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학교 졸업식날 아빠의 눈물
서연이 엄마가 보내온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를 희람이 아빠가 읽기 시작하자 서연이 아빠는 손으로 안경을 자꾸 만진다. 자세히 보니 흐르는 눈물을 훔치고 있었는데 눈은 충혈되었다. 이어서 초등학교 3학년 서연이가 보낸 그림일기를 보여주자 다시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오늘은 아빠 학교 정규과정 1년 52주 수료식이 있는 날이다. 그는 지난 52주 동안 한 번도 결석하지 않았다. 심지어 추석이나 명절에도 강의가 있었는데도 참석했다. 수료식 일주일 전, 그의 아내에게서 수료식에 케이크를 보내도 되냐는 문자가 왔다. 그래서 수락을 했다. 원래 7일이 수료식이었지만 그의 업무로 인하여 9일에 진행되었고, 오후 5시에 케이크가 도착했다. 오전에는 그의 아내에게 편지를 보냈다는 문자가 왔다. 파일을 열어보니 딸이 보낸 그림 편지도 함께 있었다. 프린트해서 내용을 준비했다.


오후 8시, 두 아빠와 한 시간 수업을 마치고 수료식을 시작했다. 먼저, 내가 준비한 피칸파이를 꺼내면서 교장이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당연히 기대한 눈치였다. 1분 후에 케이크를 보이며 서연 엄마가 보내온 것이라고 말했다. 돌발상황에 서연 아빠가 놀라는 눈치였다. 이날은 1기 수료생인 태성 아빠도 참석을 했다. 수료증을 수여하고, 축하노래를 불러주었다.


그리고 이어서 서연 엄마에게 편지가 왔다고 알렸다. 서연 아빠는 동공이 확대되면서 놀라워하는 눈치다. 그의 표정은 점점 감동으로 가득해지고 얼굴이 상기되었다. 희람 아빠가 그 내용을 실감나게 읽었다. 이어서 서연이가 보낸 그림 편지를 보여주었는데 그 내용이란 ‘아빠가 1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수료해서 축하해요’라는 글이었다. 서연이가 개근의 의미와 꾸준함을 눈치채는 대목이다. 이어서 케이크를 자르고 축하의 담소를 하며 이날 행사를 마쳤다.


서연 아빠가 작년 1월 15일부터 1년 과정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그의 가정에는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우선 부부 사이가 좋아졌다. 그 증거는 그의 아내가 보내온 케이크와 편지이다. 초기에 서연 아빠의 불만은 늘 아내였다. 자신을 받아주고, 읽어주지 못하면서 자기 멋대로 한다고 아내에게 타박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부부가 공동 사업을 하지만 성격이 달랐다. 서연 아빠는 매일 4시에 일어나서 5개의 신문을 보면서 시작하는 아침형 인간으로 치밀하였지만 전체를 보는 눈이 부족했고, 아내는 치밀함보다 원칙을 중시하는 가치관을 가졌으며 전체를 보는 눈이 탁월했다.


