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자기주도학습, 2가지 필수

김영훈 2018. 05. 21
조회수 6092 추천수 0

초등학교 5~6학년 아이들은 날마다 다단계 지시사항들을 따라야 한다. “자, 모두 문제집을 꺼내고 42쪽에 있는 연습문제를 펴세요. 어제 우리가 배운 부분이에요. 그곳에서 나온 세 번째, 네 번째 문제를 풀고, 그다음에 선생님의 칠판에 쓴 내용을 읽도록 해요.” 시간과 순서는 교사가 교실에서 쏟아내는 수많은 지시사항의 하부구조를 이룬다. 


더구나 초등학교 5~6년에는 순서나열이 수학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다단계 문제를 풀거나 구구단을 외우면서 순서정렬을 강도 높게 훈련한다. 그런가 하면 생각의 흐름에 따라 논리적인 순서로 발표하고, 사건을 서술하며, 문장을 구성해야 한다. 시간과 순서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다단계 지시사항에 맞닥뜨렸을 때 갈피를 못 잡거나, 산만해지거나, 심지어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아이들은 대개 순서 기억력이 좋지 않아 고생하는 아이들이다.


시간과 순서능력은 자기 주도 학습에도 꼭 필요한 실행력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계획성과 행동 조절력이 부족하여 자기 주도 학습을 시작하기에 이르다. 무리하게 강요할 경우 학습 흥미를 잃을 수 있다. 실질적으로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는 시기는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시간을 관리하고 순서를 결정할 수 있는 초등학교 4학년 이후가 적절하다. 초등학교 시기는 자신감이 충만하기 때문에 공부시간을 확보하는 연습을 통해 행동조절 습관을 기를 수 있다. 아이들에게 노력으로 성적이 오를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수업 시간에 집중하는 방법과 함께 예습, 복습의 구체적 방법을 알려 주고 그것을 실천할 때 효과가 배가된다. 이때가 시간과 순서의 실행력이 위력을 발휘한다.

 

시간과 순서의 뇌


시간과 순서능력은 시간을 분배하고, 계산하고, 시간의 흐름을 파악하는 능력을 두루 갖추어 시간 관리를 잘할 수 있다. 이런 능력을 갖춘 아이는 자신이 앞서는지 뒤처지는지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마감 시간을 맞추고 상황변화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 시간과 순서능력은 전두엽의 기능이다. 전두엽은 20대 중반까지 지속해서 발달하기 때문에 전두엽이 주도하는 실행력은 초등학교 동안은 발달 중이어서 아직은 미숙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중학생이 되기 전까지는 시간과 순서능력이 발달 중이기 때문에 시간 관리를 부모가 도와주어야 한다. 

20180508.jpg » 사진 픽사베이.

우선 하루에 식사 시간, 취침 시간, 집안일 하는 시간, 숙제하는 시간 등을 정해놓음으로써 아이들은 자신이 언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예상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보다 복잡한 계획을 세우고, 정리하고, 시간 관리 능력을 길러주는 데 꼭 필요한 능력인 시간과 순서능력에 대한 개념과 방법을 익힐 수 있게 된다. 아이들은 심부름을 갈 때라든지 휴가를 갈 때, 일정이나 시간표를 짜면서 시간을 관리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부모는 지시사항을 되풀이해주고, 내용을 잘 모를 때는 물어보라고 아이를 격려하여야 한다. 글이나 그림을 이용해서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방법도 좋다. 아이들은 자신의 머리는 순서에 따라 들어오는 정보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아이들은 숫자가 나오는 시계가 아니라 바늘이 움직이는 시계를 차는 편이 좋고, 쉬지 않고 움직이는 초침을 관찰하면서 시간의 흐름에 맞춰 일정한 간격에 따라 끊임없이 계획을 세워 움직여야 한다. 시간 관리를 강조함으로써 아이들이 계획표를 짜고, 단계별로 일을 구상하고, 일의 진척 상황을 밝히도록 한다.

