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똥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길벗어린이

 

    

새까만 흙 속으로 점점이 퍼져 흩어져있는 여러 색깔의 입자들. 강아지똥 표지 다음 장의 그림이다. 강아지똥은 자신이 원해서, 자신의 의지로 강아지똥이 된 게 아니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가 자신의 의지로 이곳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듯이. 지나가던 참새의 더럽다는 말에 화도 나고 서러워 눈물을 흘리는 강아지똥. 자신이 무엇하나 비난받거나 한 행동이 없는데 참새로부터 무시 당한다. 저만치 떨어져 있는 흙덩이의 웃음도 강아지똥을 화나게 만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개똥이란 표현에 그만 강아지똥은 울어버린다.

 

강아지똥, 참새, 흙덩이가 모두 의인화되어 있다. 흙덩이가 바라보는 웃음이 조소처럼 느껴졌는지 뭣 땜에 웃니, ?”이라고 강아지똥은 화를 낸다. 이 부분에서 지난 주 제도적 교육학 집중워크숍 때 들었던 규칙이 생각났다.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모욕주지 않는다. 상대의 외모, , 생김새 모두에 대해’. 프레네 교육을 오래도록 해왔던 빠뜨리스가 모둠별 텍스트 제작 과정에서 지켜달라고 했던 원칙이다. 교육이 이뤄지는 공간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하기에 필요한 규칙이었다. 굳이 아이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가 만나 이야기 나누는 공간도 마찬가지다. 이곳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안전한 곳인가? 만약 이야기 나누는 곳에서 무시나 비난을 받는다면 우린 뭔가 자신이 갖고 있던 것을 자연스레 표현하거나 나누고 싶을까? 세상에서 가장 더럽다고 무시 받고 비웃음 받은 강아지똥이 얼마나 슬펐을까? 그만 으앙!” 울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두 팔 벌리고 엉엉 우는 강아지똥, 떨어진 눈물로 작은 웅덩이가 생겼다.

 

흙덩이가 잘못했다고 말하면서 강아지똥과 둘은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흙덩이는 자신이 이곳에 버려졌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이야기한다. 지난여름 자신이 키우던 것을 끝까지 살려내지 못해 벌을 받는 거라고흙덩이가 살리지 못한 아기 고추를 상상하는 장면과 이 책 마지막 장면의 활짝 핀 민들레의 모습은 극과 극이다. 소달구지 아저씨가 와서 흙덩이를 소중히 데려가면서 혼자 남은 강아지똥. 이후 눈 오는 겨울을 보내고 어미닭과 병아리들이 지나가고 봄비가 내린다. 강아지똥 곁에 파랗게 돋아난 민들레 싹을 만나면서 강아지똥은 자신이 가치 있게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한다. 자기 자신이 당장 눈에 보이는 화려한 무엇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으로 인해 상대를 아름답게 꽃 피게 만드는 일이었다.

 

누군가로부터 비난받고 쓸모없다고 무시당하는 것을 좋아할 이가 있을까?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란 가사를 좋아하여 때로 흥얼댄다. ‘너는 꼭 필요한 사람이야.’라고 인정받을 때는 입 꼬리가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레 올라가고 가슴이 뿌듯해져 온다. 더 적극적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다. 민들레 싹은 강아지똥을 더럽다고 무시하지 않았다. 강아지똥에게 도움을 청했고 강아지똥이 할 수 있는 것을 알려주었다. 민들레 싹이 강아지똥을 이용한다는 생각을 했다면 강아지똥이 기뻐하진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 기쁜 마음으로 힘껏 껴안는 것은 상대에게 충분한 신뢰는 물론이고 그 이상의 무언가를 전하는 행동이다. 강아지똥은 자신을 알아주는 누군가를 만났다. 참새가 보았던 칙칙한 모습이 더 이상 아니다. 민들레 싹을 껴안으면서 강아지똥은 어느 새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으로 변해간다. 강아지똥과 민들레는 서로 다른 생명체가 아니라 반짝반짝 함께 생명을 나눈 사이로 변해간다.

 

반짝반짝 빛나게 살고 싶어 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주인공이다. 그러나 사회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잡히지 않는 모습으로 서로를 비교하고 무시한다. (여기서 말하는 무시안에는 권력으로 내리누르는 억압, 불평등, 부조리, 속임수, 부정부패 등이 포함된다.) 관계회복, 치유, 소통, 힐링, 공감, 공유 등 함께 나누는 의미의 따뜻한 단어들을 유독 많이 사용하는 것은 우리에게 지금 간절히 필요한 것이란 반증이다.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권정생 선생님이 강아지똥에서 이야기하고픈 것은 무엇이었을까? 작가의 손을 떠나 세상에 나온 작품의 해석은 각자의 몫.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은 강아지똥이라고 하는 작고 모잘 것 없다고 생각하는 것에서도 찾을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한 것은 아닐까. 오늘 하루를 잘 사는 것, 상대를 무시하지 않으면서 현재의 위치에서 잘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가슴 한 편이 다시 따뜻해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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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그 동안 모두 잘 지내셨어요?

2012년 이덕일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덕수궁 투어를 할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어요. 그로부터 6년 뒤인 최근에 가족들과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덕수궁 야간투어를 하였어요. 가이드 설명이 필요한 투어는 주로 외국인들이 하겠지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구요이번 투어를 하면서 베이비트리가 떠올랐어요. 이곳을 찾아온 해가 바로 2012. 그해 제게 가장 큰 힘을 준 만남의 하나가 바로 베이비트리를 알게 된 것이었답니다. 가끔 생각날 때 들어와 잠깐 둘러보기만 했었는데 오랜 만에 책 후기를 함께 나눠봅니다.

 

한 여름 무더위도 조심하고 갑자기 쏟아지는 빗길에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세요. 실은 어제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에 덜 미끄러운 곳을 디딘다고 디뎠는데 미끄러져 손가락이 좀 찢어졌거든요. 이 정도인 게 정말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모두 무탈하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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