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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가구, 집 있는 사람보다 아이 덜 낳는다

베이비트리 2018. 10. 15
조회수 322 추천수 0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③ 주거, 과녁을 벗어난 대책

자기 집을 가진 사람보다 전·월세에 사는 사람이 아이를 덜 낳는다는 사실이 국가통계로 확인됐다. 주거비 부담은 물론 짧은 거주 기간과 잦은 이사 등 세입자의 주거 불안이 자녀 출생에도 영향을 끼친 결과로 풀이된다.

통계개발원이 1985~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분석해 곧 발간할 <인구·가구 구조와 주거 특성 변화> 연구보고서를 보면, 결혼 유지 기간이 길수록 전체 자녀의 수는 늘지만 자기 집에 사는 사람보다 전·월세에 사는 사람이 아이를 덜 낳는 경향은 결혼 기간에 관계없이 같았다. 2011~15년 결혼한 가구는 자가 거주일 때 1.1명, 전세와 월세 거주일 때 각각 0.9명의 아이를 낳았다. 2006~10년 결혼한 가구의 자녀 수는 자가가 1.8명, 전세가 1.7명이었고, 월세가 가장 적은 1.6명이었다. 2001~05년 결혼한 가구는 자가 거주의 경우 1.9명, 전·월세가 각각 1.8명이었고, 1996~2000년 결혼한 가구는 자가가 2.0명, 전세와 월세가 각각 1.9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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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결과는 경제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주거 안정성의 격차도 아이를 낳는 데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2016년 기준으로 한국 세입자의 평균 주거기간(3.6년)은 자가 소유자(10.6년)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세입자 보호정책이 미약한 탓에, 계약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이사를 다녀야 하는 세입자의 현실이 자녀 수의 차이로 이어진 것이다. 이 연구를 맡은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세입자 대책의 미비와 과도한 주거비 부담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이라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민간임대주택에 사는 현실에서 공공임대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민간임대 시장을 규제하고 세입자를 보호하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월세 세입자가 자기 집을 갖기가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거의 불평등이 자녀 출생의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현상, 나아가 저출생 문제는 더 심각해질 가능성도 있다. 이 보고서를 보면, 1995년과 2015년의 자가 거주 가구는 30~34살 가구주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전세 거주 가구는 모든 연령대에서 줄었다. 반면 월세 거주 가구는 모든 연령대에서 크게 늘었다. 30~34살 가구주 집단은 자가 거주 비율이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31.9%로 같지만, 전세 가구는 크게 줄고(48.2%→30.5%) 월세 가구는 갑절 가까이 늘었다(16.6%→31.6%). 최 소장은 “전통적으로 월세는 전세보증금을 마련하기 힘든 거주자가 많고, 전세는 자기 집을 마련하는 사다리 역할을 해왔다. 그런 점에서 월세가 늘고 전세가 줄었다는 건 앞으로 자기 집을 마련하기 힘든 가구가 더 많아질 수 있고 저출생 문제도 심화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인구주택총조사 통해 격차 확인
2011~15년 주거·출생 관계 분석
자가 땐 1.1명, 세입자 땐 0.9명
주거비 부담이 자녀 출생에 영향
임대료 상한제 등 보호대책 시급

모든 연령대서 월세가구 급증했는데
주거대책 초점 매매에만 맞춰져
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보호법 13개 국회서 낮잠
지방정부 ‘주거조례’ 없는 곳도

문제는 세입자 보호 정책을 만들고 시행할 국회와 정부가 모두 뒷짐을 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입자 보호의 핵심으로 꼽히는 전·월세 임대료 상한제와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다. 하지만 이 정부 들어 9차례나 발표된 주택 관련 대책에 이런 내용을 포함한 세입자 보호책은 거의 들어 있지 않다. 전체 가구의 40%가량이 세입자인데도, 주거대책의 초점을 ‘매매’에만 맞춘 결과다. 지난해 8월, 4년(단기) 또는 8년(장기)의 임차기간을 보장하고 임대료는 연 5% 이상 올리지 못하게 하는 임대주택 등록제 카드를 꺼내들긴 했지만, 이는 집주인에게 대출 규제 완화와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과도하게 줘 최근 집값 폭등의 진원으로 지목된다. 그나마도 현재까지 등록한 임대주택에서 임차인이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분야 관행혁신위원장이자 참여연대 정책위원인 김남근 변호사는 “지금까지 등록된 임대주택의 임차인이 120만명인데, 이 사람들만이라도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고, 임대료 협상을 할 수 있다는 걸 경험하면 파급효과가 매우 클 수 있다. 하지만 국토부, 지방정부 모두 권한이 없다거나 예산·인력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임차인에게 이를 알려주는 행정을 안 하고 있다”며 “국토부가 조금만 더 노력해 동별로 등록 임대주택 명단을 만들고, 지방정부가 이 사람들한테 안내문을 보내고 상담 활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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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세입자 보호 입법 속도도 더디다. 현재 국회엔 전·월세 임대료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이 주요 내용인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13개 발의돼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기국회가 열린 직후인 지난달 14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경제민주화 실현, 민생개혁을 위한 10대 우선 입법과제’에 포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국정감사가 마무리된 뒤인 11월께 본격적으로 법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사유재산권 침해 등의 이유로 제도 도입에 미온적이어서 법안 처리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함진규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임차인 보호도 중요하지만 사유재산권 보호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을 처리할 때, 장기 임대인에게 세제혜택을 주도록 조세특례제한법까지 개정하는 조건을 우리 당이 내걸었던 건 사유재산 침해라는 위헌 소지 때문”이라며 “개정안이 시장경제를 보호할 수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등을 면밀하게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주거안정 문제에 대처해야 할 지방정부마저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주거·시민사회단체 125곳으로 구성된 모임인 ‘주거권네트워크’와 함께 수도권과 특별시, 광역시 9곳에 정책질의를 한 결과, 주거기본법에 따라 제정해야 하는 주거기본조례조차 없는 곳이 3곳(인천, 울산, 세종)으로 조사됐다. 주거기본조례는 지방정부가 주거종합계획을 세워 지역 주민의 주거권 보장 방안을 구체화하고 이를 시행하게 만드는 기틀인데, 일부 지방정부엔 그조차도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다. 주거안정과 주거환경 개선 등에 쓸 주거복지기금을 운영하는 곳은 두곳(서울, 경기)에 불과했고, 앞으로 운영할 계획이 있다는 곳도 두곳(광주, 울산)에 그쳤다. 땅값과 건축비용, 주거환경, 물가 등을 고려해 지방정부가 고시할 수 있는 표준임대료 제도는 9곳 전체에서 시행되지 않고 있으며, 그나마 도입을 검토하는 곳도 두곳(서울, 울산)뿐이었다. 도입할 계획이 없다는 곳들은 중앙정부가 시행하지 않고 있다거나(대전, 광주), 사유재산을 보호해야 한다(세종)는 이유를 들었다.

조혜정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수석연구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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