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우리 2.jpg


이룸아.. 4월 16일이 무슨 날이지?
세월호가 침몰한 날이요. 올 해가 4주년이래요.
맞아.
그래서 오늘 가족 모임 주제는 세월호에 대해서 얘기해보면 어떨까.
우린 세월호를 탔던 사람들이잖아. 우린 그 배가 어떻게 생겼는지, 그 안에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알잖아. 그런데 우린 지금 살아있잖아.
그러니까 더 잘 기억해야 하고 더 오래 기억해야지.
그럼 제가 가족 모임 안내문 만들께요.
이렇게 만들었어요.
정말 잘 만들었네.


그날, 우리.jpg


세월호가 침몰되기 5개월전에 우리도 그 배를 탔었어.
이룸이 다섯살, 윤정이 여덟살, 필규 열두살 때 일인데, 제주도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건설하는 일로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 마을 사람들 찾아가서 위로도 하고, 힘도 주고,

같이 연대하는 그런 행사에 엄마가 너희 셋을 데리고 다녀왔잖아.

인천항에서 오후에 세월호를 타서 밤 새 자면서 제주도까지 가서 강정 마을 들려서

하루 종일 행사에 참여하고 다시 저녁때 제주도에서 세월호 타고 자면서 인천까지 오는

그런 일정이었는데, 생각해보면 참 무리한 일정이었을 수도 있는데 엄마가 너희 셋을 데리고 갔다왔지.

그때 세월호 처음 봤을때 느낌이 어땠어?
완전 컸어요.
필규 니가 타이타닉호 같다고 소리질렀잖아.
결국 타이타닉호 처럼 가라앉았잖아요.
그래... 결과가 타이타닉호처럼 되면 안된다고 웃으면서 세월호 앞에서 우리 막 기념사진 찍고
좋아했었잖아.
엄마는 그렇게 큰 배가 우리나라에 있는 줄 몰랐어. 너무 커서 정말 깜짝 놀랐어.

세월호 타고 가면서 어떤 일들이 생각나?
저는 오락실이요. 오락실이 신기해서 왔다갔다 했었어요.
나는 밥 먹은거랑 2층 침대요.
저는 불꽃놀이랑 갑판에서 공연한거요.
기름 냄새가 정말 지독했어요.
맞아. 제일 큰 굴뚝으로 시커먼 연기가 피어 오르고 냄새도 심했었지.
바람도 많이 불었고, 그렇게 큰 배도 이리 저리 흔들렸어.
엄마는 동생들 데리고 목욕탕에서 목욕도 했었어. 샤워하는 동안에도 배가 흔들리는
것을 느끼던 것도 기억나고..
그런데 생각해봐. 우리 그 배 탔을때 누구도, 어느 승무원도 비상시에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내해 주는 사람이 없었어.
비행기 타면 승무원들이 형식적으로도 구명조끼 입는 법, 산소 마스크 쓰는 법, 탈출구 같은 거
안내해주잖아. 그런데 세월호는 그런게 전혀 없었어. 그렇게 큰 배가 그렇게 많은 사람을 싣고
가면서 안전에 대한 안내가 전혀 없었어.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세월호 침몰하던 날, 오빠가 몸이 안 좋아서 학교 안 가고 집에 있으면서 마을 주민자치센터에서
요가 수업 듣고 있던 엄마에게 전화로 사고 소식을 전해 주었어. 처음엔 믿지도 않았는데
집에 와서 텔레비젼 보고는 그때부터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
다 구조된 줄 알았잖아.우리 모두..
그 후에 우리는 안산 화랑공원에 있는 합동 분향소에도 여러번 다녀오고, 단원고등학교에도
다녀오고 필규는 학교 칠판에 노란 배 그려놓고 그 옆에 매일 매일 사고가 난 후 며칠이 지났는지
날자를 기록했잖아. 그 칠판엔 지금도 여전히 노란 배가 그려져 있을까. 누군가 숫자를 계속
적어 가고 있을까.

세월호 유가족중에 아이를 잃은 아빠 두명이서 직접 만든 십자가를 어깨에 매고 팽목항을 출발해서
서울까지 걸어온 분들이 계셔. 한겨레 21 표지에 실린 그 두 분 모습을 보는데 한 사람이
아빠랑 너무 비슷한거야. 키도 작고 머리도 희끗하고.. 꼭 아빠같이 생겼어.
엄마는 그 사진을 보면서 만약 우리가 타고 있을때 세월호가 침몰해서 엄마랑 너희 셋 모두
죽었다면 아빠가 평생 이 십자가를 지고 살아갔겠구나.. 나머지 인생은 다 사라지고 오직
아내와 자식이 왜 죽어야 했는지 그 진실을 파헤치는 일에 모든 생을 다 바쳤겠구나.. 생각 들었어.
광화문에서 세월호 유가족들 천막 안에서 농성하고 있는 단원고 엄마들 볼 때마다
만약 죽은 아이들이 너희들이었다면 엄마가 저 안에 있었겠구나.. 살림이고 일이고 다 때려치우고
전단지 돌리고, 소리 높혀 외치며 세월호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외쳤겠구나, 저게 내 모습이었겠구나..
바로 알 수 있었거든.
자식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봤던 그 마음이 어떨지 그냥 알 수 있어. 누구나 그래. 우리 모두
누구의 자식이고 부모니까 내 일이 아닐 수 없는거야. 모든 국민이 그런 마음이었을거야.
그래서 그 죽음을 모욕하고 비난하고 덮으려고 했던 사람들을 결코 용서할 수 없는거고..

그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고 촛불 혁명도 있었고 정권도 바뀌었잖아.
이전 정권에서 진실을 덮으려고 제대로 조사도 못하게 했던 것들이 이제 조금씩 드러나고 있고
다시 세월호 진실을 밝히려는 일들이 시작되고 있어.
어떤 사람들은 4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세월호 타령이냐고 지겹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영국에서 이런 비슷한 사고로 수많은 청소년들이 죽는 일이 있었어.
유명한 축구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 붕괴 사고로 수많은 청소년들이 압사를 당했는데
정부와 언론은 청소년들이 질서를 지키지 않고 무분별하게 진입하다가 일어난 사고라고 주장했지만
유족들이 끈질기게 문제점들을 제기하고 오랜 시간 조사를 벌여 밝혀낸 진실은 전혀 달랐어.
훨씬 전부터 경기장 건물이 붕괴 위험이 있어 경고를 받아왔다는 것을 무시해왔고, 경찰은 경기장
안의 안전관리에 소홀했었고 사고가 났을때 적절하게 대피를 시켰다면 사망자의 대부분을
살릴 수 있었다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20년이 걸렸어.
세월호는 이제 겨우 4년이고 그동안 조사도 제대로 되지 않았어. 이제부터 시작해야지.

 20년이 걸려도 제대로 밝혀내야지.

그러니까 우리가 항상 기억하고 있어야돼.
제대로 밝혀달라고 요구하고, 그 과정을 지켜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더 안전하고 바른 사회가 되도록 힘을 모아야지.

오빠는 월요일에 '그날 바다'라는 영화 보러 간대, 학교 사람들하고...
우리도 날을 정해서 보러가자.
세월호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생각해야 할 것들이 아직도 너무 많아.
그러니까
절대 잊어버리지 말자.
우린 그 배를 탔던 사람들이잖아.
그 배를 타고도 살아남은 사람들이잖아.
그러니까 더 많이 기억하고 얘기하고
더 잘 살아야지.

오늘 모임에 참여해서 얘기 나눠주어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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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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