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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교육진흥원 10돌…교사연수 성과봤지만 부모지원은 미흡

양선아 2018. 06. 20
조회수 1016 추천수 0
11.jpg »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교육청 유아교육진흥원 행정동에서 ‘유아교육진흥원의 역할 재구조화’를 주제로 포럼이 열렸다. 육아정책연구소 제공.
유아교육진흥원 10년, 빛과 그림자
 
교원 78%가 연수, 만족도 90% 넘어
자료 질 높고 맞춤식 연수 호평
교재 배부나 체험 신청 등엔 아쉬움 

부모들 대부분 진흥원 존재 몰라
절반 넘어 ‘이용해본 적이 없다’ 

“학부모들은 흥미 위주로 꾸리는 유아학원 업체에 현혹되기 십상입니다. 올바른 유아 교육을 확립하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지난 2008년 6월 ‘서울특별시교육청 유아교육진흥원’(이하 유아교육진흥원)의 개소식에서 오완숙 초대 원장은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아동의 발달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유아 사교육 업체가 난립하고, 과도한 영재 교육과 조기 영어 교육이 횡행하던 시기였다. 무상보육 정책이 본격적으로 실시되기 전이라, 영유아 부모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외에도 ‘놀이 학교’나 ‘영어 학원’에서 제시하는 교육 방향에 현혹되기도 했다. 그러한 현실 속에서 유아교육진흥원은 양질의 유아교육 프로그램 및 교재를 개발하고, 유치원 교사의 전문성을 높여서 유치원 공교육 기반을 내실화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또 부모에게 올바른 유아 교육 정보를 제공하고 각종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부모의 사교육 비용도 경감시키겠다고 했다.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은 유아교육진흥원은 창립 초기에 제시했던 목표를 달성했을까.

유아교육진흥원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사직동 유아교육진흥원 행정동 강당에서 국책 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와 함께 ‘2018 유아교육 발전을 위한 유아교육진흥원의 역할 재구조화’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이 기조 발제를 맡아 유아교육진흥원의 지난 10년 동안의 성과를 분석했다. 그는 또 진흥원이 앞으로 ‘종합적인 유아교육 지원기관’으로 발전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했다. 기조 발제 뒤에는 교사·부모·전문가 등 8명의 패널이 진흥원 역할과 발전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자료 1부만 배부, 추가 구입 못해”
이날 나온 발표 자료와 의견 등을 종합해보면, 유아교육진흥원이 그동안 개발해온 학습자료와 프로그램, 교사 직무 연수, 단체(기관) 체험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서는 교사나 기관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그러나 교재 배부 방식이나 직무 연수 시간, 체험 신청 시간 등 운영 측면에서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영란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서울지회장은 “진흥원에서 개발해서 보급하는 자료의 질이 높아 만족한다. 그런데 이 자료를 각 유치원 당 한 부를 배부하는데, 더 구입하고 싶어도 구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파일을 업로드해주거나 재구매가 가능하도록 판매를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박 지회장은 또 진흥원의 체험 교육을 신청할 때의 애로점에 대해서도 전했다. 체험 교육은 신학기 시작 전에 각 유치원이 1년치의 체험 날짜를 정한 뒤 선착순으로 정하게 되어 있다. 그는 “대부분의 체험이 오후 3시에 신청하도록 돼 있는데, 그 시간은 유치원 하원 시간”이라며 “어렵게 접속해도 접속자가 많아 프로그램이 다운되는 경우가 많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재미있는 체험 무료 이용은 좋으나 
시간 짧고 주차 등 이용 불편
연수나 교육 자료 홈피 공개 제안도 

