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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폐원한다는데…교육청, 학부모에 “잘 소통해보라”

양선아 2018. 11. 28
조회수 1026 추천수 0
부모협동형 유치원 설립 추진에도
교육청 “가이드라인 없어” 지원 뒷짐
부모·교사들 ‘무단폐원119’ 꾸려
지난 24일 경기 하남시의 한 커피숍에서 유치원 폐원을 앞둔 학부모, 교사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유치원 무단폐원 119’ 출범을 알렸다.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정부에 부모협동형 유치원을 위한 장소 임대를 촉구하고 있다. 유치원무단폐원119 제공.
지난 24일 경기 하남시의 한 커피숍에서 유치원 폐원을 앞둔 학부모, 교사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유치원 무단폐원 119’ 출범을 알렸다.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정부에 부모협동형 유치원을 위한 장소 임대를 촉구하고 있다. 유치원무단폐원119 제공.

정부의 ‘유치원 공공성 강화’ 정책에 반발하는 일부 사립유치원들이 폐원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 가운데, 일부 교육청이 폐원 유치원 대응 및 대책 마련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면서 학부모들만 애를 먹고 있다. 특히 일부 교육청 담당자들이 “폐원 신청이 안 들어왔으니, 유치원과 잘 소통해보라”고 말하는가 하면, 폐원에 대한 대응으로 부모들이 ‘부모협동형 유치원’을 설립하려고 해도 공간 확보 등 지원 등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해 반발을 사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의 ㅈ유치원에 4살 아이를 보내는 김소라(가명)씨는 최근 폐원 통보를 받았다. 유치원 쪽은 “아픈 가족을 돌봐야 한다”며 폐원 사유를 밝혔고, 학부모들은 간담회에서 원감 대행 체제를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치원은 또 일방적으로 ㄷ유치원을 협력유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입학설명회 참석자는 무추첨으로 입학할 수 있지만 불참자는 입학할 수 없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김씨는 “일방적으로 폐원 통보를 하고 또 한 유치원만을 소개하며 옮기라는 식으로 말하니 어이가 없다”며 “학부모들의 항의로 공지는 내려간 상태”라고 전했다.

유치원의 일방적 태도에 화가 난 김씨는 용인교육지원청에 전화를 걸어 문의했다. 그러나 용인교육지원청 담당자는 “폐원 신청 들어온 게 아니니, 일단은 (유치원과) 잘 소통해보세요”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김씨는 “담당자의 말에 교육청은 기댈 곳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며 “정보는 부족한 상태에서 엄마들 개인이 알아서 방법을 찾아야 해서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맞벌이 부부인 김씨는 “국공립 유치원은 통학 버스도 운영 안 되고 방학 기간이 길어 아이를 맡기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정부가 통학버스 운영 등 국공립 관련 대책을 내놨지만, 당장 내년부터 운영될 지 알 수 없으니 대안으로서 여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리 유치원이 일방적으로 폐원 통보를 하자, 부모들이 직접 나서 ‘부모협동형 유치원’을 만들겠다고 나선 곳도 있다. 정부는 ‘부모협동형 유치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해당 교육청과 지차체가 발 빠르게 대처하지 않아 학부모들이 애태우고 있다.

경기도 하남의 ㅇ유치원은 지난 4월 감사 결과, 설립자가 유치원 근처에 학원을 차려놓고 원생들을 학원으로 옮겨 수업을 받게 하면서 불법적으로 방과후 과정 지원금 등을 유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 유치원 설립자는 자신의 부인을 방과 후 교사로, 며느리는 조리사 겸 방과 후 교사로 아들은 운전기사로 채용해 가족 경영을 했다. 또 부실 급식 문제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식단표에는 과일 샐러드라고 해놓았지만 실제로는 후르츠 칵테일을 준다거나 콘 샐러드 통조림을 그대로 주는 등 부실하게 급식을 제공해 학부모들의 공분을 샀다.

유치원의 비리가 외부에 알려질 수 있었던 것은 고용된 원장의 내부 고발 덕분이었다. 감사 뒤, 설립자는 보란 듯이 원장을 해고하려 했고, 학부모 3분의 2 이상 동의 없이 교육청에 폐원 신청을 했다. 요건을 갖추지 않은 이 유치원의 폐원은 인가받지 못했지만, 학부모들은 여전히 불안했다. 지난 11월 초, 교사 및 학부모들은 힘을 합쳐 부모협동형 유치원을 만들겠다고 결의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부모들이 해당교육청에 공간 확보 등 지원 요청을 했지만, 경기도 광주하남교육청 관계자는 “정부 가이드라인이 없다”며 사실상 뒷짐만 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ㅇ유치원 학부모들을 지원하고 있는 손익찬 변호사는 “부모들이 광주하남교육청 유아교육과 장학사에게 문의하면, 관련 예산이나 지침이 없다는 얘기만 되풀이해 답답해했다”고 전했다. 그는 “교육청 담당자가 너무 방어적이라 부모들은 하남시로 달려가 도움을 요청해놓은 상태”라며 “하루하루가 급한 만큼 해당 교육청과 지자체가 손을 맞잡고 부모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부모들은 폐원을 앞둔 유치원 학부모·교사들과의 연대를 위해 ‘유치원 무단폐원 119’라는 모임도 출범시켰다.

이 모임에는 현재 비슷한 상황의 서울 도봉구 ㅊ유치원 학부모들도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은 포털 네이버에 ‘유치원 무단폐원 119’(https://cafe.naver.com/savechild119)라는 카페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https://open.kakao.com/o/gsOaDI5)을 열어 부모협동형 유치원에 관련된 소식을 공유하고 정부에 조속한 지원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교육부와 17개 시·도 교육청은 이날 여의도 교육시설재난공제회에서 ‘제4차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추진단 합동 점검 회의’를 열어 폐원 통보에 대한 대책 논의를 했다. 정부는 폐원 뒤 놀이학원 등으로 전환하려는 사립유치원에 대해 누리과정 지원금과 기존 감사 결과 시정 여부 등을 철저하게 확인한 뒤 폐원을 승인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한겨레>가 보도한 ‘먹튀 폐원’ 유치원에 대해서는 충남도교육청이 특별감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련 기사: 비리 의혹 유치원 ‘먹튀 폐원’ “폐원 전 감사해 불법 처벌을” )

이달 26일 기준으로, 학부모에게 폐원 의사를 밝혔거나 교육청에 폐원신청서를 낸 사립유치원은 전국에 85곳이다.각 시·도 교육청은 불법·탈법적으로 원아 모집을 하거나 문을 닫으려는 유치원에 대해 엄중 조치한다는 원칙을 유지하되 원아 모집을 보류하는 유치원에 대해서는 행정 지도를 해 나갈 계획이다.

그런가 하면 교육부는 학부모 편의와 공정한 입학기회 보장을 위해 모든 교육청이 내년부터 공·사립유치원의 '처음학교로' 참여를 의무화하도록 조례를 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다음 달 중으로 국공립 유치원 확충과 서비스 개선방안도 발표할 계획이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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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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