첫 번째 문제는 딸이 아침에 학교 가기 전에 엄마가 밥을 먹여주는 것에 대한 이견이었다. 남편은 그냥 놔두라고 하고, 엄마는 배가 고플까 봐 가기 전에 억지로 먹였다. 그런데 아내가 아침을 준비하는 시간에 남편은 늘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식사 시간이 되면 돌아왔다. 그래서 헬스장에 가는 시간을 옮기고 그 시간에 아내의 아침 식사준비를 도와주라고 했다. 그러자 서연이가 20분 정도 일찍 일어나게 되면서 문제가 해결되었고, 식사준비를 함께 함으로써 아내에게 점수를 따는 계기가 되었다. 부부간에 대화에도 문제가 발견되었다. 남편이 아내에게 잘못하면 ‘미안해’라고 하면 일단락이 되지만 그는 ‘미안해’라고 한 후에 꼭 변명을 말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 결과, 아내는 ‘미안해’가 거짓임을 알게 되고 늘, 남편에게 하는 말이란 ‘진정성’이 있게 이야기를 하라고 했다. 이 부분에 대한 개선책은 ‘미안해’라는 말이 끝나자마자 아내의 어깨를 살짝 주무르면서 ‘미안하니까 어깨를 주물러줄게’라는 방식으로 개선되었다.
또한 그는 결혼 11년 차지만 아직도 자유인의 흉내를 내서 아내에게 꾸지람을 들었다. 같이 있을 때 아내에게 함께 가자는 식의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고 개별 행동을 서슴없이 했다. 아내의 입장에서는 뻔뻔한 남편으로 여겨졌다. 그동안 아내의 성품을 살펴보니 살림도 잘하고, 아이도 잘 키우고, 사업에서 남편이 사고 치면 수습해주는 여장부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남편의 입장에선 그런 아내가 은근히 질투가 난 모양이다. 여기서는 아내에게 공감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처음에는 어눌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남편이 아내에게 하는 공감이 진정성이 있게 전해졌다.
그런데 서연 아빠의 장점은 자신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실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변화가 빨리 찾아왔다. 그는 지난 4월부터 주말농장도 운영했다. 아빠 학교에서 매번 식물수업을 하면서 식물에 대하여 애정을 느끼기 시작했고, 주말농장을 운영해보면 그것이 창의성 교육이며 아이와 소통과 교감이 증가한다고 하자 덜컥 시작했다. 더구나 그는 곧이어 2인용 자전거를 사서 딸과 함께 10분 거리를 함께 타고 다녔다고 한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지난여름에는 딸과 무인도에도 다녀왔다. 거기서 미션인 전지를 이용해서 불만들기와 돋보기로 불만들기를 함께 진행했다. 생전 부녀가 여행한 적이 없었는데 무인도에서 2박 3일을 지내면서 사이가 더욱 돈독해졌다.
선남선녀가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면 양육에 대하여 알지 못하고 귀동냥에 의존한다. 특히 나이에 따라서 놀아주는 법, 거실 놀이, 신체놀이, 실외놀이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며, 아빠가 아이와 놀아줄 때의 효과도 알지 못한다. 문제 아이가 있는 집의 공통점은 아빠가 아이와 놀아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훈육은 더욱 난감하다. 떼를 쓰는 아이, 밥을 먹지 않는 아이, 폭력적인 아이, 남의 물건을 빼앗는 아이, 식당에서 뛰어다니는 아이에 대하여 올바른 대처를 하지 못한다. 대부분 주먹구구식으로 한다.
정부에서는 저출산 때문에 인구절벽을 외치고, 국가의 성장동력 단절,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고 하소연을 하지만 정작 양육과 훈육과 부부관계에 대하여 기본적인 커리큘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저 결혼하면 ‘너희들이 알아서 살아라.’라는 식이다. 그 결과, 부부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결혼 후, 5년 이내의 이혼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그들에게 원인을 물어보면 대부분 성격 차이를 말한다. 그런데 결혼하기 전, 살아왔던 환경과 자신만의 성격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부부에게 가장 기본은 상대방의 언어와 행동에 맞춰주는 것인데 대부분 서툴다는 점이다. 바로 공감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에는 원인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에게 대부분 공감을 받지 못하고 살아왔으며, 공감에 대한 공교육을 받아본 적도 없다. 또한 학창시절에는 ‘공부’ 이야기만 듣고 살아왔기에 공감의 기본 개념조차 서툴다. 우리는 대인관계에서 소통과 경청과 신뢰와 대화를 이야기하지만 그 첫 번째 관문은 항상 공감이다. 공감하지 않고 소통과 경청으로 가기란 어려운 일이다.
공감이란 일종의 추임새이며 칭찬이며, 너와 내가 아니라 우리를 만들어주는 미다스의 손이다. 그래서 결혼 후에 사는 모습을 보면 초기에 기 싸움을 시작하면서 동시에 서로 마음에 상처 내기 게임을 한다. 그러면 그럴수록 상대방에 대한 정이 떨어지게 되면서 배우자 곁에 가기도 싫다. 그래서 각방으로 지내다가 별거를 선택하고, 이혼으로 치닫는다. 몸의 상처보다 마음의 상처 치유는 더욱 어렵다. 그래서 그들은 공감을 알지도 못하고, 성격 차이란 결론으로 이혼을 선택하고 확정한다. 이혼이 확정되기 전에 진행되는 이혼 숙려제는 일종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다. 부부가 결혼 전이나 후에 즉시 기본적인 공감 교육을 받는다면 이혼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아빠 학교 정규과정은 2017년 4월에 시작되었고, 1회 2시간 1년 52주이며 3개의 반으로 진행되고 있다. 주요 내용은 양육, 훈육, 놀이, 부부관계, 식물 등의 내용이다. 10권의 저서에 실린 내용과 부부관계이며 공감 교육이 핵심이다. 그동안 3명의 수료생이 배출되었다. 그래도 서연 엄마에게 칭찬의 편지글을 받아보니 내가 나잇값을 하고 사는 듯 느껴진다. 아빠 학교를 시작한 이유는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양육과 훈육과 부부관계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너무 허술함을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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