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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례로 마더센터 만들어주세요” 서울 관악구 주민 1만 명 서명

양선아 2018. 04. 17
조회수 1885 추천수 0

2.jpg » 서울 관악구 주민 30여명이 17일 서울 관악구청사 앞에서 마더센터 설치 조례를 제정해줄 것을 요구하는 1만 여명의 서명을 구청쪽에 전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엄마와 아이들이 갈 곳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우선은 미세먼지로 바깥 활동이 어렵고요. ‘맘충’ ‘노키즈존’ 등과 같은 분위기 속에서 엄마와 아이들이 눈치를 보며 공공 시설에서 일어서야 하는 상황이 많습니다. 서명에 동참한 1만 명에 가까운 분들이 저와 같은 의견입니다. 마더센터가 필요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라는 과정을 지금의 엄마, 청년, 마을이 함께할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입니다. 1만 명의 주민들의 목소리를 간곡히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마더센터 꼭 만들어주세요.”
 
부모와 아이가 마음 편하게 갈 수 있는 공간인 ‘마더 센터’를 지방자치단체에 조례로서 설치해 지원해 줄 것을 촉구하며 1만 명에 가까운 서명을 받아낸 주민들이 있다. 바로 서울 관악구 주민들이다. 관악주민 서지영씨도 서명자 중 한 명으로 이날 발언을 했다.  

 

 ‘관악구 마더센터 설치 조례 제정 추진본부’ 소속 주민 30여 명은 17일 오전 11시 서울 관악구청사 앞에서 ‘마더센터 설치 조례 제정 촉구 기자 회견’을 열고 1만 여명에 가까운 주민 서명을 구청쪽에 전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아이를 아기띠로 안은 엄마,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엄마 등이 참가했고, 육아 당사자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독박 육아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참가자들은 “NO 독박육아”, “YES 함께 키워요”, “엄마의 삶도 존중받아야 합니다”, “아이 데리고 갈 곳이 없어요”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들을 손에 들고 마더센터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주민 오설화씨도 “온라인으로만 소통하던 엄마들이 마더센터가 생기면서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오씨는 “관악구청에도 놀이터가 있지만 공무원의 퇴근 시간때문에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돼 있고, 키즈카페는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며 “마더 센터가 관악구에 조례로서 전국에서 최초로 생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더센터 건립은 저출산과 고령화, 여성의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영유아 보육시설 부족 등의 문제를 겪던 독일에서 1980년대부터 시작됐다. 독일의 여성단체들이 풀뿌리 지역 운동의 일환으로 만든 마더센터에서는 여성들이 ‘독박 육아’를 해결할 수 있고 사회적 네트워크도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이 됐다. 독일 마더센터의 핵심 운영 철학은 자조(self-help)와 역량강화(empowerment)이다. 이들은 ‘누구나 능력을 갖고 있다’는 생각으로 센터에서 누구나 자신의 장점으로 지역 사회에 기여하도록 한다. 육아를 하면서 부모가 사회적 관계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서로 돌보고, 각자의 재능을 발견해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운영한다. 마더센터는 또 철저하게 공익을 추구해 이주여성, 한부모, 미혼모 등을 차별하지 않는다. 독일 마더센터 모델은 세계적으로 확산돼 22개국에서 1000개 이상의 센터가 생기는 등 국제네트워크 활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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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마더센터의 모델과 유사하게 한국에서도 다양한 한국형 마더센터가 실험중이다. (한국형 마더센터에 대한 베이비트리 기사 링크: https://goo.gl/fvDXJm) 춘천여성협동조합에서 운영한 마더센터를 시작으로 서울 마포 소금꽃마을 마더센터, 서울 관악구의 ‘행복마을 마더센터’ 들이 그것이다.

 

이번 마더센터 설치 조례 제정 운동의 중심에는 지난해 2월부터 서울 관악구 ‘행복마을 마더센터’를 운영한 김한영 센터장과 행복마을 마더센터를 이용한 주민들이 있다. 김한영 행복마을 마더센터장은 “2016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 여성공약 1호가 마더센터를 은행지점처럼 많이 만들겠다고 하는 등 정치인들은 선거때만 여성 관련 공약을 내놓지만 결국 지키지 않는다”며 “이번 관악구 조례 서명은 독박 육아를 하는 여성들과 주민들이 정치인에게 기대지 않고 직접 발로 뛰어 만들었다. 관악구청장과 관악구의회에서 신속하게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승진  ‘관악구 마더센터 설치 조례 제정 추진본부’ 추진위원은 또 "서명을 전달하기 위해 관악구청장 면담을 신청했지만 현 관악구청장은 묵묵부답이다"라며 "현재 구의 전체 재정은 6천억 정도이고, 마더센터를 한해 운영하기 위한 비용은 한해 5천만원 정도인데 이 정도도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1111.jpg » 서울 관악구청 공무원들이 서명서를 받고 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지방자치법에서는‘조례 제정·개폐청구권’을 주민 정치 참여권으로서 보장하고 있다. ‘조례 제정·개폐 청구권’이란, 일정 주민 수 이상의 연서로 해당 지자체의 장에게 조례의 제정이나 개정·폐지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지방자치법 제15조제1항)를 말한다. 지자체는 조례 제정·개폐권 청구 가능한 연서 수를 정해야 하는데, 시·도 및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에서는 주민 총수의 1/100 이상, 1/70이하 범위 안에서, 시·군·자치구에서는 주민 총수의 1/50 이상, 1/20 이하의 범위에서 정해야 한다. 서울 관악구에서는 법에 근거해 조례 제정 청구 가능한 주민연서 수를 8940명으로 정했는데, 관악구 주민들은 17일 현재까지 9215명의 서명을 받아 구청에 전달한 것이다. 이에 따라 관악구청은 이들이 제출한 서명 등에 결격 사유가 없는지 심사를 거쳐 청구인 수가 충족되면 조례규칙심의위원회에 주민들의 조례안을 올릴 예정이다. 조례규칙심의위의 검토를 거친 뒤에는 구의회로 넘겨져 관련 절차를 밟게 된다.
 
전국에서 최초로 서울시 관악구에 조례로서 마더센터가 설치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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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현재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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