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밥을 잘 먹는 아이로 키우는 주방놀이

권오진 2018. 11. 06
조회수 721 추천수 0

독립한 27살 딸이 2주만에 집에 왔다. 부녀는 나란히 소파에 앉았다. 대뜸, “요새도 곱창 좋아하냐”라고 묻자 딸은 금방 생기가 돌면서 “엄청 좋아하죠. 없어서 못먹어요. 그런데 막창은 더 맛있어요. 그리고 매운 닭발도 잘 먹어요“라며 무용담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너 어릴 때, 아빠랑 곱창 먹은 것 기억나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5살 때, 제주도에 놀러가서 곱창을 맛있게 먹던 일과 초등학교 때, 창신동 문구골목에 갈 때마다 먹던 곱창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랬더니 5살 때는 기억이 없고, 창신동에서 먹은 것은 기억이 난다고 말한다. 


그래서 어릴 때, 맛있게 먹은 음식은 성인이 되어서도 맛있다고 말을 해주었다. 딸과는 초등학교 6학년까지 100번 정도의 여행을 다녔다. 무인도에 가서는 물고기를 잡은 후에 꼬치에 끼워서 구워먹었고, 봄에 미꾸라지를 잡아서 화로불에 구워먹었고, 가을이 되면 메뚜기를 잡아서 구워먹었고, 가을에는 화성시 고포리에서 망둥어 낚시를 한 후에 불판에 구워먹기도 했다. 이렇게 아빠와 많은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음식을 먹었던 딸은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 식성이 아빠와 비슷하다.

맨위가규리.jpg » 야외에서 꼬치를 구워 먹고 있는 규리(서 있는 아이). 제공 권오진.

2002년무인도에서.jpg » 2002년 무인도에서 잡은 고기를 장작불에 구워먹고 있는 규리(가운데). 제공 권오진.

요즘, 밥을 잘 먹지 않는 아이들이 많아서 엄마의 애간장을 녹인다. 엄마는 아이에게 많이 먹이려고 하고, 아이는 더 이상 먹지 않겠다며 신경전이 매일 벌어진다. 그런데 나름대로 입장이 있다. 엄마는 밥을 잘 먹어야 균형있게 성장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제대로 먹이려고 한다. 그러나 아이는 다르다. 매일 엄마가 밥을 많이 먹으라고 강요와 협박을 일삼는다. 한 숟가락만 더 먹으라고 하고, 먹으면 즉시 끝이라고 한 숟가락을 더 먹으라고 하고, 먹으면 정말 마지막으로 한 숟가락을 더 먹으라고 한다. 이미 배가 부른 상태에서 한 숟가락을 더 먹는 것은 고문과 다름없다. 그래서 식사시간이 두려운 아이는 의자에 앉지 않고 왔다 갔다를 반복하거나 엄마가 밥을 숟가락에 들고 먹이려고 하면 숨박꼭질 놀이룰 하기도 한다. 행복해야 할 식사시간이 엄마도 힘들고, 아이도 힘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다. 엄마의 탄식이 독백으로 메아리친다. 

규리가중1때그린삽화.gif » 이미지 권규리. 제공 권오진.

위의 상황에서 몇가지 문제점이 발견된다. 


1. 엄마가 억지로 먹인다.

엄마는 자신이 원하는 양을 아이가 먹기를 바라며, 5~6세가 되어도 아이에게 밥을 먹여주는 엄마가 있다. 그런데 집집마다 냉장고를 비롯하여 여기저기 간식들이 널려있다. 위의 크기가 작은 유아에게 바나나 1개나 비스켓 몇 개는 아이에게 포만감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엄마는 이런 사정을 알지 못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양에 집착한다. 


2. 식사시간이 즐겁지 않다 

한 세대 전에는 대가족이라 한 번에 많은 식구가 함께 식사를 했는데 마치 작은 축제와도 같았다. 또한 아이들이 서너 명이라 엄마가 아이에게 밥을 잘 먹으라고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먹지 않으면 형제자매가 먹어버린다는 사실을 알기에 내가 원하는 반찬을 빨리 먹으면서 즐거웠다. 그러나 지금은 식사시간이 전혀 즐겁지 않고, 오히려 아이의 입장에서는 협박과 공갈을 받으며 고문을 받는 심정이다. 


3. 아이에게 선택권이 없다. 

아이는 자신이 먹고 싶은 양과 반찬을 먹기가 어렵다. 엄마가 생각하는 영양의 기준에 따라야 한다. 어른이나 아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기호식품이 있다. 이것을 인정하지 않고 엄마의 잣대로 반찬을 통제하니 식사시간이 더욱 즐겁지 않다. 


