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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가점 받아도 국공립 무한대기…‘로또 보육’ 그만

베이비트리 2018. 06. 07
조회수 260 추천수 0
정책 발굴 ‘어젠다 2018’
보육 공공성 강화

민간어린이집 비해 보육질 높지만
태아 때부터 대기해도 순번 안와
만 6살 이하 12.9%만 다닐 수 있어

박원순·안철수 “50%까지 확대”
전국 후보들도 “공공성 강화” 공감
교사 처우개선 등 지자체 나서야
지난 4월 광주 광산구에서 한울림이라는 이름이 붙은 구립어린이집이 문을 열었다. 광산구는 이 어린이집을 직접 운영 중이다. 한울림은 한울타리 안에서 아이와 부모, 선생님이 화합해 멋진 화음을 만들자는 뜻이다. 광산구청 제공
지난 4월 광주 광산구에서 한울림이라는 이름이 붙은 구립어린이집이 문을 열었다. 광산구는 이 어린이집을 직접 운영 중이다. 한울림은 한울타리 안에서 아이와 부모, 선생님이 화합해 멋진 화음을 만들자는 뜻이다. 광산구청 제공

서울에 살며 맞벌이를 하는 김건호(가명·39)씨 부부는 다른 부모들이 왜 국공립 어린이집을 선호하는지 최근 실감했다. 28개월 된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국공립 어린이집 입소 신청을 해두었지만 대기 순번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기다리다 지친 김씨 부부는 지난 2월 집 근처 가정집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

아이 15명과 교사 4명이 함께 머물기엔 가정 어린이집의 20여평 공간은 비좁아 보였다. 장난감 자동차 하나를 아이들이 돌려쓰는 환경도 갑갑했다. 김씨 부부는 한달 뒤 ‘천운’을 거머쥐었다. 국공립 어린이집에 자리가 났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아이가 새로 가게 된 국공립 어린이집은 규모가 컸고, 놀이 공간이 따로 있었다. 장난감 자동차 하나를 두고 아이들이 아웅다웅하지 않아 기뻤다. 하루종일 아이가 무엇을 했는지, 어떻게 놀았는지 알려주는 알림장도 처음 받았다. 더구나 비용마저 적게 들었다. 김씨는 “두 군데를 보내본 입장에서 모든 어린이집 환경이 같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국공립 어린이집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6·13 지방선거를 계기로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등 ‘안심보육 환경 조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7년 말 기준으로 전국 어린이집 이용 아동(6살 미만) 145만여명 가운데 김씨 자녀처럼 국공립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는 18만여명(12.9%)에 그친다.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후보(더불어민주당)는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 아동 비율 50% 달성 공약을 내놓았다. 민간 어린이집을 이용할 때 부모가 내야 하는 차액 보육료(월 6만8천~8만3천원) 본인부담제도도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안철수 후보(바른미래당)도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 50%로 확대, 민간 어린이집 보육교사 인건비 지원 등 공약을 제시했다. 서울의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 아동 비율(31.5%)은 경기도(11.2%)나 대구(5.9%), 충남(5.8%), 광주(5.2%)에 견줘 나은 편이다.(2017년 8월 기준)

인권·여성·복지 분야 시민단체와 노동조합 연대체인 ‘보육 더하기 인권 함께하기’는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 후보 62명의 ‘아동인권 실현을 위한 지방선거 정책질의'에 대한 답변을 지난 5월28일 공개했다. 응답자 45명 대부분은 소속 정당과 관계없이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및 공공성 강화를 공약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더불어민주당)는 “정부의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계획을 실현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이번 질의에 답하지 않은 남경필 후보(자유한국당) 공약에는 따복 어린이집(민간 어린이집을 임차해 공공기관이 운영지원 및 관리), 공동 직장어린이집 등 내용이 포함돼 있다. 반면, 이인제 충남도지사 후보(자유한국당)는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가 보육 질 향상으로 무조건 이어지는 건 아니므로 공약에 반영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어린이집 ‘돌봄의 질’을 좌우하는 건 결국 교사들이다. 이에 정의당과 민중당은 6·13 지방선거 공약으로 각각 ‘민간 어린이집 교사 처우 국공립 수준으로 인상’ ‘돌봄 노동자에게 생활임금 지급 및 권리 보장’ 등 공약을 내놓았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민간 시설에 견줘 급여 수준 등 교사의 노동조건이 나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4년 육아정책연구소 자료를 보면, 어린이집 교사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55.1시간에 이른다. 근무 중 휴식 시간은 17분에 불과했다.

보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려면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 등과 함께 지방자치단체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국공립 어린이집 위탁 주체나 관리 방식을 바꿔 보육의 질을 높이려는 실험을 하고 있다.

서울시 동작구는 2015년 보육 지원을 위해 설치한 육아종합지원센터(동작복지재단이 위탁운영) 구실을 확대해 ‘보육청’을 마련했다. 보육청은 관내 국공립 어린이집 54곳 가운데 41곳을 위탁받아 운영하면서, 지역 특성에 맡는 보육정책 개발, 가정양육 지원 등을 하고 있다. 보육청 차원에서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를 한꺼번에 공개 채용한다. 이렇게 채용된 교사들은 주임(5년)·선임(5년)을 거쳐 원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 또 교사가 휴가를 제대로 쓸 수 있도록 올해부터 구 예산을 들여 보육 전문요원 4명을 추가로 채용했다. 한혜선 동작구 국공립어린이집연합회장은 “어린이집 교사의 휴게시간 보장을 위해선 인력 보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있는 어린이집 440개 가운데 국공립 어린이집은 7곳에 그쳤다. 이에 광산구는 지난 4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공동주택 관리동에 들어섰다 문을 닫은 민간 어린이집을 구립 어린이집으로 전환해 직접 운영을 맡기로 했다. 교사와 조리사 등을 공무직(무기계약직 공공근로자)으로 채용했고, 시민 공모를 통해 ‘한울림 어린이집’이라고 이름지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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