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리듬을 맞추면 뇌가 바뀐다

김영훈 2018. 12. 20
조회수 3966 추천수 0

instrument-2010525_960_720.jpg » 사진 픽사베이.

“컬럼비아대학교 로리 쿠르토데로(Lori Custodero)교수는 베리 영 피플스 콘서트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프로그램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입장이다. 공연 전 약 45분 전부터 가능하며 이 시간 동안 그날의 주제와 관련된 활동을 한다. 그다음은 본격적인 공연이다. 처음 30분은 필하모닉과 함께 즐기기가 진행되며, 아이들이 공연장에 자연스럽게 들어와 음악 게임을 한다. 몇몇 단원들은 3개의 공간에 나누어 배치된다. 현악사중주가 있는 무브먼트 룸, 목관이나 금관 연주자가 있는 작은 방 등에 나누어 자리 잡고 연주자가 직접 악기에 관해 설명한다. 그런 뒤 무대 위에서 단원들이 악기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준다. 악기체험은 공연 후에 진행한다. 이런 활동 후에 30분간 연주가 진행되며 마지막 10분은 이야기책을 감상한다. 마지막 40분은 핸즈 온 펀(Hands-on Fun)으로 공연장에서 악기를 체험해보는 시간이다.” 


루돌프 슈타이너는 음악을 지성이 침범하지 못하는 유일한 영역이라고 하였다. 사진전이나 전시회, 무용과 같은 공연 등 시각적인 공연을 관람할 때 아이는 그것으로부터 어떤 의미를 찾으려고 머리로 사고한다. 즉, 사고한 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음악은 듣는 순간 바로 느낀다. 아이들도 음악회에 가거나 실황연주를 들으면서 이 경험을 한다. 음악 활동에서도 호기심과 즐거움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아이가 음악에 호기심을 느낀다는 것은 음악을 기꺼이 알고 싶어 한다는 의미이다.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깨어나는 것이다. 아이들은 주저 없이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부모는 그러한 아이들의 호기심을 격려하고 함께하여야 한다. 아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그리고 처음 시작하는 것일수록 음악 활동은 개념보다는 감각을 통해 경험하여야 한다.


음악의 뇌


좋은 음악은 집중력을 증가시킨다. 어릴 때 좋은 음악, 다양한 음악을 들은 아이는 뇌신경망이 섬세해지고 뇌 발달이 급격하게 이루어진다. 흔히 아이의 뇌 발달에 좋다고 알려진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우리 전통 가락이나 전래동요도 리듬과 선율, 박자가 단순하고 지속해서 반복되기 때문에 아이에게 좋은 자극이 된다. 각각의 악기가 지니는 투박하고 거친 소리 역시 아이에게 색다른 음악적 경험을 제공한다. 


미국의 신경학자들은 음악이 언어에 대한 뇌간의 감각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어서 음악놀이가 부족하면 아이들의 언어 감각 역시 뒤쳐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노스웨스턴대 크라우스 교수는 뇌 신경 구조가 음성과 음악 소리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연구한 결과, 음악놀이가 뇌의 언어 감각을 높여 준다고 발표하였다. 


스텐들리와 휴게스 교수는 음악 활동이 5~6세 아이들의 읽기능력과 쓰기능력을 현저히 향상시켰다는 보고하고 있다. 단지 15회의 활동만으로도 이러한 교육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또 레이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14곳의 유치원에서 제2외국어 수업과 음악 활동을 병행한 결과, 음악 활동에 참가한 아이 중 93%의 아이들이 손쉽게 제2외국어를 배웠지만 음악을 도입하지 않은 다른 유치원의 제2외국어 수업에서는 23%의 아이들만이 제2외국어에 적응하였다는 결과도 있다.

 violin-1617972_960_720.jpg » 사진 픽사베이.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 장기적으로 뇌 구조가 변한다는 과학적 증거는 부족한 편이지만, 어릴 때 악기를 익히면서 두뇌 발달을 촉진한다는 과학적 증거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특히 수학과 과학개념을 학습하는 뇌 영역이 발달한다. 보스턴대학교의 엘렌 위너(Ellen Winner)와 하버드대학교의 고트프리드 슐러(Gottfried Schlaug)는 악기를 연주할 때 실제로 아이의 두뇌 구조가 달라지는지를 연구하였다. 연구결과 공간 감각, 운동능력, 언어능력 등의 기능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활성화되며 성장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어려서부터 음악을 접한 아이는 글을 더 수월하게 깨친다. 음악으로 일정한 박자를 맞추는 법을 가르치면 그 효과가 더 크다. 캐스터네츠나 탬버린처럼 단순한 악기를 갖고 놀면 음악의 박자에 집중하는 동안, 아이는 패턴을 찾는 법을 배우고 집중력도 높아진다. 음악 활동을 하면 소리의 미묘한 차이를 구분하는 청각 변별력능력도 향상된다. 그 결과 글 읽는 법을 배우는 데 필요한 음소인식능력까지 발달한다. 소리의 미묘한 변화에 집중하면 청각체계가 민감해져 청각체계 전체의 구조가 달라진다. 


