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공부 두뇌, 유아기때 그림책이 만든다

김영훈 2019. 02. 13
조회수 2830 추천수 0

공부 두뇌에 가장 필요한 것은 모국어 노출

03458556_P_0.JPG » 그림책 보는 아이. 한겨레 자료 사진.

아이의 언어 발달하면, 부모들은 아이의 말이 트이는 것을 가장 먼저 생각한다. 그다음은 바로 한글을 읽고 쓰는 것으로 진행된다. 말이 트이기 전까지는 종알종알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림책을 많이 읽어주던 부모들도, 말이 트이고 나면 한글을 가르치는 데 집중한다. 이때 주변에 보이는 한글로 쓰인 거의 모든 것들은 ‘한글 카드’의 역할을 한다. 마음이 급한 부모는 아예 짧은 시간에 빨리 한글을 가르칠 수 있다고 소문난 학습지를 시키기도 한다. 여하튼 이런저런 수단으로 일단 한글을 읽게 되면 바로 쓰기를 가르치고, 그때부터 아이는 한글로 된 모든 것을 혼자 읽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잘 읽는 것을 확인할 목적으로 소리를 내어 읽을 것을 주문하기도 한다. 


부모들의 이런 행동은 유아기 언어 발달을 위한 육아라고 할 수가 없다. 물론 아이 스스로 읽기에 관심을 갖고 읽으려고 들고, 쓰기에 관심을 갖고 써보고 싶어 한다면, 아이의 의욕에 반응을 보여주기는 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부모가 강요해서는 안 된다. 읽기 쓰기는 유아기 아이가 꼭 갖춰야 하고 갖출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우리의 뇌는 언어를 기본으로 생각한다. 수학문제를 풀든, 과학문제를 풀든, 운동경기를 하든, 누군가를 만나든 머릿속은 그 사람이 사는 사회의 모국어로 수없이 말을 하고 있다. ‘이 문제를 풀려면 어떤 공식이 나와야 하지?’, ‘지금 수비수가 앞에 있으니까 오른쪽으로 가는 게 낫겠어.’, ‘저 사람 표정을 보니, 오늘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안 좋겠어.’…. 그래서 만약 언어발달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면, 생각이 잘 안 되고 공부 두뇌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언어는 모든 사고의 재료가 되기 때문에, 언어 이외에 다른 발달에도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그 언어발달이 한글을 빨리 읽고 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아기 필요한 언어발달은 모국어에 충분히 노출되어, 많은 어휘력을 습득해 놓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아이의 뇌가 한글을 읽을 수 있는 발달상태가 아닌데, 한글을 읽고 쓰는 데만 집중하게 되면 그 시기 이루어져야 할 다른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유아기는 알든 모르든 쓰든 안 쓰던 모국어 경험을 충분히 해야 한다. 그래야 많은 어휘가 차곡차곡 아이의 언어 보물 창고에 쌓여있게 된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 시험을 치르더라도 배경지식을 단순히 묻는 것이 아니라 사고력이나 창의력을 확인한다. 기본 배경을 가지고 두세 가지로 다양하게 생각하는 힘이 중요해진 것이다. 부모가 그림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했다면 줄거리가 어떻게 되었을까?”와 같은 질문을 하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아이가 혼자서 많이 읽을 수는 있지만 이야기를 비틀거나 시선을 바꿔서 생각하기는 힘들다.


아이의 뇌가 논리력, 수리력, 사회성, 지능 등 여러 가지 인지 기능을 폭넓게 발달시키려면 가장 필요한 것은 충분한 모국어의 노출이다. 충분한 노출에 필요한 시간은 대략 5,000시간 정도 된다. 아이가 5,000시간 모국어에 노출되려면, 24시간 모국어에 노출해 있는 시간이라고 하더라도 약 2~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그 중간을 조기 영어교육을 하는데 할애한다면, 약 2~3년이라는 시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뇌의 논리력, 수리력, 사회성, 지능 등은 전두엽이 잘 발달해야 가질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하다. 아이가 모국어에 충분히 노출되는 경험은 주의집중력, 자기 조절력 등을 좌우하는 이성의 뇌 ‘전두엽’ 발달과도 긴밀한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5,000시간 모국어 노출되면, 모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된다. 어려운 문장을 듣고도 이해할 수 있으며, 자기의 생각도 잘 표현할 수 있다. 모국어로 뇌의 구석구석이 자극받아 발달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2~4세 아이가 모국어를 습득할 때를 보자. 아이는 일부러 단어를 암기하거나 문법을 배우는 일이 없다. 글자를 배우지도 않는다. 단지 호기심을 가지고 눈으로 특정 사물에 주의를 집중하고, 귀를 통해 특정 소리에 주의를 기울여 들으면서 아이의 뇌는 시각적 자극과 소리와의 관계를 파악하여 수용언어로 인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아이들은 그 짧은 시간에 수백 개의 단어를 사용하여 모국어를 정확하고 유창하게 말하게 된다. 뇌가 모국어에 선택적 주의집중을 하기 때문이다.


