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비리 의혹 유치원 ‘먹튀 폐원’ “폐원 전 감사해 불법 처벌을”

양선아 2018. 11. 26
조회수 875 추천수 0
불법 가족 경영 의혹 천안 유치원
자격 없는 사위·딸이 원장님 행세
활동비 누락 등 회계 비리 의혹도

00500838_20181113.JPG » 동탄유치원비상대책위원회가 21일 연 집회에서 시민들이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화성/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유치원 비리 근절 3법’(박용진 3법)에 반대하는 일부 사립유치원이 폐원을 서두르는 가운데 그동안 부당한 회계 집행을 했거나 불법적인 운영을 한 유치원이 ‘먹튀 폐원’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폐원 전 해당 유치원을 특별감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충남 천안에 있는 ㅎ유치원에 6살 아이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 이소라(가명)씨는 지난달 말께 유치원에서 “내년부터 비인가 대안 숲학교로 변경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유치원은 폐원하겠다는 얘기다. 2002년 설립된 이 유치원엔 원아 94명이 다닌다. 폐원 통보를 받고 학부모 간담회에 참석한 이씨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그동안 설립자의 사위와 딸이 자격도 없이 원장과 부원장 행세를 했으며, 원감이 ‘서류상 원장’으로 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최근 공개된 사립유치원의 각종 비리 유형 가운데 불법 가족 경영 운영에 해당한다. 이는 공문서 위조 범죄로, 행정처분 대상이다.

그런데도 ㅎ유치원은 불법 운영에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학부모에게서 폐원 동의를 받으려 했다. 이 과정에서 ‘박용진 3법’에 대한 허위 사실까지 들이밀었다. ㅎ유치원 쪽은 학부모 간담회에서 “설립자가 사위에게 유치원 상속을 하고 싶어 하지만, 그렇게는 안 된다. 박용진 3법이 통과되면, 친인척 경영 비리가 된다. 그래서 폐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행 유아교육법 제8조 및 시행령 9조는 상속·증여 등을 통해 유치원 설립자 변경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매매가 금지될 뿐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며 “박용진 3법은 상속·증여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 유치원은 비인가 전환 때 전체 학부모가 아니라 재원을 원하는 부모 30여명만을 골라 폐원 동의서를 받아 학부모들이 강하게 항의를 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이 유치원은 학부모에게서 받은 숲활동비를 유치원 알리미 공시 자료에서 누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 관련 비리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씨는 2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유치원운영위도 없어 그동안 낸 숲활동비와 교재교구비가 어떻게 집행됐는지 알 수 없다”며 “불법 운영도 놀랍고 거짓 해명도 놀라운데, 마지막까지 자신들의 입장만 생각해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이 유치원은 누리과정 지원금을 주기 시작한 2013년 이래 한 번도 감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유치원 학부모들은 이런 유치원의 불법 운영 사실을 천안교육지원청에 알렸지만, 담당 장학사는 “사립유치원 대부분이 가족 경영을 한다”고 말하는 등 미온적 태도를 보여 학부모들의 반발을 샀다.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는 “이런 유치원이 부모로부터 동의를 받아 폐원하면 ‘먹튀’ 폐원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폐원하려는 유치원 중에 감사를 받지 않은 유치원이 있다면 감사를 통해 이처럼 불법적인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고, 부당 집행 금액은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이메일 : anmadang@hani.co.kr       트위터 : anmadang21       페이스북 : anmadang      
블로그 : http://plug.hani.co.kr/anmadang

최신글




  • ‘에듀파인 도입’ 거부한 채 교사 인건비 달라는 한유총‘에듀파인 도입’ 거부한 채 교사 인건비 달라는 한유총

    양선아 | 2019. 02. 14

    행보 엇갈린 사립유치원 단체회계 투명화 약속한 한사협 출범“교육부 장관 만나 현안 논의할 것” 설립취소 위기 한유총 교육청 항의방문서울시교육청이 ‘에듀파인’이나 ‘처음학교로’를 사용하지 않는 사립유치원에 교사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

  • 9살 이하 20.7%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점점 늘어9살 이하 20.7%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점점 늘어

    베이비트리 | 2019. 02. 13

    과기정통부·정보화진흥원, 실태조사유아·아동 위험군 20.7%…1.6%p↑조사 대상 연령층 가운데 증가폭 최대 “양육 때 스마트폰 활용 증가 탓” 분석위험군 삶 만족도 일반 사용자보다 떨어져<한겨레> 자료사진스마트폰을 활용한 양육 탓에 3...

  • 출산율 하락 예상보다 빨라…인구감소 시점 앞당겨질 듯출산율 하락 예상보다 빨라…인구감소 시점 앞당겨질 듯

    베이비트리 | 2019. 02. 11

    2018년 합계출산율 1명 미만 추정다음달 장래인구 특별추계 발표<한겨레> 자료사진다음달 말 발표될 장래인구 특별추계에서 우리나라 총인구 감소 시점이 앞당겨질 전망이다. 합계출산율(출산 가능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

  • 에듀파인 10곳 중 2곳만 적용하는데… 사립유치원 정보공시 강화 ‘더딘 걸음’에듀파인 10곳 중 2곳만 적용하는데… 사립유치원 정보공시 강화 ‘더딘 걸음’

    양선아 | 2019. 02. 11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부실·허위 정보 공시 제재안 빠져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10월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치원 공공성 강화 당정협의’를 마친 뒤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 초등학생 어휘력, 집값과 비례?초등학생 어휘력, 집값과 비례?

    베이비트리 | 2019. 02. 08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산하 연구소수도권 학교 24곳 조사집값에 따라 상·중·하·농촌 분류하·농촌 지역은 전체 평균 못 미쳐중 지역 학교 높은 교육열로 1위“학교의 교육적 역할 부족” 지적아이들의 우리말 실력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