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집단지성을 위한 인성교육 어떻게?

김영훈 2018. 11. 19
조회수 4031 추천수 1

children-1149671_960_720.jpg » 사진 픽사베이.영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시각장애를 가진 한 남자가 구걸하였다. 그 시각장애 걸인은 자기 앞에 글을 써 붙여 놓았는데, “나는 시각장애인인데 좀 도와달라”라고 쓰여 있었다. 많은 사람이 지나갔지만 모두 무관심해 보였는데, 이를 지켜보던 한 여성이 그 문구를 다른 말로 바꿔주었다. 그때야 사람들이 그에게 동전을 던져주기 시작하였다. 그 여성이 다시 다가왔을 때 그 시각장애 걸인은 도대체 뭐하고 썼는지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그녀는 이렇게 써놓았다. “너무나 아름다운 날이에요. 그런데 나는 볼 수가 없어요.” 처음 것은 그냥 시각장애인이 지극히 평범하게 구걸하는 내용이었다면 그녀가 쓴 문구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포장되거나 과장된 말이 아니라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자신이 시각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정상인의 시각에 맞춰 공감을 먼저 해주는 이러한 표현력은 집단적인 공감에서 비롯된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나누는 공감력은 인류가 발전하는 데 필요한 능력이다. 소통력이 뛰어나더라도 공감력이 없으면 자신만의 욕심을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뛰어난 협업을 거쳐 훌륭한 결과물을 냈다 하더라도 자신만이 그 결과를 독식하려 할 것이다. 모두가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면 결국 나중엔 협업하는 대신 혼자서 일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고, 미래의 발전은 더뎌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학생들은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각자 맡은 부분을 하고 팀장이 수합해서 정리하는 방식으로 수행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협력 학습이 ‘더하기’ 효과에 그친다. 반면 미국대학생들은 누구 한 명이 결과를 떠맡기보다는 전체 과정을 협력하며 그 과정에 더 중점을 둔다. 기업은 회사에 들어온 신입사원들이 기존의 직원들과 협력할 줄 모른다면 제발 대학에서 협업능력을 가르쳐 달라고 요구하는데, 정작 그에 대한 교육을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협업능력을 키우는 데 있어서 장애물


소통력과 공감력은 부모로부터 배우는 측면이 크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많은 부모가 “우리 집은 아이랑 평소 이야기를 많이 해요. “우리는 아이와 친해요.”라고 말한다. 그러나 심리학자 김인자 교수는 의사소통의 단계는 인사->사실 나눔->의견교환->감정표현->고백 순으로 발전하는데 대부분의 부모와 아이는 2단계 ‘사실 나눔’의 관계도 잘 형성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지냈던 이야기를 한다고 하더라도 대화로 시작했다가 지시와 명령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아이와 대화를 나눌 때마다 자주 갈등을 겪는다면 사실 나눔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견과 감성을 나누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에게는 특히 긍정적 경험이 중요하다. 어릴 때부터 누군가와 함께 협력하는 활동을 하면서 즐겁고 의미 있는 경험을 하였던 아이들은 협력에 대해 적극적이고 긍정적이다. 그렇지만 협력하는 기회가 많지 않았던 아이들이나 협력했던 기억이 좋지 않았던 아이들은 협력을 귀찮은 것, 손해 보는 것으로 여긴다. 따라서 다른 사람과 협업을 할 때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는 것, 그리고 의견에 대해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받는 것에 불편함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의 기분에 맞추어 완벽하게 일을 해내려는 성향 때문에 혼자서 일을 다 맡아서 하거나, 아니면 아예 방관자가 되어버린다. 


또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갈등이나 상처를 회피하려고 하기 때문에 인간관계가 쉽지 않다. 그렇게 되면 빠르게 비판 없이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 브레인스토밍 활동에서 창의적인 생각을 내거나,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어렵다. 또한 자신을 방어하는 데 급급하다 보면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를 대비해야 하므로 신속한 의사결정과 시행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다른 사람들과 협업을 해야 하는 일이 많아지고,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해야 하며, 창의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현대사회에는 맞지 않은 태도이다.


