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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 유치원·어린이집 ‘이권 챙기기’ 무대 된 지방의회

베이비트리 2018. 11. 05
조회수 222 추천수 0
동두천, 어린이집 통학버스 교체 7100만원 추경 반영
대전, 어린이집 이사장 출신 공립유치원 예산삭감 주도
지방의원 겸직금지 위반…국고지원금 챙기다 적발되기도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지난 10월30일 경기 고양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연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토론회’에 검은 옷을 입고 참석한 전국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이 행사를 마친 뒤 취재진의 눈을 피해 뒤쪽 하역장 쪽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고양/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지난 10월30일 경기 고양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연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토론회’에 검은 옷을 입고 참석한 전국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이 행사를 마친 뒤 취재진의 눈을 피해 뒤쪽 하역장 쪽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고양/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원장 출신들이 지방의회에 진출해 지방정부 예산을 쥐락펴락하며 이권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단체의 지원 속에 어린이집·유치원 출신들이 지방의회 권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들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동두천시의회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금숙 부의장의 남편이 법인 대표로 있는 관내 장애인 전문 ㅎ어린이집에 통학버스 교체 명목으로 추경예산 7100만원을 반영해 통과시켰다. 이 어린이집 원장 출신인 최 부의장은 이번 예산을 심사한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였다. 자신이 원장으로 재직했고, 자기 남편이 법인 대표로 있는 어린이집에 지원하는 예산을 스스로 심의해 결정한 셈이다. 예산 심사 과정에서 일부 의원이 “개인 사회복지법인에 자부담 없이 전액을 지원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대했지만, 예산이 통과되면서 특혜 논란이 일었다.

특히 동두천시는 2016년과 지난해 두차례나 이 어린이집의 차량 구입비 지원을 거부했으나, 최 부의장이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시의원에 당선된 뒤 자금 지원을 결정하면서 뒷말을 낳았다. 시가 어린이집 차량 구입비를 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방자치법에서 금지한 어린이집·유치원 원장 겸직을 하며 국고 지원금을 받아오다 적발된 지방의원도 있다. 대전 유성구의회 자유한국당 소속 윤정희 의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구의원이면서도 어린이집 원장과 대표를 겸직하며 월급을 받은 사실이 들통났다. 유성구는 지방자치법 및 영유아보육법 위반으로 윤 의원에게 지급된 국고 지원금 일부를 환수하고 과징금으로 250만원을 부과했다. 의정부시의회 민주당 소속 이계옥 의원도 유치원장을 겸직하다 지난달 의회에서 ‘경고’ 처분을 받았다. 2005년 2월부터 유치원을 운영한 그는 6·13 지방선거에 당선된 뒤에도 시에서 매달 300만원가량을 교사 수당 등으로 지원받았다.

경기도의회 민주당 소속 이은주 의원 역시 현재 어린이집 대표다. 특히 이 의원은 경기도 어린이집 관련 예산 등을 심의·의결하는 도의회 예결위원장이어서 논란을 빚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7월 지방자치법에 근거해 어린이집 대표와 유치원 원장은 겸직 금지 대상이라고 각 지방의회에 알렸다. 정윤경 경기도의회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행안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의장 등이 최근 이 위원장에게 어린이집 대표 사임을 권고했고, 이 위원장이 이를 이행하겠다고 밝혀 와, 처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에 지방의회 의원의 유치원이 포함된 사례도 있다. 자유한국당 소속 권재욱 구미시의원이 1996년 세운 ㅅ유치원은 2016~17년 경북도교육청 구미교육지원청 감사에서 유치원 예산을 사적으로 부당하게 지출했다가 3724만원을 회수당하는 등 행정처분을 받았다. 권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에 출마하면서 원장 자리를 아내 이아무개씨에게 넘겼다. 인천 남동구의회 임애숙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던 유치원도 2016년 교육청 감사에서 부당한 회계 집행이 적발돼 4600여만원을 교육청에 반납했다.

지방정부는 어린이집·유치원 원장 출신 의원들의 권한 남용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한 지방정부 관계자는 “지방의원을 집행부인 지방정부가 견제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어린이집·유치원 (원장) 출신 의원들은 특히 유권자인 학부모들을 등에 업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아, 단체장들로서도 부담스러운 측면이 많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겸직 금지 규정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지혁 대구참여연대 정책팀장은 “지금은 유치원 원장이 지방의원에 당선되면 원장 명의를 아내나 자녀에게 넘겨버리면 그만”이라며 “지방자치법상 의원 겸직 규정 적용 범위를 당선자 가족까지 확대하는 등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대구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어린이집·유치원을 100% 국공립화하면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사립 어린이집·유치원들의 반발이 커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경만 홍용덕 김일우 송인걸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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