위의 문제점에서 공통분모는 식사시간이 즐겁지 않다라는 결론이다. 이제 식사시간은 즐거워야 한다. 그러면 저절로 밥을 잘 먹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를 식사준비에 참여시키면 된다. 주방놀이를 해보자. 일명 식사 예의범절놀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부부가 이 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협력이 필요하다. 내용은 간단하다. 24개월 이상의 아이라면 수저 심부름을 할 수 있다. 엄마가 아이에게 수저를 주면, 아이는 수저를 갖고 아빠에게 갖다준다. 그러면 아빠는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받는다. 36개월 이상이라면 간단한 콩나물, 시금치 나물과 같이 무침류의 심부름을 할수 있다. 아이가 시금치 나물을 들고 아빠에게 간다. 아빠는 ‘수고했습니다’라는 말을 하며 받는다. 


48개월이 넘으면 물 심부름을 할수 있다. 아이가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서 아빠에게 간다. 아빠는 ‘감사합니다’라고 한다. 이러한 아이의 행동은 심부름으로 인하여 엄마 아빠와 함께 식사준비를 한다는 동질감과 성취감이 생성되면서 급격하게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식사를 하기 전, 아빠가 ‘하나 둘’을 말하면 아이와 함께 ‘잘 먹겠습니다’라고 외친 후에 먹기 시작한다. 이 말은 식사 준비를 한 아내에 대한 배려와 감사의 메시지다. 유아의 식사는 스스로 할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밥의 양 역시 아이에게 물어보면서 원하는 양으로 퍼주어야 한다. 또한 반찬 역시 아이가 스스로 골라 먹을 수 있도록 자유로운 선택의 기회를 준다. 평소에 잘 먹지 않던 아이가 스스로 먹기 시작하면 추임새가 필요하다. 콩나물을 먹으면 ‘아빠처럼 키가 커지겠네’, 시금치를 먹으면 ‘아빠처럼 힘이 세지겠네’등의 이야기를 해준다. 그리고 엄마와 아빠는 습관대로 식사를 한다. 그러면 자유의지가 생긴 아이는 ‘이 반찬 더 주세요’ ‘밥을 더 주세요’라는 말을 하며 혼자서도 잘 먹게 된다. 


식사가 끝나면 개수대에 넣기 놀이를 한다. 아이가 수저나 그릇을 들고 개숫대에 가면 엄마는 받으면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해준다. 설거지는 아빠와 아이가 한다. 36개월 이상이라면 보조 의자위에서 설거지 보조 역할이다. 주방놀이 겸 소근육놀이다. 아빠가 그릇에 거품을 내면 곁에서 계속 받는다. 다시 헹굴 때는 아빠에게 그릇을 하나씩 준다. 아이의 눈에는 지저분한 공간이 설거지를 하니 깨끗하게 변하는 전 과정을 보게 된다. 또한 이 과정에서 그릇에 크기와 질감과 무게의 다양성을 저절로 알게 되며, 이는 요리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될 수 있다. 식사가 끝나면 아빠는 ‘이를 닦으러 출발!!’을 외치며 이를 닦으러 아이와 세면대에 향한다.


그동안 많은 엄마들이 아이의 식사 시간이 되면 고통스러웠다. 그런데 지금껏 해온 것은 엄마의 넘치는 사랑이 원인이었다. 아이에게 많이 먹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협박이었으며 이는 아이에게 고통의 연속이었다. 그로 인하여 엄마도 힘들었고, 아이는 더욱 힘들었다. 그동안 밥을 먹지 않는 아이의 훈육은 간식을 끊거나, 형제간에 경쟁을 시키는 방법을 주로 동원했다. 그런데 그 방법도 썩 효과적이지는 않다. 이제 식사시간에 대한 인식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식사는 억지로 먹는 것이 아니라 ‘식사시간은 즐거워야 한다’라고 생각으로 바뀌어야 한다. 엄밀히 말하면 이제 ‘식사시간은 놀이모드’가 되어서 즐겨야 한다. 그러면 아이가 식사준비에 동참을 함으로서 기분이 좋아지고, 저절로 밥을 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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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진
아빠학교 교장. 행복가정연구소장. sbs ‘우아달’ 자문위원. 아빠가 하루 1분만 놀아줘도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는 ‘1분 놀이’의 달인이다. 13년간 광고대행사 대표로 재직하다 IMF 때 부도가 난 뒤 그저 아이들이 좋아 함께 놀아주다보니 아빠놀이 전문가가 되었다. 놀이는 아빠가 아이에게 주는 최고의 사랑이자, 아빠와 함께 하는 놀이를 통해 15가지 인성 발달뿐 아니라 9가지 신체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저서로는 <아빠의 놀이혁명>, <아빠의 습관혁명>, <아빠학교>, <아빠가 달라졌어요>, <아빠 놀이학교>, <놀이만한 공부는 없다> 등이 있다.
이메일 : bnz999@hanmail.net      
블로그 : http://cafe.naver.com/swd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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