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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교사에 휴게시간 보장?…점심시간 근무 인정하라”

양선아 2018. 0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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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이 ‘보육교사 휴게시간 지침’에 반대하는 이유


KakaoTalk_20180628_175917250.jpg »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2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보육교사 휴게시간 지침 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열며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점심 시간, 낮잠 시간 동안 1명 당 많게는 40여 명의 아이들을 돌보도록 한 정부 지침을 비판하고 있다.

 

“아이들 밥 먹이는 시간이 제일 힘든 시간이란 거, 종 ‘땡’ 치면 아이들이 한꺼번에 잠드는 것도 아니고 그 많은 애들 집단으로 낮잠 재우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애 키우는 엄마들이면 다 압니다. 아이가 다 잠든다고 해도 보육일지 쓰고 뭐하고 할 일이 끝없다는 것도 다 알고요. 그런데 보육 교사들의 노동 강도를 줄이고 근로기준법을 지킬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찾는 게 아니라, 덮어놓고 점심시간이나 낮잠 시간에 쉬도록 강제하겠다고 하니, 그 시간에 방치될 우리 아이들은 어찌해야 합니까?” (4살 부모 오승희)
 
“21개월 무렵부터 어린이집을 다닌 저희 아이는 어린이집 일정에 맞춰 오후 1시에 자기 어려워 했습니다. 오전 10시, 오후 5시 이렇게 두 번 낮잠을 잤는데 평소의 패턴을 바꾸기 힘들었던 것이죠. 아이는 26개월 정도까지 낮잠 시간을 힘들어했습니다. 동네에 사는 35개월 된 한 아이도 어린이집 낮잠 시간을 힘들어합니다. 그 어린이집에는 아이를 따로 돌볼 수 있는 곳이 없어 잠을 자지 않는 아이는 불 꺼진 교실에 조용히 있어야 했습니다. 다른 아이들 잠을 깨우면 선생님의 눈총을 받을까 두려워, 아이 엄마는 점심시간 후 아이를 바로 데려옵니다. 같은 나이의 아이들도 개인 특성과 상황에 따라 이렇게 다릅니다. 아이들은 보육교사가 쉴 수 있도록 전등 스위치 끄듯 쉽게 재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한 명도 힘든데 이미 혼자 여러 명 보는 교사보고 아이들 잠자는 시간에는 평소 두 배나 되는 아이들을 보라고요? 어떤 교사가 다른 교사한테 그 많은 아이를 맡기고 마음이 편안할까요? 낮잠 시간에 보조 교사를 붙여준다고요? 35개월 아이도 어린이집에서 잠을 못 잔다는데, 분리 불안과 낯가림이 훨씬 심한 만 2살 미만의 아이들이 과연 보조교사와 편안한 낮잠을 잘 수 있을까요?”(3살 부모 한지선)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정부가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하기로 한 ‘보육교사 휴게시간 지침’에 대해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가 보육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 행정을 펼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집단 모성’과 ‘사회적 모성’을 지향하는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2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보육교사 휴게시간 지침 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90일 된 아이를 안고 온 엄마 등 20여 명이 참석해, 부모들이 왜 이 문제에 대해 나설 수밖에 없었는지 발언을 이어나갔다. 

 

국공립어린이집에서 2년 동안 일한 경험이 있는 양육자 이한나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왜 보육교사의 점심시간을 초등 교사처럼 근무 시간으로 봐야 하는지 설명했다. 현재 초등학교 교사는 ‘급식 지도 및 학생 생활 지도를 한다’는 이유로 연속 근무로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보육교사는 그동안 근로시간 도중 보장해야 하는 휴게시간(4시간에 30분 이상, 8시간에 대해 1시간 이상) 변경 가능 특례업종에 해당됐다가, 오는 7월부터 빠지게 된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점심시간이나 특별 활동 시간에 보육 교사의 휴게 시간을 보장한다면, 아동 대 교사 비율을 완화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보조 교사의 업무 범위도 담임이 휴게시간을 사용할 때 단독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보조 교사 6000명도 어린이집에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부모들은 이러한 정부 대책이 현실성이 없는 대책이고, 초등 교사처럼 보육 교사의 점심 시간도 근무 시간으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씨는 “보육 교사들은 점심 시간에 아이들이 편식을 하지 않는지, 음식이 목에 걸리지 않는지 계속 살펴야 한다”며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안전 사고를 우려해 참는 경우도 많고, 변기에 앉아서도 아이들 목소리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상당수 보육 교사들은 몸이 아파도 병원이 문을 연 낮 시간대에는 외출이 불가능해 병원도 제때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그들에게 연차는 그림의 떡”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번 정부 정책이 보육 교사 휴게 시간을 보장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권리로서 인정하고 있는지 다시 들여다보아야 한다”며 “누군가의 희생 위에 쌓은 성은 모래알처럼 부서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어린이집 교사의 복지 실태 및 개선 방안’연구 결과를 보면, 보육교사의 노동 시간은 일 평균 11시간이고 휴식 시간은 17분에 불과했다. 이 조사의 응답자 60.9%는 교사 휴식공간이 따로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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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에는 실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원장도 나와 복지부가 제시한 지침을 강행할 경우 자신이  ‘아동 방치’또는 ‘아동 학대’를 하는 사업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일순 남양주 개구리어린이집 원장은 “보육교사에게 일과 중에 1시간의 휴게시간을 주지 않으면 부당노동행위를 강요하는 사업주가 된다”며 “어쩔 수 없이 교사에게 휴게 시간을 준다면, 어린 아이들 입장에서 일과 시간 중에 교사가 없어지고 교사 대 아동 비율은 현재의 두 배로 높아지는 것인데, 그것은 명백한 아동 방치이고 아동학대"라고 말했다. 그는 “부당한 사업주가 되지 않기 위해 돌봄을 받아야 할 아이들의 권리를 빼앗아 하느냐”며 “어린이집에서 시행되는 모든 정책을 ‘아동 최선의 이익’에 근거해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전국의 보육교사가 23만명이고 그들이 하루 1시간 휴게 시간을 보장 받으려면 23만 시간의 보육 교사 인력 즉, 1일 1시간 근무하는 보조교사 5만7천명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달랑 신규 보조교사 6000명을 채용하면서, 보육교사에게 휴게 시간을 보장해주는 척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이같은 졸속행정으로 아이들을 위험에 몰아넣은 노동부와 복지부, 기재부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출산율에만 혈안이 되어, 이미 태어난 아이들의 생명과 안전은 무관심과 무책임으로 일관하는 정부가 바로 세계 최저 출산율의 원인자"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1명의 교사에게 많게는 40명까지 보살피도록 한 이번 복지부 지침을 비판하는 그림 퍼포먼스도 함께 진행됐다.

 
글, 사진 양선아 기자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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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현재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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