태어나자마자 영어에 노출되면 2,000시간이면 영어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아이가 하는 말은 단순한 것뿐이다. 조금만 어려운 영어 표현은 알아들을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다. 반면 모국어에 5,000시간 이상 노출되어 모국어에 능통한 경우에는 모국어의 언어력을 기반으로 영어를 배우기 때문에 2200시간만 노출되어도 웬만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4,300시간 노출되면 수준 높은 영어를 구사하는 전문가가 될 수 있다. 모국어를 먼저 배우고 영어를 하면 모국어의 언어적 지식과 센스를 이용하여 영어의 의미, 문장구성, 단어 형태에서는 유아기에 영어를 배우는 것보다 빨리 학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낮은 수준이라도 오로지 영어 발음이나 억양이 좋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면, 유아기는 영어가 아니라 모국어 노출에 신경 써야 한다.


그림책이 만드는 공부 두뇌, 그리고 책 읽는 뇌

learning-164331_960_720.jpg » 사진 픽사베이.

어휘력은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경쟁력이 된다. 이것은 학창시절은 물론이고, 아이가 자라면 자랄수록 큰 차이를 만든다. 언어학자인 루이사 쿡 모츠는 언어적 자극을 잘 받은 아이와 언어적 자극을 잘 받지 못했던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 당시 어휘력의 차이는 무려 15,000단어 정도이며, 이 차이는 성인 이후에도 계속된다고 하였다. 그런데, 요즘 유치원에 들어가는 5세의 아이들은 대부분 1만 개의 어휘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의 중요 원천은 바로 그림책이다. 부모가 그림책을 읽어주면 아이는 일상 대화에서는 배울 수 없는 고급 어휘를 알게 된다. 캐나다의 심리학자 앤드류 바이밀러(Andrew Biemiller)는 한 연구에서 어휘력이 하위 25%에 속하는 유치원생들은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 다른 아이들에 비해 어휘력과 독해력에서 3년이 뒤처진다고 하였다. 어휘력 발달과 이후 독해력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유아기 그림책을 읽어주지 않아 어휘력이 부족하면 독해력과 같은 평생의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언어발달은 아이의 인생에 끊임없이 연결된다.


그림책에 나오는 낱말들이 평소에 대화할 때 사용하는 언어보다 훨씬 더 다양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어렸을 때 그림책을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는 그림책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림과 함께 존재하는 문자를 발견하게 되고 그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다. 그림책의 언어는 아이들이 일상생활에서 직접 표현하는 일이 거의 없는 단어들이 많고 부모도 일상생활에서 깊이 생각해 보지 않는 문제에 대한 단어도 들어있다. 그림책에서 사용되는 특별한 어휘는 구어에서 전혀 볼 수 없다. 따라서 그림책 언어에는 일상적인 언어와 약간 다른 관념적, 언어적 특징이 있기 때문에 아이의 인지발달에 많은 영향을 준다.


일상 대화는 생활에 필요한 언어를 중심으로 가르쳐주지만, 그림책을 통하면 개념어, 학문어, 문학어까지 가르쳐 준다. 그림책의 언어가 특별한 것은 아이의 어휘력을 확장할 뿐 아니라 일상 대화를 통해서는 배울 수 없는 문장 내 단어들의 의미적 관계나 문법적 구조를 익히기 때문에 공부 두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연구에 의하면 그림책을 많이 읽어준 아이들은 일상적인 일을 이야기할 때도 책에 나오는 특별한 문어체 언어와 긴 문장, 관계사절 등 복잡한 형태의 단어 간의 의미적 관계, 문법적 구조를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말할 때 다양한 의미적 관계와 문법적 구조를 사용하는 아이는 다른 사람의 말과 글을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언어력과 인지력은 아이가 커서 혼자 책을 읽기 시작할 때 독해력을 향상하는데 기초체력이 된다. 그림책 언어의 또 다른 특징은 문장을 해석하는 데 중요한 은유와 직유 같은 비유적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림책에서 읽은 ‘비단결 같은 머리카락과 앵두 같은 입술’과 같은 직유 표현은 어느 정도의 인지력이 필요하다. ‘머리카락’을 ‘비단’에 비교하고 ‘입술’을 ‘앵두’에 비교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어휘력이 높아질 뿐 아니라 인지적으로 복잡한 유추를 사용하게 된다.


