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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스터냐” “부모들이 미개”…다자녀가정 혐오 ‘댓글 폭력’

양선아 2018. 07. 24
조회수 2282 추천수 0
일곱 남매 키우는 김진아씨 방송 출연했다 악성 댓글 시달려
67건 사이버수사대 고소...‘정치하는엄마들’ 규제법안 촉구

다자녀가정.jpg » 24일 서울 경찰청 앞에서 다자녀 가정의 어머니 김진아씨(가운데 마이크를 잡고 발언하고 있는 사람)가 자신의 가정에 대해 혐오성 댓글을 단 누리꾼들을 고소하기 위해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치하는엄마들 제공.

“7명은 짐승도 아니고, 그냥 다 싸질러놨네. 정부 믿고 애 낳음?”
“7년을 배불러 있었네. 좀 인간답게도 살고 그러세요 ㅉㅉㅉ” 
“경제적으로 감당도 못하면서 애만 많이 낳아놓으면 좋게 보아 지만은 않지... 애들 그냥 끌고나가기만 해도 주위 사람들한테도 엄청 민폐인데;;;” 
“뭘 그리 많이 낳냐. 햄스터냐” 
“다가족 보면 대부분 부모들이 미개하더라. 대책도 없고 계획도 없이 애 처질러 낳아 놓고선 지네들이 키울 능력 안 되니 꼭 나라 탓하더라” 


7남매를 키우고 있는 김진아(38·경기도 평택시)씨는 지난 6월16일 연합뉴스TV의 ‘나라가 애 키워준다?…다둥이 가족의 속사정’이라는 기사의 인터뷰에 응했다가 하루아침에 봉변을 당했다. 기사는 다자녀 가정이 체감할 수 있는 정부 혜택은 거의 없는 반면에 ‘생각 없이 애를 낳았다’는 식의 주변 비아냥거림에 상처를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도 이 기사가 포털 네이버에 전송되자, 기사 밑에는 위와 같은 혐오성 댓글들이 줄줄이 달렸다. 김씨와 김씨 가족들은 댓글들을 보며 다시 한번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댓글들을 보며 너무 화가 났습니다. 모욕당하는 느낌이었어요. 더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 사람들 고소해서 혐오 발언에 대한 죄를 물을 것입니다.”  

김씨와 김씨 가족은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과 함께 24일 서울 경찰청 앞에서 ‘다자녀가정 혐오 댓글사건 엄정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김씨 가족은 혐오성 발언 67건을 추린 뒤, 혐오성 발언을 한 누리꾼에 대해 모욕죄와 명예훼손죄 혐의로 서울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고소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이 주최한 이날 기자회견에는 피해자 김진아씨뿐만 아니라 김진아씨의 자녀 윤채은·서준 학생도 함께 참석해 다자녀 가정에 대한 왜곡된 사회의 시선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이런 시선이 바로 잡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진아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자녀 가정에 늘 따라다니는 말은 ‘나라에서 다 키워주겠네’이지만, 우리는 국가에 무엇을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며 “다자녀 가정을 바라보는 그런 시선을 바꿔달라”고 촉구했다. 김씨는 “우리는 애국자가 되려고 아이를 낳은 것도 아니고 나라에 책임을 져라 한 적도 없다”며 “다자녀 가정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과 이번과 같은 혐오성 댓글들을 보면, 우리 아이들이 왜 그런 시선 속에 살아야 하는지 속상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김진아씨의 딸 윤채은 학생도“애초에 우리는 무엇도 바란것이 아니었고 해달라는 말 조차도 없었으며 해달라고 한 적도 없었다”며 “사람들이 ‘애국자다’ ‘애를 싸질러 놨다’라는 식으로 보는 시선이 바뀌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 학생은 또 “우리 집안을 동물에 비유하여 햄스터냐, 개 또는 돼지새끼냐 하는 인격모독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말하는 댓글에 평생 남은 상처까지 생겼다”며 “다자녀 가정을 바라보는 잘못된 시선을 이제는 거두어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의 활동가들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김씨 가정에 대한 연대 발언과 함께 혐오표현규제 법안을 철회한 정부와 국회에 대한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활동가 김정덕씨는 “저출생 시대 운운하지만 빛 좋은 개살구 같은 출산지원 및 다자녀 정책과, 그에 대해 깊은 고민 없이 던지는 사람들의 폭력적 언행으로 불쾌한 현실을 김진아씨가 인터뷰에서 토로했는데, 인터뷰이를 겨냥한 도를 벗어난 모욕적인 언어폭력이 일어났다”며 “언론과 포털 사이트는 이런 언어폭력에 대해 충분히 자정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낳고 기르는 행위를 헐뜯으며 모욕하는 사람들은, 자신들 역시 타인의 돌봄 속에 나고 자란 수혜자이자 당사자라는 것 잊지 말라”며 “그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의 존재를 모욕할 권리는 없으며, 혐오 발언은 명백한 폭력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람이 사람을 살피지 않고 모욕이 난무하는 각박한 사회를 그대로 두는 것은 우리 자신에게 비겁한 일”이라며 “이번 일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며 이 사회에 사법정의가 실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활동가 한지선씨도 9년 전 자신이 인도인 남성과 버스에 탔다는 이유만으로 한 와이셔츠 차림의 승객에게 욕설과 삿대질을 당하며 혐오 공격 대상이 된 경험을 공유하며, 혐오표현규제 법안의 필요성에 대해 촉구했다.  

한씨는 “9년 전 공격을 당할 때도 유엔(UN)에서 권고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통과되지 않았었고, 9년이 지난 지금은 다자녀라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버젓이 공격을 당한 가족이 내 옆에 있다”며 “미니 차별금지법으로 불리는 혐오표현금지법도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씨는 “내 소중한 아이가 윤리를 지켜가며 자신의 신념대로 행동하더라도, 또는 오로지 남들과 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과 혐오와 공격의 대상이 되는 잔인한 세상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며 “더 나은 사회가 되려면, 차이를 가진 다른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그들의 인격과 생명 자체를 존중하는 법을 가르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차별금지법이나 혐오금지법 제정은 혐오 범죄를 사회적 문제로 인정하는 한 국가의 의지이며, 더 나아가 다양한 차이를 가진 사회구성원을 존중해 행복한 사회로 가는 출발점”이라며 “타인에게 수치심, 모욕감 등의 고통을 주는 표현을 허용하거나 묵인하는 것은 그 행위자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2차 3차로 가해지는 ‘폭력을 허용’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조성실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안희정 전 지사 관련 기사나 예멘 난민 기사, 퀴어퍼레이드 기사, 혜화역 시위 기사 등에 달린 댓글을 보면 성인도 읽기 힘든 수준이다. 내 아이가 한글을 읽게 되는 것이 두렵다”면서 “정부가 혐오 표현을 방치하면서 혐오 문화가 조장되고 있으니, 혐오표현규제법이 조속히 재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2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의원 신분으로 혐오표현규제법안과 국가인권위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한 바 있다. 위 법안은 ‘혐오표현’을 법적으로 규정하고, 혐오표현을 한 자에게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법원은 혐오 표현 피해자를 위해 혐오표현의 중지, 원상회복 등 임시 조처를 명할 수 있으며, 혐오표현이 악의적인 경우 법원은 손해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해당하는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판결할 수 있는 등의 내용이다. 하지만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일부 기독교 세력의 거센 반발로 해당 법안은 발의한 지 보름만에 철회되고 말았다. 

양선아 기자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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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현재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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