음악과 창의성 


음악은 어떤 분야보다도 아이의 내면세계에 잠재되어 있는 창의성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낼 수 있다. 또한 언어처럼 자신의 생각, 느낌, 감성, 정서를 표현하는 도구적 역할을 한다. 아이들은 음의 탐색, 음을 통한 신체표현활동, 느낌과 상상의 선율적인 표현 등을 통하여 창의성을 드러낸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가 가지고 있는 남과 다른 새로운 아이디어, 전통적이고 전형적인 것으로 벗어난 음악적 사고, 자기만의 개성 있는 표현을 수용해 주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아이를 위한 음악 활동은 악기연주, 리듬 익히기, 작곡, 멜로디, 즉흥연주 등의 활동을 포함하는데, 특히 음악적 능력은 조기에 발현되며 4~7세에 가장 빠르게 발달한다. 인성은 사고활동을 하는 내면의 힘이며 창의성은 인간의 보편적 능력이므로 창의성과 인성은 동일한 것의 다른 표현이다. 음악 활동은 인성과 창의성을 조화롭게 하는 데 일조한다.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음악과 연주를 듣는 과정에서 배려하는 태도로 감상할 수 있으며, 기존의 음악을 새로운 악기 소리로 바꾸어 보거나 마음껏 연주함으로써 창의성을 발달시킬 수 있다. 


악기교육 


인간의 사고와 연관되는 악기는 관악기이며, 그에 상응하는 음악적 요소는 멜로디이다. 관악기를 연주할 때는 고른 호흡을 위해 팔다리를 많이 움직이지 못한다. 관악기의 특성은 멜로디를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악기 단독으로 혼자서 연주할 경우 화음 연주는 불가능하다. 인간의 감정과 연관되는 악기는 현악기이며, 그에 상응하는 음악적 요소는 화음이다. 이 악기들의 특성은 쓰다듬거나, 활로 연주함으로써 동시에 두 개 이상을 음을 소리 낼 수 있으며 화음이 가능하다. 인간의 의지와 연관된 악기는 타악기이며, 그에 상응하는 음악적 요소는 리듬이다. 아이들은 타악기를 통하여 리듬을 즐기고 익힌다. 


세 악기군은 악기마다 고유의 특정 음색을 가지고 있다. 플롯의 소리와 호른의 소리, 바이올린의 소리와 콘트라베이스의 소리, 그리고 팀파니의 소리는 다르다. 반면에 피아노는 멜로디 악기이자, 화음 악기이며, 타악기의 역할을 동시에 하지만 고유의 특징 음색이 없다. 연주자가 직접 음색을 만들어내야 한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사고가 유연한 아이라면 가벼운 고음이 나오는 멜로디 악기를 선택할 수 있다. 또 생각하거나 숙고하기보다 신체적인 활동을 좋아하는 아이의 경우라면 리듬악기를 추천하자. 고유한 자기 세계가 있고 그것을 즐기는 아이라면 현악기가 좋다. 


음악의 발달 


4세 아이는 놀이 중에 자신의 목소리를 이용하여 말놀이하거나 즉흥적으로 짧고 반복적인 리듬이 있는 흥얼거림을 한다. 4세 아이는 간단한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를 수 있으며, 단순하게 반복되는 리듬, 가락, 노랫말로 이루어진 노래를 자발적으로 부른다. 4세 아이에게는 이야기가 있는 노래, 자신과 관련된 노래, 친숙한 일상생활 경험을 다루고 있는 노래, 반복되는 리듬과 노랫말로 이루어진 노래, 손유희가 있는 노래 등이 적합하다. 4세 아이는 소근육이 점차 발달함으로써 리듬에 맞춰 손뼉을 치고, 주변의 사물을 이용하여 리듬을 표현하며 리듬악기를 다룰 수 있게 된다. 


리듬악기로 간단한 리듬을 표현해 보는 경험 이전에 신체 일부분을 사용하여 여러 가지 소리나 리듬을 만들어보는 기회를 먼저 가지자. 예를 들어 배 두드리기, 발 구르기, 입으로 소리 만들기, 고개 끄덕이기 등을 통해 아이는 리듬을 맞춘다. 아이에게 적합한 리듬악기로는 탬버린, 트라이앵글, 우드 블록, 캐스터네츠, 리듬 막대, 장구, 북, 소고, 징, 꽹과리 등이 있다. 


5세 아이는 자신의 목소리를 통제할 수 있고, 리듬과 음의 고저를 사용하며 음역이 확장된다. 또한 한 가지 노래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부르는 것이 가능하다. 5세 아이는 간단한 멜로디를 만들 수 있고 이미 잘 알려진 친숙한 곡을 따라 노랫말을 만들 수 있다. 부모는 아이가 다양한 놀이를 하면서 자발적이고 즉흥적으로 리듬이나 노래를 만들어 부르면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그 노래를 확장해 주어야 한다. 5세 아이는 눈과 손의 협응력 발달로 리듬악기를 다룰 수 있게 되어 음의 셈 여림, 빠르기, 등의 차이에 관심을 갖고 연주할 수 있다. 


