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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신고서 혼외자 구분 등 곳곳 차별

양선아 2018. 05. 11
조회수 1561 추천수 0

2번.jpg » 10일 오후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한부모가족의 날(5월 10일) 제정 기념 행사'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한부모가족에 대한 차별과 인식 개선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사진은 참석자들이 한부모가족 서포터즈 발대식 퍼포먼스에 응원을 보내고 있다. 여성가족부 제공.

 

한부모가족의 날 제정 기념 행사 및 정책세미나

자녀 양육비 청구 위해 인지청구할 때도 불합리

부모 협의서나 법원 허가 없으면 부성으로 변경

 

자녀의 출산과 양육에 있어 부모의 혼인 여부에 따라 제도적으로 구분하고 차별하는 현재의 출생신고서 양식은 개선돼야 하며, 자녀가 아버지의 성을 원칙적으로 따르는 ‘부성 원칙주의’도 사회적으로 재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송효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0일 열린 ‘2018 한부모가족의 날 제정 기념행사 및 정책세미나’에서 이러한 주장을 펼쳤다. 

 

국가기념일로 지난 1월 제정된 뒤 처음 열린 기념일이었던 이날, 한부모연합과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은 한부모가족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대한 인식 개선방안을 주제로 기념식 및 정책 세미나를 공동주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부모 당사자들, 관련 단체장과 소속 활동가들은 물론,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 백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김연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해 축하와 응원의 말을 전했다. 

 

김정숙 여사 깜짝 방문 “한부모 가족의 권리는 곧 아동의 인권” 축사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예고 없이 행사장을 ‘깜짝 방문’하면서 100여 명의 참석자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이날 축사에서 “한부모 가족의 권리는 곧 아동의 인권”이라며 “사회는 이미 변화하고 있고, 점점 더 다양한 가족의 형태도 포용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오늘 이 자리가 우리 사회의 편견이 사라지고 인식이 개선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이날 김 여사는 축사 뒤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세미나가 끝날 때까지 발제자들의 내용을 경청하고 관계자들과 기념 사진을 찍는 등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KakaoTalk_20180511_164506218.jpg » `2018 한부모가족의 날 제정 기념행사 및 정책 세미나'가 끝난 뒤, 김정숙 여사와 함께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송 연구위원은 기념식 뒤에 이어진 세미나에서, 국내 민법 및 가족관계등록법상에서 한부모가족에 대한 차별을 불러일으킬 만한 대목이 무엇이 있는지 지적했다. 국내 민법 및 가족관계등록법은 자녀의 인지, 출생신고, 자녀의 성본 등 자녀와 관련한 모든 규정에서 기본적으로 자녀의 신분 내지 지위를 ‘혼인 중의 출생자’와 ‘혼인 외의 출생자’로 구분해 규정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문제점을 짚었다. 

 

송 연구위원은 “혼인 중의 자식이냐 아니냐를 구별하는 것은 전근대적인 신분상의 잔재이며, 법률혼 관계에 있어야만 정상 가족이라는 프레임”이라며 “이러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한부모 가족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다양한 가족 형태가 늘고 있는 현대 사회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의 경우 이미 1997년 아동개혁법을 제정해 혼인 중의 아동과 혼인 외의 아동 사이 구분을 철폐했다고 소개했다.    

 

송 연구위원은 또 자녀의 성과 본을 결정할 때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예외적으로만 어머니의 성을 따르도록 하는 부성 원칙주의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특히 혼인 외의 출생자가 인지(친아버지나 친어머니를 확인하는 일)된 경우에는, 민법에서 원칙적으로 인지한 부의 성으로 변경되고, 부모가 협의한 경우 종전의 성을 그대로 쓸 수 있도록 한 점에 대해서는 개선이 시급함을 지적했다. 

 

송 연구위원은 “비혼 한부모가족이 자녀 양육비 청구를 위해 인지청구부터 해야 하는데, 인지와 함께 자녀의 성이 아버지의 성으로 변경될 가능성을 감수해야 한다”며 “당사자들에게는 이런 부분이 실질적인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와 달리 인지 후에도 아동은 원칙적으로 모의 성을 그대로 유지하며, 성 변경의 경우에도 아동의 의사를 존중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한부모 가족, 다 같은 가족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날 행사에서는, 한부모가족 단체들이 마련한 ‘한부모가족 인권선언문’이 발표됐다. ‘한부모가족 인권선언문’에는 가족 형태와 관계없이 동등하고 안전하게 자녀를 양육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 한부모가족 인권 선언문 전문을 함께 수록한다.

 

한부모가족 인권 선언문

 

우리는 가족 구성에 대한 어떤 차별과 편견 없이 존중받고,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으며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는 당당한 한부모이다. 우리는 아이를 혼자 키우는 한부모를 비정상, 결손가족이라고 보는 편견에 반대하며 ‘한’부모로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음을 밝힌다.

 

우리는 여성과 한부모라는 이중의 사회적·제도적 차별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 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배제와 차별을 당하고 있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일하면서 아이들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세상의 차별과 편견을 극복하고 인간다운 삶, 행복한 삶, 평등한 삶이 보장되는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주체로서 다음과 같이 한부모 가족의 권리를 선언한다.

 

하나. 우리는 세상의 희망을 만드는 주체로서 행복할 권리가 있다.

하나. 우리는 ‘양’부모 가족개념을 넘어 ‘한’부모로서 충분하고 당당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하나. 우리의 자녀들은 가족의 소득과 상관없이 동등하게 양육 및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하나. 우리는 가족 구성의 다양성을 존중받을 권리가 있음을 밝히며, 한부모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나. 우리는 직업 훈련 및 연계, 주거 및 의료 보장, 안정된 일자리 등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2018년 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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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현재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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