 

시간과 순서능력 키워주기


첫째아이의 문제 행동이 무엇인지 파악하라.


아이가 숙제할 때가 되면 징징거리거나 불평을 하거나, 엄마가 옆에서 지시하지 않으면 집안일을 끝까지 해내지 못하는 아이가 있다면 이 아이는 시간과 순서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시간과 순서능력과는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집안 이곳저곳에 개인 소지품을 놓아두고서 찾으러 다니거나, 급하게 숙제를 끝내기 때문에 깔끔하게 하지 못하고 실수를 많이 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시간과 순서능력이 떨어져서 일어나는 문제이다. 먼저 아이의 행동이 시간과 순서능력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둘째구체적으로 목표를 정하자.


“불평하지 않고 숙제를 시작한다”, “다른 사람의 지시 없이도 집안일을 제시간에 마친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내일 학교에 가져갈 개인용품을 정리한다”, “실수가 거의 없이 깔끔하게 숙제를 마친다”와 같이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야 한다. 최종목표가 도달하기가 어렵다면 중간목표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구체적인 변화를 위해서 객관적인 팩트체크를 하자.


아이가 그 일을 시작하기로 한 시간과 실제로 아이가 그 일을 시작하는 시간 사이의 간격을 측정한다. 예를 들면 아이가 숙제를 매일 저녁 7시에 시작하기로 엄마와 약속했다면, 엄마는 직접 나서서 아이의 문제 행동을 지시하기 전에, 일주일에 몇 번이나 아이가 7시 이후에 숙제를 시작하는지 횟수를 세어보아야 한다. 또 숙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한다. 예를 들면 아이가 매일 30분 동안 숙제를 하겠다고 하였다면, 엄마는 아이의 실제 숙제시간을 측정함으로써, 아이와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때 지적할 수 있다.


넷째시간에 쫓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미리 과제를 시작하자.


5~6학년이 되면 학습량이 부쩍 늘어나기 때문에 빠르고 정확한 시간 관리 능력이 필요하다. 마감 시간을 맞추고, 장기적인 일을 합리적인 순서에 따라 완성해야 한다. 시험을 볼 때나 수업 시간에 시험을 볼 때 시간의 흐름을 파악할 줄 알라야 시간이 모자라 허둥대지 않고 차근차근 문제를 풀 수 있다. 아이가 이처럼 속도와 질적인 면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려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시작하여야 한다.


다섯째일과 및 일정을 정할 때 아이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하자.


아이가 언제 무슨 일을 할지 파악하고 그 일들을 일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아이는 준비할 수 있다. 특히 식사 시간, 잠자리에 들 시간, 집안일 및 숙제하는 시간 등과 같이 매일 같이하는 활동 등을 정할 때 아이에게 약간의 결정권을 주어야 한다. 예를 들면 스스로 어떻게 할 것이지, 그리고 언제, 어떤 순서로 그 일을 할 것인지 아이가 선택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아이와 협상을 하여야 한다. 협상을 통해 아이가 그 일을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고 받아들이는 대신 하고 싶은 일이라고 느끼도록 해줌으로써 자동으로 ‘하기 싫어’라고 말하는 태도를 개선할 수 있다.


여섯째단계별 순서유형을 파악하여 여러 단계에서 시간개념을 잡아주자.


순서의 단계에는 순서유형을 해석하고 지각해야 하는 1단계, 나중을 위해 지각한 내용 가운데 핵심사항을 저장해두어야 하는 2단계, 자신만의 순서를 만드는 3단계,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는 4단계, 순서정렬을 통해 합리적으로 추론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개념을 형성하여야 하는 5단계가 있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를 도와 일을 시작하게 하고, 일을 마치기까지 거쳐야 할 여러 단계를 지나는 동안 대화를 통해 아이를 도와주어야 한다. 무언가 방대하고 복잡한 과제를 하려면 적은 분량으로 시작해 일을 점차 늘려 가되, 처리 가능한 순서에 따라 일을 단계별로 나누는 것이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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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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