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독서를 통한 창의력 키우기

김영훈 2018. 10. 05
조회수 2080 추천수 0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리처드 파인먼의 아버지는 매일 저녁 파인만을 무릎 위에 앉혀 놓고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함께 보았다. 파인만의 아빠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내용을 그대로 읽어주기만 한 것이 아니라 책에 나온 내용을 현실에서 적용해 보도록 했다.
boys-3396713_960_720.jpg » 독서. 사진 픽사베이.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키는 7~8m이고 머리 둘레는 2m 정도란다. 엄청나지? 그럼 우리 이 설명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볼까? 7~8m는 어느 정도로 큰 걸까? 이 공룡이 우리 집 정원에 서 있다고 상상해 보는 거야”
“이야! 우리 집 지붕을 다 뚫어버리지 않을까요?”
“하하 7~8m면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머리가 우리 집 2층 창문 정도에 닿을만한 키야. 어마어마하지? 근데 머리 둘레가 2m나 되니 창문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 수는 없겠다.”

요즘에는 많은 아이가 취학 전 읽기를 습득하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는 초등학교 입학 이후 체계적으로 읽기를 배우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일부 영리한 아이들은 과자봉지, 거리간판, 식당 차림표와 같이 주위에 있는 단어들을 받아들여 취학 전에도 읽기를 스스로 한다. 아이가 읽기에서 사용하는 글자를 배우는 연령은 다분히 아이가 집에서 받는 격려, 도움 그리고 롤모델에 달려 있다. 그림책은 아이가 쉽게 접근하고 친근해질 수 있는 매체다. 아이는 그림책을 읽으면서 내용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 보고 재구성하거나 이야기를 꾸미기도 하면서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 또한 그림책은 다른 사람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다른 삶의 모험을 체험하게 하거나 윤리적 가치를 알게 하여 협업능력도 키운다.

그림책 읽기와 창의력

유대인은 자녀가 철들기 시작하는 5세쯤 <토라>의 첫 장에 꿀 한 방울을 떨어뜨리고는 아이에게 핥게 한다. 아이에게 지금부터 배울 학문은 꿀처럼 달콤하다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또한 교육은 출세나 미래의 직업을 얻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진리에 다가서기 위한 학문의 기회라고 가르친다. 그래서 유대인은 토요일에는 아이와 책을 읽고, 자신과 대면하는 시간을 갖는다.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을 통하여 유대인은 남과 다른 개성과 독창성을 기른다. 오늘날 유대인은 세계 인구 중 0.2% 이하에 불과하지만, 유대인들은 평생 이루어지는 독서를 통해 세계 경제, 정치, 언론, 학문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내고 있다.

아이가 그림책 읽기를 통하여 창의력을 키우려면, 그림책의 흥미로운 줄거리만 생각하며 읽기보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나라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여야 한다. 그리고 부모는 아이가 자기 생각에 다른 다양한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은 없을까?‘, ’재미있는 방법은 없을까?. 등 확산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질문하여야 한다. 부모는 확산적 질문을 통하여 아이들의 생각을 재구성하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끔 할 수 있다. 연구에 의하면 아이에게 상상력을 높이는 그림책을 들려주고 확산적 질문을 한 후 그림을 그리게 하였을 때 그림 표현이 보다 창의적이며, 질적으로 유의미한 발달적 변화를 주었다고 한다. 창의력을 키워주는 대표적인 그림책 장르에는 전래그림책과 판타지 그림책이 있다.
 girl-160172_960_720.png » 사진 픽사베이.
1) 전래그림책

전래그림책는 문제 해결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전래그림책의 전형적인 구성은 서두에 문제가 제시되고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적용하여 행동함으로써 문제가 해결되면서 이야기의 끝을 맺는다. 또 오랜 세월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면서 사회생활 모습, 정서, 문화 등을 반영한다. 이러한 전래그림책은 아이의 심리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한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날 아이의 심리적, 발달적 위기를 겪어낼 힘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전래그림책은 느낌을 탐색하고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에, 상상력을 발휘하고 확장하기 위한 이상적인 그림책이다. 아이는 전래그림책을 통하여 새로운 것을 생각하고, 독특한 것을 만들어 내고, 다르게 생각해 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전래그림책은 아이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자극하여 자신들이 주인공의 사고방식이나 감정에 공감하고, 때로는 비판하는 과정에서 문제 상황을 이해하고 문제해결력을 발휘할 수 있다.

2) 판타지 그림책

판타지 그림책은 문학적인 요소인 인물, 설정, 플롯, 주제, 배경 등에 따라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들로서 아이가 실제 경험할 수 없는 내용, 즉 초자연적인 소재나 대상 혹은 사건처럼 비실제적인 것을 다룬다. 이러한 판타지 그림책은 아이에게 기쁨을 주며, 상상력을 발달시키고, 등장인물의 시공간 초월로 인해 현재 사회의 관습과 제약을 벗어나기도 하는데 이러한 점이 아이에게 대리경험을 제공하여 삶을 풍요롭게 한다. 