‘단어 안에 또 다른 어떤 의미가 들어있는지’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이유는 그래야만 기초적인 해독에서 유창한 독서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책 등을 읽지 않아 어휘가 빈곤한 아이들은 빈약한 의미론적, 통사적 발달로 인해 구술언어와 문자언어 모두 타격을 입는다. 어휘가 발달하지 않으면 부분적으로만 아는 단어를 완전하게 알 수 없으며 새로운 문법적 구조도 학습할 수 없다. 유창한 단어 인지는 어휘력과 문법 지식에 의해 촉진된다. 아이가 단어와 그 용법을 거의 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면 아이들은 점점 더 복잡한 교재들을 가지고 공부하는 일이 너무 힘겨워진다. 유창성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단어를 구성하는 문자, 문자패턴, 의미, 문법적 기능, 어근과 어미 등 아이가 단어에 대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지식을 신속하게 사용해 충분히 생각하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영국 버밍엄 대학의 매기 무어(Maggie Moore)교수와 베리 웨이드(Barrie Wade) 교수는 북 스타트 운동에 참여했던 아이들의 10년 후 결과를 추적 조사한 바 있다. 조사 결과 태어나자마자 책을 읽은 아이들은 언어 인지발달에서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에 다다랐다. 무엇보다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아이들의 수학 실력이었다. 이 아이들은 언어뿐 아니라 수학에서도 높은 수준의 성취도를 보였다. 아이가 그림책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당장은 어휘력이다. 하지만 이 어휘력이 쌓이면 지식을 이해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고, 다른 분야의 공부 두뇌도 좋게 하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언어학자 레베카 케네디(Rebecca Kennedy)는 어휘력은 독서를 하면 저절로 증가한다고 말한다. 독서를 하면 아는 어휘가 많아지고, 지식이 많아진다. 또한 독서를 많이 하는 아이는 이해력도 우수해, 학업 성취도도 높은 편이다. 그런데, 독서를 하면 어휘력, 이해력, 학업 성취도가 저절로 좋아지기는 하지만, 독서는 책을 보기만 하면 단번에 되는 것이 아니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것은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의 뇌에는 원래 문자를 읽고 해석하는 회로가 없었다. 조물주가 인간을 만들 때는 독서를 하는 기능을 하는 뇌 영역을 따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터프츠 대학에서 인지신경과학과 소아발달을 연구하는 매리언 울프 박사는 “인류는 책을 읽도록 태어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저서 <책 읽는 뇌(살림)>에서 우리 뇌가 읽은 과정을 설명했다. 책을 읽으라는 명령이 떨어지면, 시각체계가 우선 가동을 하여 문자의 모양, 단어의 형태, 공통적인 문장 등을 입수한다. 이것들을 언어체계에 보내 정보를 만들고, 시각체계와 언어체계에 의해 차이가 있을 때는 시각적 상징들과 단어에 포함된 주요 음성 정보들이 결합되어 해석된다. 이것은 보고 들은 것을 매우 빠른 속도로 기존에 알고 있는 지식에 연결, 통합하는 뇌의 엄청난 능력이다. 우리가 순식간에 한 문장을 읽고 이해하는 동안 뇌는 빠르게 주의와 기억 그리고 시각, 청각, 언어 프로세스들을 가동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독서는 다른 여타의 활동에 비해서 뇌의 여러 부위를 한꺼번에 자극하기도 한다. 


