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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의 질 높이기’와 거꾸로 가는 어린이집 예산

베이비트리 2018. 11. 07
조회수 107 추천수 0
참여연대 ‘2019년도 보건복지 예산 분석’

보육교사 인건비 1780억 늘지만 
시간제 보조교사 채용에 집중
국공립 확충, 목표치보다 100곳 미달 
정부는 2022년까지 국공립어린이집 비중을 40%로 높이겠다고 했지만, 2019년도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을 위해 편성된 예산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한겨레 자료
정부는 2022년까지 국공립어린이집 비중을 40%로 높이겠다고 했지만, 2019년도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을 위해 편성된 예산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한겨레 자료

서울의 한 국공립어린이집에서 보조교사로 일하는 김미정(가명)씨는 1인 다역을 한다. 만 3~5살 누리과정 보조교사로 채용됐지만, 가끔 영아반 보조교사 일도 하고 낮잠 시간엔 홀로 여러 반 아이들을 돌본다. 영아반 보조교사로 채용된 김씨의 동료는 교실에 들어가는 대신에 어린이집 서무 일만 담당한다. 그래서 영아반 정교사들은 보조교사 없이 기저귀도 못 뗀 아이 7명을 혼자서 돌봐야 한다. 4년제 대학교 유아교육과를 졸업한 김씨가 이렇게 하루 4시간씩 일하고 받는 월급은 83만2천원(4대보험료 포함)이다.

지난 7월1일부터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어린이집 보육교사에게도 근무 도중 휴게시간(4시간마다 30분)을 보장해줘야 한다. 이에 정부는 휴게시간을 담당할 어린이집 보조교사를 2만5천명에서 내년 4만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김씨처럼 하루 4시간만 일하는 시간제 보조교사가 1만5천명 증원되는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이들의 인건비를 월 97만3천원으로 책정했다. 최저시급에 월 10만원을 보탠 수준이다.

6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펴낸 ‘2019년도 보건복지 분야 예산분석’ 보고서를 보면, 정부는 보육교사 인건비 및 운영비 지원을 전년보다 1780억원 늘어난 1조1758억원으로 편성했다. 관련 예산이 1조원이 넘기는 처음이다. 문제는 이렇게 늘어난 보육교사 일자리가 김씨와 같은 ‘낮은 질’의 시간제·저임금 일자리라는 점이다. 정교사 채용 대신에 보조교사로 돌려막기 하는 셈이다. 최근 유아 교육·보육의 공공성을 확대하고 어린이집 ‘보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와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일자리뿐만 아니라 전체 보육 관련 예산을 뜯어봐도 ‘공공성 강화’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내년도 전체 보육 관련 예산은 총 5조6479억원이 잡혀 있다. 이 가운데 686억원은 국공립어린이집 452곳을 확충하기 위한 예산이다. 올해와 비슷한 규모다. 정부는 2022년까지 국공립어린이집 비중을 40%까지 높이겠다는 국정과제를 내걸었다. 이렇게 되려면 1년에 최소 578곳 이상의 국공립어린이집을 확충해야 하는데, 목표치보다 100곳 이상 모자란 셈이다. 어린이집 개·보수에 쓰이는 기능 보강 예산도 2018년(306억원)보다 절반 이상 깎인 105억원이 책정되는 데 그쳤다.

참여연대는 “어린이집 보조교사 증원은 보육 현장의 인력부족을 시간제·저임금 일자리 중심으로 해결하려는 태도이며 ‘교사 대 아동’ 비율 축소라는 정책 목표에도 맞지 않는다”며 “민간어린이집 지원보다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에 더 많은 예산이 편성되어야 보육서비스의 변화를 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월 20일 오전 서울 시청 인근에서 열린 유아 교육ㆍ보육 정상화를 위한 모두의 집회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비리유치원 문제 관련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월 20일 오전 서울 시청 인근에서 열린 유아 교육ㆍ보육 정상화를 위한 모두의 집회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비리유치원 문제 관련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보육교사 뿐만 아니라 정부가 늘리겠다는 사회서비스 일자리 대부분이 ‘질 낮은’ 일자리다. 노인 일자리 2만개는 활동비가 월 59만4천원에 불과하고, 아이돌보미(7천명)의 시급은 8400원이다. 국가가 보육·요양·장애인 복지서비스 등의 일자리를 직접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책임질 사회서비스원(또는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을 위한 법률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 사회서비스원 설립 지원예산 68억원을 신규 편성해, 서울 등 4곳에서 시범사업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참여연대는 “정부가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양적 확대에 치중한 나머지,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개인 건강정보를 이용하려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 등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의료영리화 사업 등에 예산이 과다 편성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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