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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매입형·협동조합 유치원’ 서울서 문 열어…국공립 확충 속도 내나

양선아 2019. 03. 11
조회수 3187 추천수 0
교육청 매입해 공립 전환 서울구암유치원 8일 열어 
12일엔 참여성·민주성 높인 부모협동형 유치원 개원 
서울시교육청이 관악구 한 사립유치원을 매입해 공립으로 바꾼 서울구암유치원이 8일 오전 개원해 한 어린이가 등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교육청이 관악구 한 사립유치원을 매입해 공립으로 바꾼 서울구암유치원이 8일 오전 개원해 한 어린이가 등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첫 ‘매입형 유치원’과 ‘부모협동조합 유치원’이 서울에서 문을 연다. 매입형 유치원은 교육청이 사립유치원을 사들여 공립으로 전환한 유치원이고, 부모협동조합형 유치원은 학부모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직접 유치원 운영 등에 참여하는 유치원을 말한다. 문재인 정부의 ‘국공립 유치원 취원율 40% 조기 달성’ 정책을 위해 다양한 해법들이 제시된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이 이러한 방법을 동원해 국공립 유치원 확충에 나선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이 관악구 한 사립유치원을 59억9400만원에 매입해 공립으로 바꾼 서울구암유치원이 8일 개교했다. 이 유치원에는 기존 원아 34명을 포함한 105명의 원아가 다닌다. 원장 등 교직원 21명이 새로 배치됐다. 교육청은 공립유치원 확충이 어려운 지역 내에 사립유치원을 매입해 공립으로 전환하기로 하고, 2021년까지 30개원을 매입형으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매입형은 사립 유치원의 퇴로 유형 중 하나인데, 이를 통해 국공립 유치원의 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사립 교원이 승계되지 않는 점들을 어떻게 보완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는 12일에는 국내 최초 부모협동조합형 유치원인 꿈동산유치원도 개원한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이 유치원은 학부모들이 사회적협동조합을 결성해 직접 유치원을 설립·운영·관리하는 새로운 모델이다. 박 연구위원은 “협동조합형 유치원은 교사와 부모, 시민이 참여하는 새로운 유형의 유치원이고 민주성과 침여성이 강조된 그야말로 공공형 유치원”이라며 “유치원이 마을 속의 작은 유아학교로 자리잡는데 작은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꿈동산유치원은 9학급으로 267명 원아가 다닐 수 있다. 이 유치원은 애초 1991년 3월부터 한 개인이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소유한 임대아파트단지 상가를 임차해 설립한 사립유치원이었다. 그런데 재작년 설립자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폐원 위기에 처했다. 부모와 교사들은 이 유치원이 유지되기를 바랐고, 협동조합형유치원 설립이 추진됐다. 문제는 사립학교법 관련 규정이었다. 현행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 설립·운영 규정’에서는 사립학교 건물과 토지는 설립·경영자 소유여야 한다. 다만 1997년 이런 규정에 만들어지기 전 건물을 임차해 설립된 학교들은 당국의 묵인하게 계속 운영중이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8일 개원한 국내 첫 ‘매입형 유치원’ 서울구암유치원을 방문해 어린이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8일 개원한 국내 첫 ‘매입형 유치원’ 서울구암유치원을 방문해 어린이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도적 변천 속에서 설립자 사망과 관련 규정 등으로 위기에 처했던 이 유치원은 서울시교육청이 부모협동형 유치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관련 규정을 개정해달라고 교육부에 건의하면서 해법을 찾을 수 있었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6일자로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학부모로 구성된 사회적 협동조합인 경우,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시설을 임차해 유치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학부모나 교사로 구성된 사회적협동조합이 직접 유치원을 경영하게 되면 유치원의 공공성과 투명성이 높아지고 학부모들의 희망사항을 고려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등 유치원 운영의 효율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부모협동조합형 유치원의 운영 형태를 지속적으로 점검·모니터링해 성공적으로 정착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경기 화성시 동탄에서도 학부모들이 경기도교육청의 도움을 받아 내년 3월 개원을 목표로 협동조합형 유치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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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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