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내 마음속 지하실의 도깨비

양선아 2018. 06.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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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

김소희 지음/만만한책방·1만2000원


<반달>은 김소희 작가의 자전적 성장 만화다. 작가는 13살 김송이를 통해 30년 전의 어둡고 축축한 자신의 기억을 끄집어내 담담하게 들려준다. 가난과 외로움, 차별 속에서 삶의 묵직한 시간을 통과해온 작가의 솔직한 이야기는 ‘또 다른 송이들’을 꼭 안아주는 느낌이다.

3년째 오락부장을 할 정도로 친구들에게 인기 있는 송이. 노래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수학도 1등이다. 밝아 보이는 송이에겐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다. 바로 자신이 사는 곳과 엄마가 하는 일이다. 송이는 지하 술집에서 산다. 보증을 잘못 선 아빠는 도망쳤고, 생계를 위해 엄마가 술집 마담이 됐다. 해가 지면 송이는 술집 무대 뒤 창고 방에 들어간다. 캄캄한 그곳에서 소녀는 쿵쾅거리는 음악 소리와 함께 술에 취해 소리지르는 사람들의 소리를 들으며 혼자 있어야 했다. 외롭고 슬픈 이 시간을 13살 어린이는 상상력으로 버틴다. ‘이곳은 도깨비의 은신처야.’ 아빠가 딸에게 붙여준 별칭 도깨비. 송이는 도깨비가 되어 그림을 그리고, 아빠와 함께 있는 상상을 하다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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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가 만나는 현실은 모순투성이다. 학교 친구들은 엄마가 다방 마담이라는 이유로 친구 선영이를 따돌린다. 그 친구들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지만 송이 역시 선영이를 외면하고 만다. 담임은 걸핏하면 학생의 가정환경을 들먹거리며 학부모에게 금품 요구를 한다. 술집에서 일하는 ‘미쓰 리’ 언니는 가수가 꿈이지만 술집 무대를 벗어나지 못한다.

시대는 다르지만 친구 문제, 가족 문제, 학교 문제 등이 많이 닮았다. 고통스런 현실을 부정하기보다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고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는 송이가 대견하다. 책으로 만들어지기까지 9년이 걸렸다는 만화는 어딘가에 있을 송이들에게 따뜻한 동행이 되어주지 않을까. 초등학교 3학년 이상.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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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현재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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