기 등 자기통제가 필요한 다양한 작업을 완수하는 능력이 향상되었습니다.


어린아이들이라도 자기 행동의 방향을 잡는 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혼자 또한 다른 아이들과 상상놀이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들이 도울 수 있는 길은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고 열광하는 것을 추구하도록 격려하는 것입니다. 어떤 아이들은 음악을 만드는 것에 마음을 빼앗기는 반면, 어떤 아이들은 성을 쌓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이들이 정확하게 무엇에 흥미를 느끼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어떤 활동에 강하게 이끌리는 한, 자기통제력은 높아질 것입니다. 평균 만 4세 된 아이에게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서 있으라고 하면 1분도 못 가서 자세가 흐트러지고 맙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성을 지키는 보초병 역할을 하라고 하면, 아이는 가만히 서 있으라고 할 때보다 4배 정도 더 오래 자세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상상놀이가 재미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부모는 아이들이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놀이를 선택해 성취동기를 부여할 수 있으며, 이런 성취동기는 자기통제를 가르쳐줍니다.


상상놀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놀이의 규칙을 따르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학교놀이를 하려면 선생님이나 학생처럼 행동해야 합니다. 제멋대로 아이처럼 행동하려는 충동을 억제해야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어린 시절의 놀이 경험을 통해 성인이 돼서도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행동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도 상상놀이를 통해 3-4세 아이들이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는 법을 가르칠 수 있습니다.


행동을 변화시키려고 할 때 초기 단계에는 아이의 문제 행동들이 점점 좋아지기보다는 오히려 뒷걸음질 치는 경우가 흔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잠들 때까지 부모가 옆에 있어주지 않는다면, 혼자 자길 거부하며 계속 울어대는 행동을 보인다고 해보세요. 부모가 아이의 이런 행동을 고치기로 마음먹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면 아마도 처음에는 아이가 이전보다 더 크게,더 심하게 울어댈 것입니다. 감정 조절이나 반응억제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부모가 행동을 취할 때, 특히 부모가 더 나은 행동 방식을 가르칠 목적으로 아이가 문제행동을 할 때 이를 무시하는 전략을 취한다면 아이는 분명 처음에는 발전보다는 퇴행을 보일 것입니다.


부모가 아이의 행동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내거나 변화시키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세 가지 전략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외부 요소나 환경 등과 같이 이전 상황을 변화시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가르침을 통해 행동 그 자체를 직접 바꾸는 것이며, 세 번째는 보상이나 벌칙 등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부모는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가 계단에게 굴러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보호막을 세우고, 깨지기 쉬운 물건들은 아이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올려두며, 아이가 좀 더 자라면 충분한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일정을 짜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먹이고, 식사 시간이나 간식 시간 외에는 다른 음식을 못 먹도록 하거나, TV시청 시간을 제한하는 등의 여러 방식으로 아이의 환경을 바꿔줄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아이의 취약한 자기통제력을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첫째, 아이를 바꾸려고 애쓰기보다는 아이의 환경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반응억제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 마당에 울타리를 두르거나 계단에 문을 달고, 깨지기 쉬운 물건들은 아예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고, 공구 창고 같은 위험한 장소는 항상 잠가둔다거나 마음대로 비디오 게임을 못하게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둘째, 상황을 미리 연습해보고 아이가 잘 대처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사전에 미리 상황에 대해 이해하고 연습해두는 일은 언제나 유용하지만, 특히 융통성과 감정조절, 반응억제에 취약한 아이들에게 이 방법은 매우 효과적입니다.


셋째, 아이가 잊지 않도록 말로 상기시켜주세요.

“놀이터에서 놀 때 어떤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 했지?, ”미진이에게 전화해서 놀러오라고 말하기 전에 뭐부터 해야 하지?“, ”집에 돌아오자마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뭐지?“ 등과 같이 확인하는 말들이 자기통제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됩니다.


넷째, 행동하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하도록 합니다.

아이들이 무엇을, 왜 하는 가에 대해 생각하고 특정한 행동을 하는 게 어떻게 위험한 것인지를 생각하게 되면 아이들은 이를 통해문제 해결력을 기를 수 있게 됩니다. 아이가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이해하게 될수록 아이들은 일련의 행동 방침을 더 잘 계획할 수 있게 됩니다.


다섯째, 사춘기를 이해하세요.

사춘기 시기에는 오히려 반응 억제력이 떨어지게 되는데, 그 때문에 방해 요소들에 좀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10대들은 감정과 충동을 관장하는 뇌의 하부와 이성적 결정을 내리는 전두엽 사이에 ‘단절’이 있습니다. 따라서 10대들은 전두엽을 통해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보다는, 직감에 의존하여 다급한 결정을 내리는 경향을 보입니다. 부모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아이들에게 한계를 정해주고 충동을 조절하는 법을 가르쳐준다면 사춘기는 무사히 넘어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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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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