소통력과 공감력을 방해하는 요인으로는 디지털미디어도 있다. 하버드대학의 심리학자 케서린 스타이너 어데이(Catherine Steiner-Adair)는 스마트 기기가 가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스타이너 어데이박사는 아이 1,000명, 부모 500명, 청소년 250명에게 임상에서 사용하는 스마트 기기에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물어봤다. 연령별로 나눈 모든 집단에서 ‘슬프다’, ‘화가 난다’, ‘외롭다’. ‘답답하다’, ‘짜증 난다’라는 똑같은 다섯 개의 단어가 압도적으로 등장했다. 스타이너 어데이 박사는 부모가 스마트 기기를 필요 이상으로 사용할 경우 아이가 부모를 신뢰하고 의지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한다. 아이가 같은 공간에 있을 때는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해야 한다. 부모가 내 말을 듣고 나를 돌보고 있음을 아이가 느껴야 한다. 스마트 기기로 누군가와 소통하기 위해서 아이를 방치하는 순간이 생겨서는 안 된다.


인성의 발달


사회라는 공동체 안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4~7세부터 올바른 인성을 가져야 한다. 다른 사람과 바람직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자기 일을 스스로 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정해진 규칙을 준수하고 공동체의 기준과 도덕적 가치를 내면화하여야 한다. 4~7세 시기는 인성의 기초가 형성되는 때일 뿐만 아니라 교육의 효과도 매우 커서 이 시기에 형성된 태도와 습관은 평생 지속된다.


4세 아이는 낯선 환경을 경험하는 경우에 격리 불안과 낯선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있으므로 그것을 고려하여야 하며, 오감을 사용한 직접적 탐색에 보다 중점을 두고 상호작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5세 아이는 생활·문화적 배경이 확장되며 조금 더 구조화된 시간 구성이 가능하므로 일정한 주제에 따라 대화를 하고 다른 아이들과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을 점차 늘려야 한다.


6세 아이는 협동 능력과 규칙에 대한 인식이 발달하며 선호하는 또래와 우정을 형성하기도 하므로 또래 간 상호작용에 보다 중점을 두자.

hands-2847508_960_720 (1).jpg » 사진 픽사베이.

[인성교육을 위한 부모의 지침]


4~7세 때부터 질서, 배려, 협력 등의 인성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인성교육은 일상생활 속에서 어릴 때부터 지속해서 실시되어야 하며, 생활하는 모든 공간과 시간 속에서 통합적인 과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아이와 아이, 아이와 환경 간에 능동적인 상호작용이 이루어져야 가능하며, 아이는 부모나 또래와 개별적으로 또는 집단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새로운 지식과 기능을 습득하고 태도를 형성해 간다.


첫째,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하자.


4~7세 아이는 가족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 때이므로 가족에 대한 이해와 소중함을 알도록 하자. 일찍부터 부모와 조부모, 형제에게 애정과 친밀감을 느끼며 가족의 소중함을 알도록 하자. 아이가 가족이 있어 행복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와 함께 가족을 기쁘게 하는 일을 찾아보고, 가족이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서로 위로하며 협력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우리 가족이 행복했던 때, 우리 가족의 자랑거리 등을 알고 이를 표현해 보는 시간을 갖자.


“가족과 함께해서 행복했던 일을 말해 줄 수 있니”

“가족의 자랑거리를 소개해 줄 수 있니”

“누나나 형, 동생과 사이좋게 지내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둘째, 친구들과 서로 돕고, 예의·규칙 등 사회적 가치를 알고 지키자.


