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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애 키우기 더 힘들었다’는 정치인들에게

베이비트리 2018. 0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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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_정유경의 오도가도

‘육아노동’ 모르는 남성 의원들
맞벌이 선호 주거 ‘사치재’ 취급
“우리 때는…” 발언, 시대 탓 아닌
육아노동 무경험자 고백일 뿐 

그래픽-장은영
그래픽-장은영

한 국회의원이 저출산의 원인으로 청년들의 ‘가치관’을 지목했다는 발언이 보도된 뒤, 곳곳에서 댓글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취업난과 열악한 주거 환경에 처한 젊은 층의 현실조차 모르고 있다는 비판이 대부분이지만, 일부는 “요즘 젊은이들 이기적인 것 맞다”며 동의하고 나섭니다. 논란이 된 발언의 당사자인 자유한국당 의원은 “청년에게 가치관을 바꾸라고 한 적 없다. 출산에 대한 전 사회적인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였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정작 불붙은 ‘세대 전쟁’은 가라앉을 것 같지 않습니다.

“청년들이 자기가 행복하려 출산 안 해 X 청년들이 자기가 행복하지 못해 출산 못 해 O 저출산을 청년들의 이기심의 원인으로 생각하는 자한당의 수준. 밖에 나가서 청년들 이야기나 들어봐라. 진짜 20대 청년들 이야기가 듣고 싶거든 예비군 훈련장 가서 물어나봐라.” (다음, 박**)

└당신 부모님들은 더 악조건 상황에서 애들 키웠습니다. 요즘 젊은이들 이기적인 것 맞습니다. (랄**)

└젊은이들 이기적이라 말하기 전에 생각 좀 합시다. 부모세대들 월 30만원 받고도 당시 아파트 가격 지방에 700만원 정도였습니다. 지금은 월 300 받아도 지방 아파트 가격이 3억이에요. 다 쓰러져가는 것도 1.5억은 합니다. 누가 이렇게 만든 거죠? 부모세대들 그저 나만 잘 되면 돼 해서 이 지경 된 거임. 이기적인 건 부모세대지 지금의 젊은 세대 아님. (파*)

└무슨 아파트가 700이야. 그때는 월급 몇만 원이었다. (se**)

└80년대 초중반 월급 25만인가 27만이 아버지 급여였고 포항시 신축 아파트 700만원이었습니다. 몇만 원 같은 소리 하지 마시죠. (파*)

└그렇게 따지면 지방은 1억짜리 30평 아파트도 수두룩해요. 어느 지방 아파트를 말하길래 3억인가? 3억이면 정말 좋은 아파트인데. 아 참 지방 직할시급 대도시 빼고! (빛**)

└직할시는 뭐냐ㅎ(그**)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없는데 무슨 애를 낳아? 애한테 미안해서라도 제발 그런 짓 하지 마. 부모님 세대가 더 힘들었어? 그래 맞다. 그리고 살면 살수록 나아졌지. 70~90년대 고성장을 몸으로 알았으니까. 이젠 그런 시대 아니거든~ (km**)

└그때 누가 아파트에 살아 다 셋방살이했지 연탄 태우고. 그때 아파트는 지금 강남 아파트야. 지금 젊은 세대들, 특히 여자들이 월세에 셋방살이부터 시작하려 하냐? 시작하려 해도 여자 부모님들이 가만있겠냐. 집에서 돈 못 받아온 남자 OO으로 보는데, 어긋난 거라면 부모세대가 잘못 교육시킨 거부터다. 귀한 딸 평생 데리고 살아라. (제이**)