독서는 인간이 진화하고 발달을 거듭하면서 새롭게 생긴 뇌의 기능이다. 새로 개체가 태어날 때마다 뇌에 자극을 주로 새로 만들어내야 하는 회로이다. 독서는 인간이 성장하면서 적당한 자극만 주어지면 당연히 갖게 되는 경험기대적 발달이 아니라 빨리 접하고 많이 접할수록 뇌에 시냅스가 늘어나고 회로 많아지는 경험 의존적 발달이다. 유아기에 그림책을 많이 읽어준다면, 뇌가 책을 읽을 수 있는 회로를 더 빨리 더 많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리고 아이는 독서로 인한 혜택을 더 풍부하게 더 길게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공부 두뇌를 만들기 위한 그림책 읽기


유아기 그림책은 무엇보다 읽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만 3세 미만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이상도 부모가 읽어주는 것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아이에게 그림책으로 줄 수 있는 최대한 많은 것을 주고 싶다면, 부모가 읽어줘야 한다. 글을 아는 아이가 혼자 그림책을 읽었을 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5%라면, 부모가 읽어주었을 때는 20%를 이해한다. 부모의 배경지식이, 부모의 목소리가, 또 아이가 생각할 시간을 더 갖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결과다. 그림책으로 언어발달에 도움을 주려면, 다음과 같은 지침을 기억하도록 하자.


[언어발달위한 그림책 읽어주기 육아 방법]


첫째, 반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의 두뇌발달을 위해 필요한 것은 그림책을 읽을 때 기계처럼 일방적으로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말이나 행동을 알아채서 잘 반응하면서 읽어주는 것이다. 이러한 반응은 꼭 말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신체접촉이나 표정 등도 포함된다. 부모와 아이가 질 높고 즐거운 소통을 시작하는 좋은 도구가 되는 그림책이 좋은 그림책이며, 그림책을 읽으면서 아이와 끝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이 두뇌발달에 좋은 읽기 법이다.


둘째, 즐거운 시간이 되도록 하자.


부모들에게 그림책에 나온 글만 읽지 말고, 그림책을 가지고 아이와 좀 놀아보라고 하면 많이들 하는 행동이 있다. 그림 속 사물이나 문장 속 단어를 집으며 “이게 뭘까?”라는 질문을 하는 것이다. 그림책은 교육의 도구이기 이전에, 부모와 자녀가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감정을 나누는 도구이다. 그림책을 읽는 시간이 아이를 시험하는 시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림책을 읽으면서 말놀이 게임을 해서 어휘에 관심을 불러일으켜도 좋고, 아이에게 “이제부터 엄마가 어느 부분을 옛날과 다르게 읽는지 맞춰 봐.” 하면서 아이가 잘 아는 부분을 일부러 틀리게 읽고 맞춰보는 놀이를 해도 좋다. 어려운 어휘가 나오면 아이에게 스스로 짐작할 시간을 주어, 새로운 단어를 알아가는 즐거움을 줄 수도 있다. 아이가 어려운 단어의 뜻을 짐작할 때 격려와 칭찬을 해주면, 이후 아이는 모르는 어휘가 나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짐작해 보려고 노력을 하게 된다.


셋째, 글자를 가르치는 것을 서두르지 말라.


아이들은 보통 만2~3세 사이에 일부 글자를 인식하기 시작하며 보통 여자아이는 4~6세, 남자아이는 5~7세에 한글을 익힌다. 요즘 한글을 빨리 가르치기 시작하는 엄마들이 많은데, 아이가 글자를 구별할 수 있게 되는 시기는 개인별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아이에게 급하게 한글을 가르치게 되면 아이는 글자를 소리의 표시가 아닌 그림으로 인식해서 모양을 기억하기 때문에 뇌에서 많은 공간을 차지하게 된다. 이는 한글 학습을 괴로운 활동으로 인식하고 흥미를 잃을 수 있다. 아이가 한글을 익힐 준비가 되었을 때도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글자에 관심을 보이면 그림책 제목을 한 글자씩 알려주어라. 처음에는 한 글자씩 알려주다가 한 문장씩 읽기, 두 문장 읽기를 띄엄띄엄하면 충분하다. 여기에 더해서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한글로 간단한 생각을 쓸 수 있다면 한글 떼기에 전혀 문제가 없다. 한글을 배우는 불변의 기준은 세 가지다. 1) 아이가 글자에 관심을 보일 때 흥미에서 시작하기, 2) 어린 나이에 한글에 관심을 보인다면 통 문자를 그림처럼 인식하다 조합원리로 넘어가기, 3) 5~6세 때 배운다면 조합원리를 통해 한글을 깨치기. 부모는 아이가 적절하게 칭찬하고, 서툴러도 기다려주며, 독서를 지속해서 하면 된다.


