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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물말끔터'로 체험학습 갔다왔지?"
"학교부터 걸어갔다면서?"
"그래도 날이 너무 좋아서, 이쁜 가을날 걷기가 좋았겠다."
"이쁜 가을날이 아니라 더운 여름날 같았거든요. 얼마나 뜨거웠다구요."
"낮에만 잠깐 그랬는데.... 그래도 친구들하고 얘기하며 걷는 일, 재미있지 않나?"
"올 때는 은형이랑 같이 걸으면서 수다 떨었는데 완전 재미있었어요."
"무슨 얘기가 그렇게 재밌었어?"
"우리가 좀 예쁘게 생겼잖아요. 컸을때도 예쁠거잖아요. 그래서 컸을때 남자 친구 생겨서 첫 데이트에 입고 갈 옷 스타일 얘기 했어요."(어머나... 벌써.....;;)
"너희들이야 지금이나 커서나 물론 이쁘겠지. 그래서 첫 데이트에 어떻게 입고 갈 건데?"
"우선 위에는요. 이렇게 생긴 흰 티셔츠 입고요, 그 위에 초록색이나 파란색, 원피스를 입을거예요."
"음... 그렇게 입으면 발랄하고 상큼하겠네. 머리 스타일도 생각해봤어?"
"머리는 똥머리를 하거나, 옆에만 살짝 땋거나, 아니면 그냥 늘어뜨릴까요?"
"어떻게 해도 이쁘겠지."
"그리고 입술엔 자연드림 립스틱으로 그라데이션 하구요, 틴트 같은 건 안할거예요.
블러셔는 살짝 하고 향수는 엄마가 쓰는 고체향수, 비누냄새 나는거요, 그거 살짝
바를래요."(그런것까지...;;;;)
"신발은 하얀 샌들.. 여름에 만나는 걸로 생각했거든요."
"원피스에 하얀 샌들.. 이쁘지. 가방은? 백도 중요해."
(나도 참 이런 것까지 물어보고 있네..ㅋㅋ)
"가방은 크로스백이요. 어깨에 메고요."

"그 가방엔 뭐가 들어있을까?"
"우선, 핸드폰하고.. 그때는 핸드폰이 생겼을 것 아니예요? 작은 지갑하고.. 이것 저것 많이 안 넣을거예요."
"지갑은 꼭 있어야지. 데이트에는 돈이 꼭 필요하니까...밥도 먹어야 하고..."

"밥은요, 남자친구 먹고 싶은 거 물어봐서..."
(어머나? 남자친구 먹고 싶은 거 보다 니가 먹고 싶은걸 먼저 생각해야지!!!!!!
얘가 이러다가 남자친구 위주로 배려하는 거 아냐?
어머, 나 좀 봐. 왜 이러니....;;;;;;;)

"니가 먹고 싶은 것도 중요하지. 그런 거야 서로 얘기해서 의논하면 되는거고.."
"맞아요. 서로 먹고 싶은게 같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 좋아하는 사람들은 취향이나 입맛도 비슷할 수 있어."
"엄마도 아빠랑 그랬어요?"
(아니!!!!!!!!!! )
"뭐.... 그랬지...그런데, 취향이 달라도 괜찮아. "
(너무 많이, 너무 심하게 다르지만 않다면 ;;;;;;;;)

키 크고 호리호리한 아홉 살 여자 아이 둘이서 이런 얘기를 주고 받으며
가을길을 걷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멋진 남자친구랑 근사한 데이트를 하는 미래가 벌써 보이는 것도 같다.
이제 겨우 아홉살인데... ^^

막내야, 귀여운 막내야.
조금 천천히 커도 돼.
너는 언제나 너무 빨리 자라는 것만 같아서, 

오빠나 언니보다도 더 빨리 엄마 품에서 날아갈 것 같아서
가끔 가슴이 좀 뻐근해진단다.

내년에는 벌써 열 살이구나. 어리지 않구나.
벌써 이렇게 컸구나.
(가슴이 왜 이렇게 철렁한거니.. 엄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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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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