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창의력, 신체놀이에서 온다

김영훈 2018. 08. 10
조회수 2713 추천수 0

05954398_P_0.JPG » 아이들. 사진 한겨레 자료 사진.

“일본 오사카에 있는 세이시 유치원에서는 매일 아침 유치원 아이들이 운동장을 일곱 바퀴씩 뛴다. 어린아이들에게 너무한 것 아니냐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성인들도 헉헉거리며 힘들어할 거리를 작은 아이들은 깔깔 웃으며 잘도 뛴다. 이 유치원은 일본 뇌과학자인 사노하라 가쿠노리 박사가 주장하는 뇌 발달 원리를 토대로 교육과정과 신체활동을 구성하고 있는데, 달리기와 같은 운동을 통해 뇌를 활성화시킨다. 아이들은 운동장을 일곱 바퀴나 돌고 나서도 교실에서 꾸벅꾸벅 졸거나 피곤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눈을 반짝이며 수업에 집중한다. 지속적이고 규칙적인 운동과 신체놀이는 피로감이 아니라 뇌에 활력을 주어 기억력과 집중력을 향상시킨다.”


신체놀이는 도전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안전에 안주하는 것이 신체놀이가 아니라 이전에는 하지 않던 일, 할 수 없었던 일에 날마다 조금씩 도전해 나가는 과정, 그 자체가 신체놀이다. 이것은 놀이터로 논의를 확장해도 마찬가지이다. 놀이터는 아이들이 도전하고 모험할 수 있는 것으로 채워져야 한다. 만약 어떤 놀이터가 이런 도전을 막고 있다면 그 놀이터는 본연의 기능을 상실하고 생명력을 잃은 죽은 놀이터이다. 


아이가 키워야 할 근육도 도전적인 신체놀이에 의하여 키워지는 것이다. 단거리 선수와 마라톤 선수의 근육은 다르다. 단거리 선수는 신경 자극에 빨리 반응하고 수축력이 뛰어난 속근 섬유가 더 발달하여 있다. 이 근육은 단기간에 힘 있게 반응하지만 또 쉽게 피곤을 느낀다. 반대로 마라톤 선수는 오랜 시간 반복해서 힘을 발휘하는 지근 섬유가 발달되어 있는데, 이 섬유는 반응속도는 느리지만 쉽게 피로하지 않다. 단거리 선수는 짧은 시간 내에 긴장을 폭발시켜야 하나 마라톤 선수는 장기간에 걸친 긴장을 유지해야 한다. 아이들의 근육은 속근 섬유도 발달하여야 하지만 지근 섬유가 발달하여야 순발력과 끈기가 생긴다. 신체놀이에 의해 길러지는 이 순발력과 끈기이야 말로 창의력의 체력적 기반이 된다.


신체놀이와 창의성


마예스키는 신체놀이는 아이가 탐색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 나름대로 독특한 표현을 나타낼 수 있는 활동이라고 했다. 즉, 시범과 설명을 통해 모방하도록 하는 신체활동이 아니라. 아이가 상상하여 신체활동으로 반응해 내는 자기표현인 것이다. 특히 4~7세는 급격한 신체 성장과 발달이 이루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각각의 발달 수준, 연령 등 다양한 수준별 신체놀이에 대한 접근이 더욱 중요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창의적 신체놀이는 단지 신체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내적인 인식을 강조하고, 신체와 정신이 포함되는 활동으로 아이의 상상을 자극하여 스스로 학습하도록 이루어져야 한다. 신체를 통한 다양한 경험은 창의적 사고의 확장을 유도할 뿐만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타인과의 유대를 강화하는 강력한 매개체가 되고 궁극적으로 창의성을 증진시킨다.


신체놀이는 자연상태를 묘사한 음악을 활용해 나뭇잎이 떨어지는 장면, 물이 흐르는 장면 등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사람이나 동물의 움직임을 표현해 주는 음악을 활용하여 다양한 사람, 동물, 사물 등을 신체 또는 소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음악에 맞추어 상상력을 자극하는 사건이나 이야기를 활용하여 표현하는 신체놀이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운다.


아이들은 흉내 내기, 놀이, 율동 등 다양한 움직임으로 자신의 감정과 의견을 표현한다. 또한 아이의 꿈속 이야기와 같은 상상 속의 세계를 여러 가지 신체의 움직임으로 나타낼 수 있다. 움직임의 욕구가 강한 4~7세 아이는 몸이 유연하고 신체에 대한 도전의식과 호기심이 많아 여러 가지 신체활동을 통해 자신의 신체를 탐색하고, 신체활동능력을 발견, 습득한다. 이때 아이의 신체놀이는 외부 세계와 상호 교류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신체놀이는 예술적 특성을 갖기 때문에 특히 창의성을 다루어야 할 필요가 있다. 신체놀이에서 창의성을 발현한다는 의미는 논리적인 것이 강조되는 과학적 특성과 표현적이고 정서적인 것이 강조되는 예술적 특성을 모두 갖는다. 창의성이란 단지 사고과정만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고와 감정, 신체와 정신이 모두 연계될 때 일어난다. 아이들은 신체놀이를 통해서 자아 개념을 발달시키고 협동심을 기르며, 보다 복합적인 표현이 이루어지면서 창의적 사고, 상징적 표현 능력, 심미적인 감각이 길러진다.