아이는 판타지 그림책을 읽으면서 자연, 사람, 사회를 새로운 방법으로 생각하게 되고 이전과는 다른 다양한 관심을 갖게 한다. 판타지 그림책은 아이 꿈을 끝없이 실현하며 상상력의 자유를 확대해 현실에 긍정적 변화를 주고, 신비하고 경이로운 세계에 대한 간접체험을 통해 감동과 삶의 활력소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또한 경험하지 못한 경이의 세계는 아이를 감동하게 하며 현실에서 경험하는 것보다 상상의 세계, 공상의 세계에서 훨씬 더 즐겁게 느낄 수 있다.

[연령별 읽기의 발달]

.4세 아이 

4세 아이는 친숙한 글자를 모양으로 인식하여 주변의 친숙한 인쇄물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그림책을 즐겨본다. 따라서 4세에게는 다양한 그림책을 제공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는 다양한 책에 관심을 가지고 선택하여 부모에게 읽어달라고 요구하거나 그림을 살피며 본다. 아이는 부모가 읽어주는 글이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주의 깊게 들을 수 있다. 

이때 부모는 그림책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아이가 그림에 대해, 내용에 대해 질문할 때마다 대화하듯이 질문을 주고받도록 한다. 4세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과자 이름, 만화 캐릭터, 간판, 친구 이름 등에 쓰인 글자에서 친숙한 글자를 찾아본다. 처음에는 사진을 보고 친구의 이름을 말하다가 점차 이름 한 글자씩 읽으려 한다.

.5세 아이

5세 아이는 쉬운 단어와 짧은 문장 읽기가 가능해진다. 따라서 짧고 반복되는 단어와 문장이 있는 동시, 동화를 제시해주어 아이 스스로 글자 읽기에 흥미를 가지도록 하자.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종류의 그림책을 읽어주되, 언어영역뿐 아니라 수, 조작 영역, 미술 영역 등 주제 관련 그림책을 마련해 아이가 궁금한 것을 수시로 찾아보도록 하자. 부모와 함께 그림책을 보며 주인공과 다른 등장인물들이 한 일을 이야기 나누고 그다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이야기해 보자. 전단, 잡지 등에서 그림을 보며 상품 이름을 말해 보고 그중에서 자신의 이름과 익숙한 글자를 찾아보자.

.6세 아이

6세 아이는 책을 읽어주면 아이는 사건 속에서 주인공은 그때 어떤 기분이었는가를 이야기 나누거나 이야기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를 추측할 수 있다. 아이에게 백과 사전류나, 잡지, 개념그림책, 관련 주제 그림책 등을 마련하여 수시로 찾아볼 수 있도록 하자.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골라 도서관에서 대여해 보거나 부모에게 읽어주기가 가능하다. 6세 아이는 자기 이름, 친구 이름, 오늘의 식단 등을 읽을 수 있다. 아이가 흥미로워하는 주제 관련 이야기, 아이가 관심 있어 하는 신문기사 등을 부모가 읽어주고, 스포츠 기사라면 아이가 이미 알고 있는 선수 이름이나 팀 이름 등을 스스로 읽어보도록 한다.

[그림책 읽기 교육을 위한 부모의 지침]

첫째, 그림책을 반복해서 읽어주어라.

매일 그림책을 읽어주어라. 물론 조금밖에 시간을 내지 못하는 날도 있을 것이다. 매일 읽어주는 것이 중요하며 목표를 세워 짧았던 시간을 점차 늘리도록 하자. 아이들은 글자와 책에 친숙해지는 경험을 통하여 글자 모양을 인식하고 읽기에 흥미를 가진다. 글은 말과 달리 글자라는 언어부호 체계로 나타내고 있어 이를 해독하기에 어려울 뿐 아니라, 표정이나 몸짓 등 관련된 맥락이 없기 때문에 아이가 글을 읽고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 

따라서 쓰인 글을 부모가 말로 변환해서 전달해 주는 과정이 필요하며 아이는 이 과정에서 글자 자체보다는 글의 구조나 내용에 집중하게 된다. 그림책을 반복해서 읽어주면 아이는 내용을 다 파악한다. 아는 것이 나오면 기분이 좋아지고, 익숙한 것을 읽어주면 다음 내용을 알기 때문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뿐만 아니라 그림책을 반복해서 읽으면 그림책에 관한 더 다양한 지식을 얻는다.

둘째, 호기심을 자극하라.

