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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다녀오니 낯선 자리 발령내고 “더 다닐거냐” 모욕

베이비트리 2018. 05. 10
조회수 486 추천수 0
13년 경력 쇼핑몰 웹기획자, 디자인 업무 맡겨
처음 해본 낯선 디자인 업무에 업무평가 ‘최하’
제도적 지원 늘어도 일터에서 받는 불이익 여전

“본인은 (출산휴가·육아휴직을) 9개월 다녀왔고 나는 회사의 룰을 세워야 하잖아. 다른 팀으로 보내면 ‘프라이드’(자존심) 때문이라도 (회사를) 그만두겠거니 했는데 그러지 않더라고. 아직 더 다니고 싶은 거예요?”

지난 2월까지 온라인 가격비교 쇼핑몰에서 일한 13년 경력의 웹기획자 이경희(가명·35)씨는 최근 직장에서 ‘강제 경력단절’을 겪어야 했다. 이씨는 2016년 출산과 함께 출산휴가 3개월과 육아휴직 6개월을 썼다. 이듬해 4월 복직한 이씨한테 회사 상사는 “(회사에) 더 다니고 싶냐”고 말했다.

이씨는 9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애초 육아휴직에 앞서 회사로부터 ‘육아휴직을 석달 이상 하면 인사 조처를 받을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지만,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어서 휴직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휴직 기간 내내 불안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불안은 복직과 함께 현실로 다가왔다. 회사는 이씨한테 애초 업무였던 웹기획이 아닌 ‘디자인’을 맡겼다. ‘포토샵’(미국 어도비사의 웹디자인 소프트웨어) 한번 다뤄본 적 없던 이씨한테 관리자는 “과장인데 이것밖에 못하냐”며 낮은 업무평가 점수를 줬다. 이씨는 결국 지난 2월 스스로 퇴사했다. 그는 “아이를 낳고 복직했지만, 내게 찾아온 현실은 원치 않는 ‘경력단절’이었다”고 말했다.

일·가정 양립을 위한 법·제도적 지원은 늘어도 육아휴직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한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불이익은 여전하다. 서울 성동구의 한 어린이집 모습.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일·가정 양립을 위한 법·제도적 지원은 늘어도 육아휴직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한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불이익은 여전하다. 서울 성동구의 한 어린이집 모습.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출산·육아를 위한 법·제도적 지원은 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노동자가 일터에서 육아휴직 사용에 따른 불이익을 받고 있다.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 등에서는 자녀 1명에 대해 출산휴가 3개월과 육아휴직 1년을 보장한다.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마친 노동자를 휴직 전과 같거나 임금 수준이 비슷한 업무에 복귀시켜야 한다. 육아휴직을 빌미로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준 사업주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렇듯 노동자가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행위는 불법이지만 노동 현장에서는 공공연하게 일어난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 1월 발표한 ‘육아휴직 사용 실태 및 욕구’ 조사 결과를 보면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성 노동자 5명 중 1명은 복직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회사의 부당한 처사” 때문에 복직하지 못했다고 답한 비율이 18.4%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해 ㄷ사 쪽은 “진행하던 프로젝트 때문에 육아휴직 3개월을 제안했고 인사이동 가능성도 이미 이야기했다. 이씨의 휴직 기간에 결원을 충원해서 이씨를 다른 팀에 배치하는 것이 불가피했다. 이씨가 업무에 적응하지 못했을 뿐 부당한 대우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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