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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비리 유치원, 반성은커녕 ‘개학 연기’ 대거 참여

양선아 2019. 03. 04
조회수 3281 추천수 0
한유총 이사장 설립 유치원 포함
3년간 감사 때 비리 적발 수십
‘사유 재산’ 주장하며 불법적 투쟁
“추가 비리 드러날까 두렵나” 비판
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이사장(가운데)이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유총 사무실에서 열린 `교육부의 전향적 입장변화 촉구'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이사장(가운데)이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유총 사무실에서 열린 `교육부의 전향적 입장변화 촉구'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사립유치원 단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불법적인 ‘개학 연기 투쟁’에 국민의 공분을 샀던 ‘비리 유치원’들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딸이 소유한 체험학습장을 임대해 인근 지역 체험장보다 2~3배 많은 사용료를 내고, 교재교구 납품 부정 비리가 적발된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이 설립한 경기도 화성 동탄 리더스유치원도 개학을 연기했다. 지난해 공개된 감사 결과에서 각종 비리가 드러났던 유치원들이 반성은커녕 ‘사적 재산권 보장’을 요구하며 아이들을 볼모로 개학 연기를 예고하거나 교육청 조사에 무응답한 것이다.

■ 비리 적발된 유치원들 개학 연기 줄이어

<한겨레>가 시민단체 참여연대와 함께 2016~2018년 감사에서 비리가 적발돼 명단이 공개된 유치원과 2일 낮 12시 기준 정부가 발표한 ‘개학 연기 및 무응답 유치원 486곳’을 비교 분석한 결과, 전체 개학 연기 및 무응답 유치원 486곳 가운데 비리 유치원은 75곳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전체 유치원 대비 개학 연기 비율이 높았던 지역인 충남·경북 등지에서 대형 비리유치원이 개학 연기를 주도하고 있었다.

자체조사 결과를 보면, 충남 전체 사립유치원 135곳 가운데 개학 연기 유치원은 49곳이다. 전체 사립유치원 가운데 원아 수가 200명 이상으로 3월부터 국가회계관리시스템(에듀파인) 의무화 대상인 유치원은 27곳인데, 그 가운데 21곳이 개학을 연기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 적발된 비리유치원은 10곳이나 됐다. 유치원 비리조사가 전수조사가 아니었던 점을 고려하면 참여율이 매우 높다.

경북 지역에서도 전체 사립유치원 236곳 가운데 개학 연기 유치원은 41곳이다. 이 중 에듀파인 의무화 대상은 26곳인데, 이곳 가운데 개학 연기 유치원은 6곳이다. 이들 유치원 6곳은 모두 비리유치원 명단에 있었다. 대구 지역은 개학 연기 및 무응답 유치원이 불과 7곳이지만, 에듀파인 대상이면서 비리유치원 명단에 올랐던 ‘대형 비리 유치원’ 2곳이 포함됐다.

백운희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비리유치원이 반성은커녕 사적 재산권 보장을 요구하는 건 적반하장”이라며 “개학 연기 참여 유치원들이 에듀파인 도입 등으로 드러날 비리가 많은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3일 오후 경기 용인시 수지구청에서 유치원 학부모 100여명이 불법적인 ‘개학연기’ 투쟁에 나선 한유총을 규탄하며 행진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3일 오후 경기 용인시 수지구청에서 유치원 학부모 100여명이 불법적인 ‘개학연기’ 투쟁에 나선 한유총을 규탄하며 행진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 개학 연기 참여한 ‘비리 유치원’ 감사결과 보니

개학 연기에 동참했고 지난해 감사 결과가 공개된 유치원들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들이 에듀파인 도입 등 공공성 강화에 극구 반대하는 이유가 잘 드러난다. 현재 한유총이 요구하는 ‘시설사용료’와 비슷한 ‘공적이용료’라는 명목으로 교비에서 별도 인출해 개인 통장에 보관한 사례가 있는가 하면, 교비 회계로 한유총 회비를 내는 등 각종 회계부정을 일삼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천안 ㅅ유치원은 유치원 주차장을 위해 토지를 매입한다며 교비 회계에서 2117만원을 인출해 2014년부터 설립자 개인 통장에 보관했다. 또 교비를 ‘공적이용료’ 목적으로 인출해 별도 통장으로 관리했고, 연말정산 때 과세 대상인데도 근로소득 금액에 포함하지 않은 것도 적발됐다. 서울에서 개학 연기에 참여했고 비리유치원 명단에 올랐던 강남 ㅇ유치원을 보면, 비리 종류만 5건에 이른다. 이 유치원은 교비로 2015년 3월27일부터 2017년 9월5일까지 한유총 회비를 10회에 걸려 총 447만원을 납부해 회수 조처됐다. 설립자 김아무개씨는 2017년 8월26일 원장직을 면하고 유치원 직원으로 임명됐는데, 인사발령 대장에만 인사발령일과 직원이라고만 기재하고 근로기준법에 따른 계약사항(근무기간, 업무 내용, 인건비 지급 등)이 없었다. 그러면서 원장 재직 때 지급된 관리업무수당, 직급보조비, 연구수당 등 총 1341만2920원을 부적정하게 지급해 회수 조처를 당하기도 했다.

충남 ㅅ유치원은 원장 소유의 토지에 대해 본인과 임대계약을 체결한 후 체험학습장 사용료 명목으로 수천만원의 돈을 지급했다. 충남 ㄴ유치원은 계약직원을 채용할 때 ‘성범죄 경력 및 아동학대 관련 범죄 전력’을 조회하지 않고 7명을 채용하거나 어린이 통학버스를 신고되지 않은 차량으로 운영하는 등의 위법 사실이 적발됐다.

김경희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는 “지난해 공개된 감사 결과는 전수조사가 아니어서 개학 연기 유치원 486곳 가운데 75곳만 겹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유아교육의 공공성과 투명성 강화를 위해서는 이번 개학 연기에 참여한 유치원을 우선적으로 감사해 그동안 있었을지 모르는 비리를 적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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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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