분원 설치 필요성엔 찬반 엇갈려
관련 지원기관 네트워크 강화 주장도  

황지현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서울지회장은 진흥원이 제공하는 생애주기별 교원 연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황 지회장은 “획일적인 연수가 아니라 초임기, 중임기, 관리자 등 교원들의 상황에 맞춘 연수를 제공해주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 유치원 교원 7천여 명 가운데 지난해 진흥원이 진행한 각종 연수(생애주기별 연수, 특수 분야 직무  연수, 사이버 연수)에 참여한 교원은 5461명으로, 전체의 78%가 참가했다. 생애주기별 연수 참가자들은 평균 90% 이상의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112.jpg » 지난 16일 서울특별시교육청 유아교육진흥원이 창립 10주년을 맞아 서울 경희궁에서 체험행사를 열었다. 유아들이 체험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유아교육진흥원 제공.

“가기 어렵고 참여 인원 수용 부족”
교사 지원이나 기관 지원에 있어 좋은 성과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부모들을 지원하고 사교육비 절감에 기여하겠다는 유아교육진흥원의 역할은 성과가 미미한 것으로 평가됐다. 상당수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들은 진흥원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고, 진흥원의 학부모 지원 사업의 참여율은 해마다 하락하고 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서울의 각 지역과 유아 수를 고려한 혼합표집 방법을 이용해, 유치원 재원 유아의 부모 36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3. 4%의(193명) 부모는 ‘이용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진흥원을 이용해본 부모들은 60% 넘는 사람들이 자녀가 다니는 유치원의 홍보 및 소개로 알게 됐다고 답했다. 부모들이 진흥원을 이용하기 어려운 1순위는 ‘대중교통 등 접근성 부족’이 꼽혔고, 프로그램 홍보 부족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7살 딸과 함께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본 부모 김남희(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씨는 “키자니아와 같은 키즈 카페를 가면 돈이 많이 드는데, 진흥원의 재밌는 체험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러나 체험 시간이 한 번에 50분으로 너무 짧은데다 주차할 수 없어 아이와 동반한 부모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또 한 번 체험을 신청한 뒤 다음날부터 60일 동안은 신청할 수 없어 간헐적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연수나 교육 자료가 홈페이지에 공개되지 않고 있는데, 좋은 자료는 가급적 공개해 접근성을 높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접근성의 한계, 유아단체 및 가족 체험의 낮은 수용률 등을 이유로 진흥원의 분원 설치 필요성이 강력하게 제기됐다. 유치원 교원이 7천 명이고, 학부모는 8만8천 명에 이르는데, 서울에 유아, 학부모, 교원을 지원하는 기관이 딱 한 곳 뿐이라 분원 설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내 체험 시설보다 지원·연구 늘려야”
그러나 체험 시설 위주의 분원 설치 확대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편해문 놀이 전문가는 “기획된 체험과 주제형 실내 체험 시설 확대는 과도한 비용을 들이면서 유아의 진정한 놀이와 멀어질 수 있다”며 “체험 시설 확대보다는 교사나 학부모 지원 및 연구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대표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교사나 학부모를 대상으로 인권 교육, 성평등 교육, 환경보건 교육을 강화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장 대표도 “최근 진흥원의 예산의 상당 부분이 체험 시설쪽에 투자되고 있지만, 그러한 시설 확대보다는 변화된 시대 흐름에 맞춰 교사나 학부모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외에도 유아교육 및 학부모 지원기관끼리의 네트워크가 한층 더 강화되고, 종합적인 지원 구축망 속에서 진흥원의 역할이 재논의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유아교육 및 보육 정책을 꾸준히 연구한 한 학자는 “보건복지부와 각 시·도가 관할하는 육아종합지원센터가 전국에 100개 넘게 있는데, 진흥원이 하려는 교사 및 부모 지원 기능은 이들과 겹치기도 한다”며 “무조건 분원 확대를 논하기보다는 복지부, 교육부, 여가부, 각 지자체 기관끼리 네트워크를 해서 어떻게 유아, 부모, 교사를 효율적으로 지원할 지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칫 유아교육과 보육으로 이원화된 구조를 더 고착시키는 방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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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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