아이는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해 자연스럽게 그림책을 활용할 수 있다. 부모는 주제와 관련된 그림책, 백과사전 등 다양한 유형의 그림책, 유아가 흥미 있어 하는 주제의 그림책, 동시나 언어놀이 그림책, 음악 및 미술 관련 그림책, 과학 관련 그림책 등을 마련해 주어 놀이 중 궁금한 내용을 찾아보거나 수시로 활용하도록 격려하자.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그림책은 필요한 정보를 얻고 즐거움을 주는 유익한 도구임을 알게 된다. “개미 말고 땅속에서 사는 곤충은 또 어떤 것이 있을까? 책에서 찾아보자”, “땅을 파다 보니 뿌리가 나왔는데, 이 뿌리는 우리가 먹을 수 있을까? 우리가 먹을 수 있는 뿌리는 뭐가 있을까? 책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셋째, 주변에서 친숙한 글자를 찾아라.

아이가 읽기에 관심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 먼저 주변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인쇄물이나 친숙한 글자를 놀이처럼 찾아야 한다. 아이는 자신과 가족의 이름에 관심을 보이고, 친구 이름, 길거리 간판, 우리 반 이름, 화장실, 비상구 등 자주 접하는 사물과 사건, 주변 상황을 나타내는 글자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그림책이나 신문 등에서 익숙한 글자를 발견하면 아이는 즐거움을 느낀다. 이러한 경험은 아이로 하여금 말소리처럼 글자가 무엇인가를 나타내주는 것임을 알게 된다. 아이는 주변 간판, 광고지, 우유나 치약 상자에 있는 환경인쇄물 글자, 포스터, 현수막 등 주변에서 쉽게 눈에 띄는 글자를 읽어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특히 함께 몸으로 놀았던 전래동요 가사를 그림으로 그려 제시한 노래판, 실물과 함께 제시한 동시, 좋아하는 이야기 그림책 같은 것에 관심이 많다.

넷째, 리듬감 있게 읽자.

독서는 뇌의 다양한 부위를 자극하고, 이들을 연결하여 창의력을 발휘한다. 특히 의성어나 의태어가 많은 책은 우뇌를 발달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아이는 운율을 반복할 때 가장 잘 배울 수 있다. 따라서 운율이 들어있는 그림책을 읽어주거나 읽게 하는 것은 창의력 발달에 효과적이다. 그림책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소리 내어 읽어서는 안 된다. 문장 속에는 끊어 읽기라는 리듬이 있고, 또한 중요한 단어나 리듬을 꼭 들어 가야 할 악센트가 있다. 그런 부분들을 살려가며, 읽는 리듬을 빠르게 혹은 높게, 낮게, 느리게, 작게, 크게, 점점 크게…. 정말 다양하게 그 글의 맛을 내어 읽어 내려갈 수 있다. 노래나 멜로디를 들으며 일정한 박자를 맞출 줄 아는 아이는 글 읽는 법도 더 쉽게 배운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아이가 ‘저기’라고 말했다면 ‘저기’라고 따라 한 다음 ‘여기’, ‘공기’, ‘전기’, 도자기 ‘제기’처럼 운이 맞는 다른 단어들도 알려주자.

다섯째, 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해라.

지금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는지 손으로 가리켜보라고 하라. 말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언어가 발달하면 지금 어떤 상황인지, 다음에는 어떻게 될지 물어보자.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개념을 설명하거나 지식을 주입하기보다는 추측이나 상상, 예측이 가능한 질문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감상을 나누어라. 읽고 있는 그림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감상을 들려주어라. 그림책에는 단어가 별로 없어도 풍부한 개념이 녹아 있다. 보통 그림과 삽화로 개념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끊이지 않고 이야기해야 한다. 상황이 잘 표현된 짧은 그림책을 장면 그림이나 내용에 대해서 아이에게 질문하고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자.

여섯째, 책의 그림을 단서로 내용을 추측해 보자.

아이는 그림책 속의 그림을 보며 이야기 구성을 하고, 그림을 구석구석 보면서 이야기 줄거리를 추측해 보기도 한다. 부모는 아이가 그림을 보고 질문을 하거나 그림책의 내용을 추측하여 이야기하는 것을 격려하고 그 생각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아이는 그림책의 그림을 단서로 주인공, 사건과 사건의 연결, 배경, 사건 해결 과정 등을 이해할 수 있다. 아이가 글자를 읽는 데에 작업기억을 모두 쓰는 경우 그림책의 이야기 전개과정에는 집중을 못 하기 때문에 이야기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그림책의 내용에 적합하고 잘 어울리는 그림이 있는 그림책을 부모가 읽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이야기 이해력이며 이는 아이가 그림을 단서로 내용을 이해해 갈 때 점차 길러지는 능력이다. 아이가 그림을 보고 그림책과 다른 내용을 추측하여 이야기하더라도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바로잡아 주기보다는 아이의 생각을 존중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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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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