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오, 말똥게 장군! 갯지렁 장군! 갯벌을 부탁하오

권귀순 2018. 11. 09
조회수 361 추천수 0
칠게·세스랑게·고동·짱뚱어 등
갯벌 지키기 전격 대작전
화면 분할 등 만화적 기법 박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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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전쟁

장선환 글·그림/모래알·1만6800원

“방게 부관, 정찰 나간 갯강구 소식은 아직인가?”

“네. 아직입니다.”

“말똥 별동대 3백, 집결 완료!”

“오 말똥게 장군! 멀리서 오느라 수고 많았소.”

이곳은 전운이 감도는 흰무늬 갯벌 총사령부. 집게발 하나를 접어 눈 옆에 붙인 칠게 대장군은 전시 태세를 보고 받고 있다. ‘다다다다’ 수많은 발을 움직여 달려온 ‘정찰병’ 갯강구는 50분 후면 나타날 회색무늬 갯벌 녀석들의 수가 어마어마하다고 보고한다. “한창 펄에서 뒹굴 나이”인 신병 꽃게 군사들이 각지에서 횡보로 모여든다. 반면, 권력자인 짱뚱어 여왕은 “관계자들과 협의해서 잘 처리해 달라”는 말만 남기고 꾸벅꾸벅 졸던 대신들과 함께 몸을 피한다. 드넓은 갯벌을 지켜낼 모든 책임을 등껍질에 진 칠게 대장군은 비장한 출사표를 날린다. “내 반드시 이 갯벌을 지켜 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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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전쟁>은 새롭지 않은 소재인 갯벌 이야기를 다루지만, 아주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준다. 최근 서산 간척지를 갯벌로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생태계 보고인 갯벌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생태동화나 과학동화 형식의 기존 그림책들은 갯벌의 중요성을 깨우치는 학습형 스토리텔링이 주를 이뤘다. 이런 ‘양서’들이 부모 손을 거쳐 아이에게 건네지곤 했다면, <갯벌 전쟁>은 아이 스스로 대뜸 골라 읽을 만큼 순수한 재미로 가득하다. 세스랑게는 갯벌 위에 작은 구멍을 뚫어서 환기가 잘 되게 집을 짓는다거나 개소갱은 물속 깊이 숨어 있어서 눈이 퇴화한 에일리언처럼 생겼다는 사실을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특징을 잡은 그림을 보면서 저절로 갯벌동네 친구들의 개성에 빠져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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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환 작가는 만화처럼 칸을 분할하는 형식을 접목해 수많은 갯벌 생물군이 등장하는 전쟁의 생동감을 표현했다. 동쪽 방어작전을 맡은 세스랑게 장군은 ‘우웩 우웩’ 펄을 토해내며 “어떤 공격에도 무너지지 않게 튼튼하게” 성을 쌓는다. 남쪽 펄을 맡은 개소갱 장군은 “언제 봐도 무시무시한” 외모가 무기다. 갯지렁 장군은 긴 몸으로 “6시간째 함정을 파고” 있다. 고동 장군은 적들이 길을 잃고 혼란에 빠지도록 더욱더 꼬불꼬불하게 길을 그린다. 장 작가는 “박진감 넘치는 전개를 위해 칸을 나누는 형식이 효과적일 거라 생각했고, 전쟁 준비 과정을 통해 각 생물의 특징과 습성을 재미있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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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학적이고도 세밀한 그림만큼 이야기 완성도도 조밀하다. 갯벌 최고 포식자 마도요와 역시 먹이사슬의 위쪽 포식자인 낙지 지원군의 등장이 의외성을 주는 대목이 그렇다. 마도요가 하늘을 날자 기세등등하던 농게 대군들이 펄 속에 숨었다 두 눈을 빠꼼 내미는 장면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갯벌 지킴이로 늑장 합류한 낙지의 의뭉스러움도 밉지 않다. 5살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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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그림 모래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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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귀순 한겨레신문사
일찌감치 결혼했으나, 아이 없이 지낸지 13년. ‘룰루나 행성’에서 꽃을 키우며 지내던 앙큼군은 우주 폭풍을 만나 어느날 지구별로 떨어졌다. 아이가 없는 집을 둘러보다 우리집으로 왔다. 어딜 가나 엄마들한테 ‘언니’라는 호칭으로 통하는 ‘늙은 엄마’이지만, 앙큼군은 “엄마가 우리 엄마여서 다행이야”를 달고 사는 여섯 살 소년으로 자랐다. 곰팅맘은 현재 한겨레 편집 기자이며, 책과 지성 섹션에 어린이청소년 책을 소개하는 기사도 쓰고 있다.
이메일 :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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