4~7세 아이는 가족 외에 친구와 교사, 이웃 등 타인과의 사회적 관계가 확장되면서 상호작용이 빈번하다. 이 시기는 다른 사람과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고 협력할 수 있는 사회적 능력과 기술을 습득하여야 한다.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질서, 배려, 협력 등 바른 인성을 길러주어야 한다. 따라서 아이는 친구와 협력하며 갈등이 발생할 경우 이를 긍정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습득하여야 한다. 또한 정직, 배려, 예의, 공공규칙 등 사회적 가치를 알고 실천하여야 한다. 특히, 아이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지키며, 친구 또는 부모와 한 약속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자.


“어른들께는 어떤 말을 사용해야 할까? 친구에게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어떻게 인사를 하면 좋을까”


셋째, 다양한 가족구조를 인정하여 편견을 없애자.


모든 가족이 부모-자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부모 가족, 조손 가족, 입양 가족, 다문화 가족 등 다양한 가족이 있음을 알고 자기의 가족과 다른 가족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아야 한다. 엄마와 둘이서 사는 친구는 엄마가 아빠 역할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할머니와 함께 사는 친구인 경우에는 할머니가 엄마의 역할을 대신 해 주고 있을 뿐 서로 사랑하고 격려하는 것은 다른 가족과 차이가 없다는 것을 이해하도록 하자.


“만약에 엄마가 계시지 않는다면 그 집에서는 누가 엄마를 대신해서 도와줄 수 있을까”

“아빠가 음식을 할 때 너희가 도울 수 있는 일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엄마가 안 계실 때 너희들이 할 수 있는 일에는 어떤 것들이 있니”


넷째, 친구와 협동하며 놀자.


4~7세 아이는 친구들과 함께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함께 참여하는 즐거움을 경험하여야 한다. 협동하는 속에서 집단의 한 구성원으로 즐겁게 협조하고 친구들의 요청에 자발적으로 응하는 참여와 협력의 자세도 필요하다. 아이는 나와 친구와의 의견이 다를 때는 나의 의견도 존중하지만 친구의 의견도 존중하며 받아들여야 함을 알아야 한다. 친구와 다툼이나 갈등이 생겼을 때 긍정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며,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배려, 양보, 타협 등 친구와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사회적 기술도 익혀야 한다.


“많이 속상할 때는 ‘정말 속상해요’라고 말하는 거야!”

“그럴 때 친구의 마음은 어땠을까”

“어떻게 하면 서로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까”


다섯째, 도움이 필요할 때 다른 사람과 도움을 주고받자.


아이는 혼자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혼자만의 힘으로는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없으며, 때로는 도움이 필요할 때가 생기고 이럴 때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고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는 가족, 이웃, 친척, 친구, 교사 등 다른 사람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협력하여 생활해야 한다. 누군가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을 때 상대방에게 도움을 주고, 반대로 내가 곤란한 상황에서 친구, 교사, 이웃 등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고 도움을 받는 과정을 통해 서로 돕고 협력하는 것을 배우자. 또한, 타인에 대한 공감력을 키워 다른 사람이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미리 그들의 어려움을 알고 먼저 다가가 묻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성을 기르도록 하자.


“친구가 힘들어할 때 어떻게 해 주면 좋을까”

“친구에게 도움을 받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

“몸이 불편하거나 아픈 친구를 보면 어떻게 해 주겠니”


여섯째, 정직하게 말하고 행동하자.


4~7세 아이는 정직과 솔직함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 알아야 하며, 정직한 행동이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 데에 밑거름됨을 알고 있어야 한다. 또한 거짓말이 가져오는 부정적인 효과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며 정직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도록 하고, 거짓말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과 피해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내 소유물이 중요하듯이 타인의 소유물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타인에게 미리 허락을 구한 후에 만지거나 빌려올 수 있으며 사용 후에는 돌려주어야 함도 알도록 한다. 이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기초가 되는 신뢰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왜 우리는 정직하고 솔직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자.”

“우리가 서로 거짓말을 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다른 아이의 물건을 말없이 가져오면 친구의 마음을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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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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