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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하고 대화를 나누는게 점점 어려워진다고 하소연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세상은 자꾸 변해가는데 그 속도에 발 맞추는 것도 너무 어렵고, 매일 매일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물어오는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 주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막막해한다.

학교 교육에만 맡기면서 아이를 가만히 두면 안될것 같기는 한데 사교육비는

자꾸 올라가서 부담이 되고 어떤 것을 시켜야 가장 효율적인 투자인지

고민스럽다는 이야기도 많이들 한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소식에도 관심을 가지고 자기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자라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단다.

 

이 모든 고민들에 대해서 나는 딱 하나를 권한다.

 

아이들과 함께 종이 신문을 읽으라고 말이다.


대부분은 나의 이런 제안에 뜨악해 한다. 종이 신문? 요즘도 종이 신문 보는 사람이 있나?

뉴스야 다 스마트폰을 통해서 포털을 이용해 보는 세상에 구시대스럽게 종이신문이라니... 하며 어리둥절해 한다. 한 달에 1만 8천원씩이나 들여서 종이 신문을 일부러 구독하는 것이 큰 낭비라고

느끼는 것이다.


맞다. 이 시대 사람들은 더 이상 뉴스를 종이로 읽지 않는다.

그들은 화면으로 검색할 뿐이다. 포털에 떠 있는 뉴스를 따라가며 최신 검색어 순위를

살펴보고 그 뉴스와 관련된 더 많은 소식을 발 빠르게 찾아 읽는다.

확실히 포털로 보는 뉴스는 종이신문과 비교할 수 없이 방대하다.

마음만 먹으면 우리 나라에서 발간되는 모든 신문들의 기사를 살펴볼 수 도 있다.

그 뿐인가. 그 뉴스를 친절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해주고 설명해주고 비판해주는

수많은 기사들을 읽을 수 있다. 수시로 속보라며 업데이트 되는 최신 뉴스들을 읽다보면

지금 이 시간, 이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가장 빨리 알아보고 있는 듯한 만족감도 든다.

포털에 실시간으로 실리는 정보의 양이나, 속도, 다양함은 종이신문과 비교할 수 없다.

 

그런데 굳이 돈을 들여가며 종이 신문을 읽을 이유가 있을까.


맞다. 이 모든 말들은 틀리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이들과 종이신문을

읽는다. 종이신문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포털 뉴스를 검색하다보면 애초에 목적했던 것에서 너무나 쉽게 엉뚱한 기사들로

흘러가기 쉽다. 자극적이고 흥미 위주의 기사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하나의 기사를 검색할때마다 여기저기에서 뜨는 광고 팝업도 금세 눈을

피로하게 만든다.  작은 화면으로 스크롤 해가며 기사를 읽다보면 자꾸 문맥을

놓치게 된다. 전체를 조망하며 읽기가 쉽지않다. 기사만 읽으면 좋은데

욕설과 혐오표현, 비방으로 넘쳐나는 댓글들에서 자유롭기도 어렵다.

괜히 다 읽고 불쾌해지는 경험이 반복된다.

포털 자체가 워낙 거대한 언론 자본이다보니 기사 편집의 의도와 방향이

종종 왜곡되거나 조작되기도 한다.

 

게다가 특정 관심 분야의 기사 몇 개만 클릭해도 어느새 내가 자주 찾는

기사들이 패턴화되어 이내 '00님이 좋아하실 만한 기사'라는 패키지로

내게 뜬다. 언뜻 편리한 기능같지만 한정된 주제로 나를 이끌고 갈 위험이

되기도 한다. 성인도 포털을 유용하게 이용하는것이 이렇게나 복잡하고 어렵다는 뜻이다.

하물며 비판 능력이나 사고가 어른보다 미숙한 어린 아이들이 포털을

이용해서 세상 돌아가는 일들을 올바로 이해하기는 더 어렵다.


종이신문은 다르다. 정치부터 사회, 문화, 스포츠, 역사, 세계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소식들이

매일 실린다. 지면이니만큼 자극적인 표현과 내용도 상당부분 걸러진다. 아이들과 헤드라인만 꾸준히 살펴봐도 사회의 많은 분야에서 요즘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감을 잡을 수 있다. 포털은 관심 분야로만 넘나들기 쉽지만 종이 신문은 첫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대충 넘겨가다보면 다양한 분야의

소식과 접할 수 있다.