글자 그림책 중에 「생각하는 ㄱ ㄴ ㄷ(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 논장)」이 있다. 이 그림책은 우리 글자의 형태를 풍부한 상상력으로 주변 사물의 모양과 연결해 접하게 해준다.


첫 페이지 ‘ㄱ’에는 왼쪽에는 ‘개미는 들여다보는 김 씨 아저씨 ㄱ은 어디 있나요?’라는 글이 나오고 허리를 굽혀 ‘ㄱ’ 모양이 된 아저씨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오른쪽 페이지는 생활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갖가지 ‘ㄱ’모양이 그림과 글자로 등장한다. 그네를 타는 아이가 만드는 ‘ㄱ’, 가위로 기다란 천을 자르려고 할 때 만들어지는 ‘ㄱ’, 엄마가 작은 토트백을 들을 때 팔꿈치가 구부러지면서 만들어지는 ‘ㄱ’ 등이 있다. 그림으로 등장하는 사물은 이름 또한 ‘ㄱ’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그림책을 보면서 한글에 대한 흥미도 갖게 되고, 관찰력도 키울 수 있다. 또한 이 그림책의 속표지에는 훈민정음이 적혀있다. 아이에게 세종대왕과 한글의 의미를 알려주며 한글을 알려주기에 적당해 보인다.


넷째, 하나의 그림책을 여러 번 읽어주어라.


다양한 그림책을 보는 것은 물론 좋다. 하지만 두뇌발달의 효과를 보려면 단어와 그림을 연결해서 생각할 수 있게 도와야 하므로, 하나의 그림책을 여러 번 반복하는 것이 더 낫다. 다른 책 세 권을 읽는 것보다 같은 책을 세 번 읽는 것이 아이가 단어를 습득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아이들은 반복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얻고 기억한다. 아이가 매번 같은 책을 가져오더라도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어주어라. 아기가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내용을 기억할 수 있게 되면 부모가 책을 읽어줄 때 단순히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다음에 나올 내용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게 되며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손으로 가리키며 단어를 말하거나 소리를 내며 반응을 보인다.


다섯째, 정확한 표현과 정확한 문법을 사용하라.


아이가 말문이 트이기 전, 그림책을 보여주면서 이런저런 말을 건네게 된다. 이때는 아기가 비록 못 알아듣더라도 ‘빵빵’, ‘찌찌’와 같은 유아어보다는 “이건 자동차야.”, “여기 우유가 있네.”와 같이 정확한 표현과 문법을 가진 문장으로 말하도록 한다. 그것이 훨씬 교육적이고 두뇌발달에 효과적이다. 이제 막 말문이 트인 아이가 “엄마, 차”와 같이 불완전 문장으로 말하면, 완전한 문장으로 바꾸어 주자. “그래, 빨간색 차가 빠르게 지나가는구나.”하고 긴 문장으로 대답해 주면 아이는 좀 더 많은 어휘를 갖게 된다. 아이들은 부모가 쓰는 어휘의 뜻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엄마 중에는 아이에게 “그게 뭐니?” 또는 “저거 가져와.” 등 대명사를 넣어서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명사를 사용하기보다는 명사를 넣어 길고 정확한 표현을 쓰는 것이 좋다. 하늘을 가리키며 “저거 예쁘지?”라고 하기보다는 “저 푸른 하늘은 참 아름답구나.”라고 말하는 것이다.


여섯째, 성인과의 대화에 참여시켜라.


그림책을 통하여 아무리 많은 어휘를 기억하고 있다 해도 그 어휘들을 사용하지 않으면 자신의 것이 되지 못한다. 자기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과 대화할 때 어휘력이 부쩍부쩍 는다. “어른들이 말할 때 어디 끼어들어?”라고 하지 말고, 아이와 같이 있는 공간에서 부부끼리 말할 때도 아이의 염두에 두고 함께 대화하도록 노력해보자. 아이의 어휘가 느는 것은 물론, 아이가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들게 되고, 성인의 언어습관도 정화되는 이석 삼조의 효과가 있다. 또 그림책의 어휘에서 새로 배운 어휘를 동네 산책이나 시장을 갔을 때 하나씩 사용해본다. 어휘에 대한 개념이 더욱 단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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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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