6세 아이는 음역과 리듬, 음의 고저를 더욱 정확히 사용하여 보다 안정감 있는 음정으로 노래 전체를 부를 수 있고 자신이 흥미 있어 하는 내용이나 느낌에 대해 선율과 리듬을 변화시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6세 아이에게는 노랫말이나 곡의 분위기를 충분히 느끼며 부를 수 있다. 6세 아이는 동일한 노래를 다른 속도와 다른 음높이로 부를 수 있는데 즉흥적으로 자신의 음악 만들 수 있다. 


간단한 노래형식으로 인사하기, 다양한 선이나 색의 대비가 뚜렷한 그림을 보고 멜로디로 표현하기, 동물의 움직임이 나타나는 영상자료를 보며 움직임에 따라 리듬 만들기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다. 6세 아이는 대부분의 리듬악기를 이용하여 간단한 리듬패턴과 박자에 따라 리듬을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아이에게 리듬악기를 자유롭게 탐색하고 다루어볼 수 있는 경험을 충분히 제공하여 악기들을 소리 내는 방법에 대해 익숙해지도록 해야 한다. 


[음악활동을 통한 뇌 발달을 위한 부모의 양육 지침]


첫째, 일상에서 음악을 활용하라. 


아이들은 친숙한 노래를 따라 곡을 틀고 박자를 맞춰 박수를 친다. 잘 모르는 노래도 몇 곡 추가하라. 캐스터네츠나 종처럼 단순한 악기가 있다면 악기로 일정한 박자를 맞추게 하자·아이들은 노래를 부르거나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흥분을 가라앉히고 긴장을 풀기도 한다. 콧노래를 부르거나 작은 소리로 노래를 부르면서 감정을 조절하고 스스로 활동 수준을 조절하게 하라. 


둘째, 노래에 동작을 곁들여라. 


동물노래와 계절노래는 아이들의 동작을 흉내 내기 좋은 노래다. 예를 들어 “토끼가 깡충깡충 뒤며 춤을 춥니다”라는 노래가 있다면 토끼처럼 쪼그려 앉아 두 손을 머리 위에 올리고, 토끼 귀를 만든 채 그 자세로 깡충깡충 뛸 수 있다. “가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옵니다”라는 노래가사라면 가을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나뭇가지처럼,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리고 살며시 좌우로 흔들 수 있다. 


셋째, 리듬 생활을 하라. 


리듬은 박자보다는 유연함을 가지고 있다. 만약, 박자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될 법에 비유한다면, 리듬은 사정에 따라 조금 변형할 수 있는 규칙에 해당한다. 그래서 발도르프 유아교육에서는 아이들과 박자 생활이 아닌 리듬 생활을 한다. 시계를 보며 정확하게 시간을 맞춰 생활하기보다는, 늘 같은 순서로 활동을 반복하되, 상황에 따라 그리고 활동에 따라 그 길이가 달라질 수 있는 리듬 생활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의 많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는 시간표를 짜놓고, 아이들과 박자 생활을 하고 있다. 집에서만이라도 박자 생활이 아닌 리듬 생활을 할 필요가 있다.


넷째, 음악을 생활화하자. 


음악은 귀를 위한 미술이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위대한 화가 중에서 몇 명은 음악가이기도 하다. 음악은 집 안이 됐건 차 안이 됐건 틀기만 하면 일상의 일부가 된다. 라이브 공연장을 찾아가거나 음악을 하는 친구들의 연주를 들어보자. 신나는 동요를 틀어놓고 거실에서 아이들과 율동을 해보자. 아이들과 함께 노래를 불러보자. 손뼉 치고, 발 구르고, 휘파람 불고,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거나 실제 악기를 연주해보자.


다섯째, 같이 노래 부르자. 


모두가 동일한 선율로 노래를 부를 때, 아이는 온전히 자신에게만 집중한다. 혹은 하나의 기준이 되는 선율에만 집중해 그것을 따라 부른다. 그러한 경험을 통하여 아이는 온전하게 노래하는 나. 그리고 똑같은 우리만 느끼게 된다. 그 후에 돌림노래를 통해 서서히 차이를 인지할 준비를 하여야 한다. 4~7세 아이들은 연령상으로 화음을 넣어 노래기는 어려우므로, 합창하지 않고 단선율로 노래를 제창의 형태로 부른다. 


여섯째, 발명악보 활동을 하자. 


음악교육 중 음악적 사고를 돕는 활동으로 아이기 음악을 듣고 음악적 정보를 기록하는 발명악보 활동이 있다. 발명악보란 음악을 듣고 표상하는 활동 중 하나로, 음악적 느낌과 분위기를 표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직접 고안한 상징기호를 이용하여 자신이 들은 음악적 개념과 정보를 창의적이며 정교하게 기록하는 활동이다. 아이는 발명악보 활동에서 자발적으로 음악개념을 발견하고, 흥얼거리며 기록하고, 자신이 기록한 것을 보고 다시 흥얼거리고, 기록을 재수정하는 등 다양한 음악적 역할을 수행하며 자연스럽게 음악적 사고를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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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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