 

물론 전체를 다 읽을 필요도 없다. 신문을 함께 넘겨가며 내 아이의 관심과 닿는 기사 한 두개씩만 읽어도 된다.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음식, 여행, 영화, 연예 관련 기사도 좋고 시사나 상식이 실린 토막글들도 알차다.  필력이 검증된 필진들의 글들을 하나 뽑아서 아이들과 함께 읽다보면 하나의 사안에 대한 제법 깊이 있는 시각을 가질수도 있다. 처음 대하는 단어들은 뜻을 찾아가며 읽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세 아이 모두 또래보다 수준높고 풍부한 어휘를 구사하게 되었다.

 

많은 연구로도 증명되었지만 인간의 뇌는 활자로 읽는 내용을 디지털 화면으로 대하는 텍스트보다 더 잘 기억한다. 건성으로 스치듯 여러 정보를 접하는 것과 한가지라도 제대로 읽어보는

것의 차이는 결코 작지 않다.


아이들이 좋아한 기사는 오려서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두고 몇 번을 거듭해서 읽어갈 수 도 있다.

아이들과 뉴스를 같이 보다보면 잘 이해되지 않는 내용에 대한 질문이 생길때 그 부분을 제대로 설명해주기 어렵다. 뉴스들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종이신문은 관심이 가는대로 읽다가 의문이 생기면 멈추고 얘기할 수 있어서 좋다. 하나의 궁금증을 해결하고 마저 읽어갈 수 있다. 결코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기사 하나를 읽으면서 중간 중간 아이들에게 질문하고, 대답하고 서로 이야기 하다가 나머지를 읽기도 한다. 잘 이해되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차근차근 살펴가며 읽기도 한다.


딸들은 자기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관련 기사는 오려서 일기장에 붙여 놓기도 했다.

잘 이해되지 않는 단어는 연필로 빈칸에 적어보기도 하며 읽는다.

종이위에 인쇄된 글을 읽는 것은 온 몸으로 하는 행위다.

신문의 질감, 넘기는 소리, 잉크의 냄새, 공간의 배치, 컬러와 흑백의 색, 모든것들이 신문을 읽는 아이들에게 풍부한 자극이 된다.

많은 것들을 한 번에 살펴보고 이해하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포털의 정보들은,

관심이 쉽게 다른 곳으로 이끌려가기 쉽지만

종이 신문의 고정된 활자와 사진들은 한가지 내용에 대한  관심을 더 오래,

더 깊게 지속시키게 한다.


큰 아이는 열여섯이 되어서야 제 스마트폰이 생겼다.

그 전까지 아침이면 조간 신문을 읽는 것이 오랜 습관이었다.

신문을 통해 익숙해진 활자들은  책 읽는 습관으로 이어졌고

다양한 방면에 관심을 가지며 제 생각을 가진 아이로 커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딸들은 오빠 만큼 신문에 관심이 없다. 억지로 읽히지는 않는다.

아침 밥상에서 그날 신문을 함께 넘겨가며 중요한 소식들을

살펴보고 모두가 좋아하는 기사를 같이 읽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한 달에 1만 8천원이 절대 아깝지 않다.

며칠 먹는 간식값 만큼만 투자하면 된다.


한 동안 평창 올림픽과 미투 운동에 관심이 많던 아이들은

얼마전까지는 평양에서 열린 남북 합동 문화공연에 대한

기사에 제일 관심이 많았다. 요즘은 다가오는 4.16 세월호

4주기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오늘 신문에서는 '마블'케릭터들이 출연하는 새 영화에

출연하는 유명 배우들이 한국을 방문했다는 기사에

들떴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딸들과 내가 모두 열광하는

배우다.


아이들과 즐겁고 의미있게 통하면서 지내고 싶어하는 내게

종이 신문은 소중한 다리가 되고 있다.

한 달에 1만8천원을 이보다 더 유익하게 쓸 수 있는 것이 또 있을까.


아이들과 같이 신문을 읽자. 스마트폰 일찍 쥐어주지 말고

조금만 시간내어 종이 신문을 같이 보자.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16년간 내가 경험하고 있는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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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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