신체놀이의 발달


4~5세 아이는 자기 신체에 대한 조절력이 향상하면서 몸놀림이나 신체활동에 자신감이 생긴다. 특히 아이의 모든 에너지가 신체적 활동에 집중된 것처럼 잠시도 가만있지 못한다. 이러한 아이의 왕성한 움직임이 창의성의 풍부한 자원이다. 4~5세 아이는 자신도 모르게 감정을 다양한 신체 동작으로 표현하고 나타내기 때문에, 아이의 자연적인 몸놀림도 의미가 있다. 특히 4~5세 아이는 청각적인 자극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음악이나 리듬을 들으면, 따라 움직이면서 스스로 다양한 음으로 동작을 만들어 낸다.


5~6세 아이는 자율성이 두드러진다. 몸놀림을 통하여 감정을 표현하고 이를 새로운 형태로 신체 표현할 줄 알며, 그림책에 등장하는 사람을 흉내 낸다. 아이는 신체 표현을 통하여 자아 인식을 기르고, 협동하는 능력을 기르며, 심미적 감각을 발달시킨다. 또한 자신의 몸을 점차 복합적인 방법으로 활용하여, 사고하고 상징적으로 표상화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5~6세 아이는 많은 것을 학습하고자 하기 때문에, 반복적인 놀이보다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자유놀이가 필요하다.


[신체놀이에 대한 부모의 양육 지침]


아이는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며 주변 세계를 탐색하고, 몸놀림을 통하여 자신의 느낌, 경험, 생각 등을 표현하고 자신의 내적 욕구를 충족시킨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가 몸놀림을 통하여 자아 개념을 발달시키고 사회적으로 협동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며 보다 복합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신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어야 한다.


첫째, 몸놀림이나 운동 기능이 숙달하려면 반복과 연습이 중요하다.


아이의 연령이 낮을수록, 부모의 직접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즉, 부모가 아이에게 기대하는 바를 설명과 시범으로 제시하고, 아이는 그대로 따라서 하는 흉내 내기 신체놀이다. 예들 들어, 노래에 맞추어 박수치기나 몸놀림 표현하기, 부모 따라 하기, ‘사이먼 가라사대’ 놀이, 거울 놀이 활동 등이 대표적이다.


둘째, 다양한 창의적 표현활동의 기회를 풍부하게 제공하자.


아이의 창의적 표현을 지속해서 강화해주기 위해서는 집안 안팎에서 다양한 형태의 활동들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집안에서 이루어지는 역할놀이나 리듬 있는 신체활동은 아이에게 자유롭고 다양한 사고 기회를 제공하며, 집 바깥에서 이루어지는 아동극 발표회나 다양한 춤을 감상할 수 있는 공연 등의 참여는 아이에게 풍부한 기회가 된다.


셋째, 아이에게 일련의 질문을 통하여 최선의 답을 찾아가도록 하자.


부모는 덜 구조화된 문제, 개방적인 문제, 익숙하지 않은 문제, 일상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문제를 통해, 아이가 최선의 답을 찾아낼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특히 아이의 발상은 다소 엉뚱하고 우스운 아이디어가 나올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창의적인 것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 예를 들면 아이에게 몸을 작게 만들어 보라는 활동을 제안한 후, “앉아서 몸을 아주 작게 만들었구나.”, “앉지 않고 또 작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어떤 것이 있을까?” 등의 질문을 할 수 있다. 아이가 나뭇잎 모양을 동작으로 표현했을 때,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아서 만들었네.” 등으로 독특함을 인정해 주고 수용해 준다.


넷째, 사고, 기억, 문제 해결, 의사소통 등과 관련된 전략을 익히자.


아이들은 직접적인 신체활동을 하면서 생각을 하고 기억을 확장하며 문제해결력이 늘어나고 의사소통을 활발히 한다. 그러나 직접 경험하기 어려운 신체활동의 경우에는, 유사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 단순한 신체활동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나 감정 등이 포함될 수 있도록 동시, 그림책, 그림, 음악, 다양한 사물 및 소품, 환경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아이는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활용하여, 구체적인 사물을 경험하며, 오감으로 느끼고, 실제로 조작해 보는 과정에서 이러한 전략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다섯째, 특정 영역의 지식이나 기능 기반을 마련하자.


아이들은 특정 영역을 좋아하거나 잘할 수 있어서 스스로 그 영역의 개념적 지식과 절차적 지식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특정 영역에 대한 지식과 기능이 프로의식을 가지고 덕후가 되기 위하여 노력한다면, 이와 연관된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새로운 생각을 하는 것이 창의력이다. 창의력의 씨앗은 특정 영역의 지식이나 기능을 좋아하거나 잘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아이가 공룡이나 자동차를 좋아하고, 우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있다면 그 영역을 중심으로 신체활동을 하면 효과적이다.


여섯째, 과제집착력을 키우자.


과제집착력은 아이가 호기심, 흥미, 그리고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한 여러 가지 지식과 기능을 습득하는 데 원동력이 된다. 아이가 지식 기반이 충분하다 해도 과제집착력이 충분하지 않다면 문제 해결 활동의 창의적인 정도는 낮아진다. 따라서 창의성 향상을 위해서는 아이의 동기 요인을 살피고,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아이의 수준을 넘어선 개념이나 기능의 학습은 흥미를 잃게 만들기 때문에 실제 사물과 활동을 중심으로 진행해야 한다. 따라서 탐구, 토론, 발표, 역할놀이, 현장조사, 게임 등과 같이 아이가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생각할 수 있는 신체활동을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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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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