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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맘·드론맘? 서핑맘, 서핑대디! ‘나의 파도’ 타고 즐겁게

양선아 2018. 07. 03
조회수 1815 추천수 0
512 (1).jpg » 최근 책 <남들처럼 육아하지 않습니다>를 함께 펴낸 하태욱(오른쪽) 차상진 부부가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차상진·하태욱 부부 교육학자 육아법

좌회전-우회전 일일이 알려주거나
이리저리 조종하다 보면 커서 ‘독’ 

처음엔 두렵고 뒤집히기도 하지만
결국은 자기가 타봐야 알아

“우리나라 부모 중에는 아이에게 좌회전, 우회전 일일이 길을 안내해주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려는 분이 많아요. 또 어렸을 때부터 좋은 학원을 섭외해서 이리저리 데리고 다니며 ‘드론’처럼 조종하려는 분도 많죠. 그렇게 자란 아이는 성인이 되어도 부모로부터 독립을 못 해요. 예측 불가능한 미래, 협력과 소통이 중요해지는 시대를 살아갈 아이에게 이런 양육 방식은 ‘독’입니다. 저희는 ‘내비맘’ ‘드론맘’이 아니라, 부모가 ‘서핑맘’ ‘서핑대디’가 되길 바랍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2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본사에서 차상진·하태욱 부부 교육학자를 만났다. <한겨레> 육아웹진 ‘베이비트리’에 ‘교육학자 부부의 삶은 교육’이라는 칼럼을 연재한 부부는 최근 <남들처럼 육아하지 않습니다>라는 책을 펴내 아이의 욕구에 충실한 ‘아이 주도 육아법’ 안내자로 나섰다. 자기 주도 학습, 아이의 주도성·자발성이 강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교육학자이자 대안교육운동을 펼치고 있는 이 부부가 제시하는 올바른 육아법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남들처럼 육아하지 않습니다> 책 내

‘서핑맘’, ‘서핑대디’라는 용어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무슨 의미일까? 남편인 하태욱 건신대학원대학교 대안교육학과 교수가 먼저 입을 뗐다.

“3년 전 이스라엘에 있는 서핑 대안학교 ‘나의 파도’(하갈셀리)라는 곳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어요. 이 학교에서는 서핑하는 법도 가르치지만 ‘삶은 마치 파도를 타는 것과 같다’라는 철학으로 학교를 운영해요. 그 철학이 너무 멋지고 마음에 들어 강연할 때마다 그 학교 철학을 소개합니다.”

자식 성취를 내 성취로 여겨 안달
1등 독식 사회 휩쓸려 불안 시달려 

불안 이기거나 없애는 것은 불가능
잘 다독여 더불어 데리고 살아야

512 (1).jpg » ‘서핑맘’‘서핑대디’에 대해 하태욱 건신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설명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파도를 타보지 않은 아이는 처음엔 파도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용기를 내 얕은 파도부터 시도하면 서서히 서핑의 재미를 알아간다. 때로는 파도에 휩쓸려서 물에 빠질 때도 있지만, 언제든지 보드를 잡고 물 위로 올라서서 ‘나의 파도’를 타면 된다. 이 파도만 타야하거나, 저 파도는 틀린 파도라는 것도 없다. 누구나 나한테 맞는 파도를 내가 잡아서 파도를 타면 즐길 수 있다. 

“인생 역시 파도타기(서핑)와 똑같다는 겁니다. ‘이 파도가 너에게 맞아’라고 아무도 말해줄 수 없어요. 결국, 자기가 타봐야 아는 거죠. 부모 역시 마찬가지예요. 내 자식의 성취가 나의 성취는 아닙니다. 아이도, 부모도 각자의 파도를 타야 하는 거죠.”
 
그렇다면, 아이가 ‘나의 파도’를 탈 수 있도록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 말해 아이가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 런던대학교 교육연구대학원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현재는 대전에서 대학과 교회, 지역 부모들과 함께 마을교육공동체를 꾸리고 있는 차상진 건신대학원대학교 대안교육센터 <우리동네> 산하 영유아센터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어린이들.jpg » 건신대 대안교육센터 ‘우리동네’ 산하 영유아센터는 마을에서 아이를 함께 키우려는 부모들의 모임 ‘어린이뜨락’을 지원하고 있다. 어린이뜨락에 모인 어른들과 아이들이 함께 활동 계획을 세우고 있다. 차상진 씨 제공.