‘직할시’와 ‘몇만 원대 월급’을 추억하는 사람들과, “70~90년대 고성장 시대와 같냐” 맞받아치는 사람 간의 거리는 ‘연탄 때는 셋방살이’와 ‘아파트’ 간의 간극만큼이나 멀어 보입니다. 과연 젊은이들이 더 ‘이기적인지’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그중에서도 ‘젊은 여성 탓’을 하는 것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막막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정치부 기자로 온 지 1년도 안 되어, 민주당과 청와대, 자유한국당을 짧은 시간 동안 겪었습니다만, 부처 관계자나 의원들을 만나 저출산 문제와 주거 문제를 이야기할 때면 보수냐, 진보냐를 떠나 똑같은 답답함이 느껴졌습니다. ‘우리 젊을 때는 더 힘들어도 잘만 낳았다’는 것이 보수 쪽에서 내심 깔고 있는 생각이라면, ‘15평 임대 주택을 주면 아이를 낳을 것’이라고 ‘덜 보수’인 쪽은 ‘낙관’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아이가 없었을 때 저는 집이야 어디면 어떠랴, 아가씨 때 비 철철 맞고 올랐던 언덕 꼭대기만 아니면 좋겠다 생각하며 부부가 모은 돈을 들고 가격이 맞는 다세대 주택 많은 곳 평지 빌라 1층에 신혼집을 차렸습니다. 앞 건물에 가려 햇볕도 들지 않았고, 거실 창 앞이 주차장이라 매일 거실 창문을 닦아도 배기 매연이 까맣게 묻어났습니다. 방 구석구석 난방 파이프가 다 닿지 않았고, 작은방은 빌라의 공용 복도로 창문이 나 있었지만 그곳에서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아이가 생기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습니다. 녹물을 빼내려 기다리는 동안 아이는 똥을 묻히고 울었습니다. 새벽 2시면 창문 앞에서 ‘냉동 탑차’를 예열하던 화물기사 아저씨가 처음으로 원망스러워졌습니다. 이런 ‘사소한 불편’은 차라리 견딜 만했습니다. 남편 다음으로 임신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는 국가 보육 포털에 대기를 신청했지만, 국공립어린이집이고 뭐고 간에 아예 순서가 복직 때까지도 돌아오질 않았습니다. 직접 가서 사정하면 대기자라도 불러 준다더라(물론 사실이 아닙니다)는 헛소문을 확인 겸, 걸어서 애를 데려다줄 수 있겠다 싶은 거리의 가정 어린이집들을 가 보니 좁디좁은 공간에 20명이 넘는 아이들이 복작복작했습니다. 아이를 안고 집으로 돌아오며 내가 집에서 키워야 하나 처음으로 고민했습니다. 육아휴직을 허용해 준 ‘관대한’ 회사이기에 넘겼던 첫 번째 ‘경력단절’ 위기를 넘기고 나니, 불과 1년 만에 더 커다란 두 번째 ‘보육 절벽’ 위기가 찾아온 것입니다. 아파트는 지을 때 어린이집을 짓게 돼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지방의 부모님께 기대어 왕복 4시간을 통근하며 이래저래 가장 힘들다는 첫 3년을 간신히 넘긴 뒤, 어린이집 많고 서울 회사에서 가까운 오래된 아파트에 세를 얻었습니다. 큰 아이가 5살이 됐을 땐 3개 구에 걸쳐 10곳의 유치원 원서를 쓰고 찾아가 추첨 공을 뽑았습니다. 인기 있던 한 유치원은 주소를 보더니 “그 아파트는 셔틀 코스를 운행하지 않는다”며 원서를 받지 않겠다고 배짱을 부렸습니다. 모든 학원이 셔틀을 보내고, 괜찮은 어린이집들이 모여 있다는 대단지로 이사했습니다. 둘째가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저녁까지 나라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 마감이라고 급하게 전화가 왔던 날, 저녁 식사시간 1시간 만에 소아과와 어린이집을 ‘찍은’ 뒤 다시 야근하러 회사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아이가 다쳤다며, 갑자기 손에 반점이 났다거나 고열이 난다며, 혹은 그냥 느닷없이 심하게 울어 어린이집에 더 둘 수 없다며 전화가 왔을 때, 달려갈 수 있는 ‘5분 대기조’라도 될 수 있는 주거 환경에 들어가고 나서야 맞벌이 부부 중 1명이 (대체로 엄마가) ‘자발적 승진 포기’를 하는 확률이 줄어들었습니다. 직장 노동과 공보육 시간의 맞지 않는 빈틈을, 맞벌이 부부는 돈으로 ‘삽니다’. 시장에 맡기기 위해선, 수요가 몰리는 곳에 공급이 존재하는 대량 밀집 주거지의 ‘패키지 유혹’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제가 자란 어린 시절엔 애가 둘 셋이라도, 엄마가 집에서 애를 보면 어린이집은 없어도 온 동네가 놀이방이었습니다. 엄마는 학교 등교도 학원 등원도 전적으로 책임져 주었습니다. 동네 양지바른 평상에 모여 내기 윷놀이를 하던 등 굽은 할머니들은 깐깐한 보육 교사였고, 동네 슈퍼 아줌마는 방과 후 감독쯤 됐습니다. 주 6일을 일하고 일요일엔 밀린 잠을 자던 아빠들을 동네에서 보기란 힘들었습니다. 어린이날이나 운동회 날 김밥을 먹으며 다정한 아빠 노릇을 하고 일터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엄마도 일을 합니다. 그나마 이 나라에서 맞벌이 보육 시스템이 굴러가는 것은, 애들 손잡고 어린이집 보내는 할머니들이 상당 부분 빈자리를 메워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얄궂게도, 이런 육아의 ‘비용’을 “몰랐을 법한” 분들일수록 그저 사글셋방, 월세방에서도 애는 ‘낳았다’고만 기억하는 것 같습니다. 그 시절 엄마들의 가격표를 달지 못했던 노동은 ‘희생’으로 포장한 채, 가사와 육아를 오롯이 전담했던 노동자가 각자의 가정 형편에 따라 버겁게 견뎌냈을 노고를 알지도 못하고 어떻게 하면 더 편안해질 수 있을지조차 한번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사람들일수록, 더욱 쉽게 ‘사치’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육아 전속 노동자’를 둘 수 없었던 가정에서 집 문을 잠그고 부모가 일을 나간 집에 불이 나서 아이들이 죽었다는 뉴스가, 마치 오늘날 ‘어린이집 차량 사고’만큼이나 자주 뉴스로 신문 지상에 오르내렸던 것도 잊어버린 모양입니다. 그러면서 어린이집이 가까워서 출퇴근하면서 아이를 데려올 수 있기를 바라는 젊은 엄마들과, 잠시라도 짬을 내어 아파트 안의 녹지라도 아이 손을 잡고 걷고 싶어하는 젊은 아빠들에게, 이기적이고 사치스럽다고 손가락질합니다. 저는 그 손가락 중 어느 하나도, 아이를 등에 업은 채 단칸방 연탄을 갈아보지도, 국민학교 앞에서 우산을 들고 옹기종기 서 있지도, 아픈 아이의 이마 온도를 재며 밤새 물수건을 쥐어짜지도 않았을 것만 같습니다.

정유경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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