아이 주도 방학, 세 가지 물음

512 (11).jpg » 차상진 건신대학원대학교 대안교육센터 <우리동네> 산하 영유아센터장이 계획-실행-평가 과정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아이의 주도성은 하루아침에 ‘주도적으로 살아라’라고 해서 생기는 것이 아녜요. 영유아 시기부터 아이에게 안정적인 물리적, 심리적 환경을 제공해주면서 예측 가능한 일과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기주도학습을 강조하는 학원, 리더십 캠프에 보낸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부모가 아이에게 꾸준히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주고, 계획-실행-평가하기 과정(plan-do-review)을 거치는 게 중요해요. 그런 하루하루가 쌓여 주도성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부모가 아이 친구들과 키즈카페에서 만나 놀기로 했다고 하자. 보통 부모들은 키즈카페에 가기 전 아이들과 그날 하루 일정에 대해 논의하지 않는다. 키즈카페에 아이를 우르르 집어넣고 놀다가 “이젠 집에 가야할 시간”이라고 말한다. 차 센터장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이와 어디에서 언제까지 누구와 놀게 될지 말해주고, 아이는 어떻게 무엇을 하며 놀고 싶은지 등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아이는 자신의 일과를 계획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 그런 관계 속에서 아이는 부모를 신뢰한다.

아이 주도성은 어릴 때부터 길러야
안정적 환경에서 예측 가능하게 

스스로 뭔가를 선택할 기회 주고
계획-실행-평가 과정 거치게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의 방학이 다가오고 있다. 이런 조언을 활용해 ‘아이 주도 방학’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방학 동안만이라도 아이가 주도적으로 뭔가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좋겠어요. 선행학습하라고 독촉하고, 학원 스케줄로 빽빽하게 채우지 말고요.” 하 교수는 부모가 아이에게 장기적으로는 ‘방학 동안에 넌 뭘 하고 싶니?’라고 묻고, ‘이번 주엔 뭘 하고 싶니?’, ‘오늘은 뭐하고 싶니?’라고 물으라고 권한다. 가족구성원의 스케줄을 공유하고, 아이의 의사를 반영해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고, 평가를 해보라는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완벽하게 잘할 수는 없다. 시행착오를 겪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는 ‘나의 파도’를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많은 부모는 아이의 시행착오를 견디지 못한다. 끊임없이 불안감과 경쟁의식을 부추기는 사교육 업계, 옆집 아이와의 비교 등으로 어느새 부모는 남들 하는 대로 아이를 키운다. 경쟁 위주의 입시 제도, 1등만 살아남는 승자 독식 구조 등도 부모를 불안하게 만든다.

부모 의식 바꿔야 사회구조 변해

“입시를 향해 모든 교육이 달려가는 교육 시스템 바뀌어야 합니다. 또 지나치게 긴 노동 시간이나 일과 삶의 균형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 구조 당연히 바뀌어야 하죠. 부모만 잘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입시 제도만을 놓고 보더라도, 이미 대학은 다양한 방식으로 아이들을 선발하고 있어요. ‘대학 가려면 어쩔 수 없다’는 것도 굉장히 오래된 신화라는 거죠. 부모 세대가 자기가 살아온 방식대로 아이를 대하고 있는 것이지, 아이가 실제로 살아갈 세상과 관계없는 부분이 더 많아요. 우리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사회 구조는 절대 안 바뀝니다. ‘사회 구조가 바뀌면 그 때부터 내가 주체적으로 살아볼게’라는 것은 불가능하죠. 내가 주체적으로 살기 시작해야 사회 구조가 바뀌는 거죠.”
 
차상진·하태욱 부부 역시 아들 한 명을 키우며 불안감을 느끼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영국에서 태어난 아이를 ‘영어라도 잘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라며 애를 쓰고 안달복달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사교성이나 도전의식 등 아이가 갖고 있는 장점까지 갉아먹을까 어느 순간 마음을 내려놨다고 한다. 올해 스무 살이 된 아들은 대안학교를 졸업한 뒤, 서핑 대안학교 ‘나의 파도’에서 인턴 생활을 하고 있다.

“인간은 존재론적으로 불안한 존재예요. 불안을 이기거나 없애는 것은 불가능해요. 잘 데리고 살아야 하는 것이죠. 불안을 데리고 살다 보면 불쑥불쑥 올라오잖아요. 그것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하면 질질 끌려다니게 되는 것이고, 잘 다독여 눌러 놓으면 또 데리고 사는 거죠. 아이의 미래가 불안하고 진짜 불안해야 할 일일까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하고 끊임없이 물어봐야죠. 그래야 불안에 지배당하지 않게 되고, 아이 주도 육아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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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현재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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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 http://plug.hani.co.kr/anma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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