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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 서로 생각 나누며 힐링도

양선아 2018. 04. 10
조회수 2396 추천수 0
금북초 학부모 모임 ‘독서 하브루타’
 
하부르타.jpg » 서울 금북초 학부모 동아리 ‘독서 하브루타’ 소속 엄마들이 모임을 끝낸 뒤 활동 중 사용한 실을 각자의 손에 감고 포즈를 취하며 웃고 있다.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학부모 김현주, 최윤정, 윤지영, 임소연, 이혜민씨, 남미숙 교장, 학부모 김수진, 방은정씨.

유대인들이 탈무드 공부할 때 하는
전통적인 교육법으로 ‘친구’라는 뜻 

2~4명이 짝지어 대화와 토론·논쟁
정답 찾기보다 생각과 판단 존중 

남미숙 교장이 전문가 초청해 강연
엄마 동아리 3기까지 이어져 

“<나는 기다립니다>를 다 보았는데요. 각자 질문 노트에 질문을 적어볼까요?”

바람이 쌀쌀했던 6일 오전 10시, 서울시 성동구 금호동 금북초 교장실 옆 회의실에 학부모 7명이 모였다. 학부모 동아리 중 하나인 ‘독서 하브루타’ 소속 엄마들이다. 이날 진행자로 나선 윤지영씨가 그림책을 읽어준 뒤, 엄마들의 본격적인 ‘하브루타’가 진행됐다. 질문을 만들고 생각을 나누고, 그룹끼리 토론하고, 다시 생각을 나누면서 2시간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하브루타는 2~4명이 짝을 지어 대화와 토론·논쟁하는 것으로, 유대인의 전통적인 교육법이다. 하브루타는 ‘친구’라는 뜻의 히브리어 ‘하베르’에서 파생된 아람어이다. 유대인은 유대교 경전인 탈무드를 공부할 때 이 방법을 사용하는데, 이스라엘의 모든 교육과정에도 적용된다. 유대인에게 친구는 생각을 나누는 파트너다. 짝과 대화를 나눌 때 정답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각자의 생각과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하브루타의 특징이다. 전세계 인구의 0.2%지만 역대 노벨상 수상자 중 22%를 차지하는 유대인의 성공 비결도 하브루타로 꼽힌다. 

“로봇과 경쟁·협업 시대 유용한 방법”

하브루타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2012년 전성수 전 부천대 유아교육학과 교수가 하브루타와 교육학을 접목해 <부모라면 유대인처럼 하브루타로 교육하라>를 쓴 뒤부터다. 그 전에도 하브루타가 소개됐지만, 주로 성경 공부법 차원이었다. 2012년 이후 하브루타와 교육을 접목한 다양한 책이 출간되고 방송 프로그램도 만들어졌다. 각종 협회가 세워지고 관련 교육도 늘었다. 교사와 부모 중심으로 하브루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비영리 교육단체 하브루타교육협회 김영훈 사무국장은 “하브루타부모교육연구소 강연 참석자가 지난해에 비해 두 배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2013년도부터 독서와 하브루타를 접목해 ‘독서 하브루타’ 학습법을 개발해 알려온 황순희 큐앤티(Q&T)독서하브루타연구소 소장(한양대 교육대학원 강사)도 “2014년도엔 4~5곳의 학교에서 학부모 대상 강연을 했는데, 지난해에는 스무 곳이 넘는 곳에서 할 정도로 인기”라고 전했다. 단순 지식 전달이 아니라 학생이 능동적으로 참여 가능한 교수법을 고민하는 교사들에게도 하브루타는 인기 만점이다. 황 소장은 “질문을 만들고 생각을 나누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하브루타는 인간이 로봇과 경쟁하거나 협업해야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라 관심 갖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하브루타 열풍’은 2015년 서울 금북초에도 닿았다. 이 학교를 책임지고 있는 남미숙 교장은 육아를 하는 과정에서 지치고 아이 교육에 지나치게 조바심이 많은 엄마들에게 ‘독서 하브루타’가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남 교장은 전문 강사를 초청해 부모들에게 하브루타 강연을 제공했다. 학교 안 공간에서 일주일에 한 번 엄마들끼리 ‘독서 하브루타’ 동아리를 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그렇게 독서 하브루타 모임이 1기, 2기, 3기까지 이어졌다.

“그동안 왜라는 질문을 왜 안 했을까”

독서 하브루타에 참여한 김수진씨는 “하브루타를 하면서 나 스스로 그동안 학교와 사회에서 일방적으로 주어진 지식을 받아들이기만 했지, ‘왜’라는 질문을 해보지 않은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하브루타를 한 이후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됐고 12살, 10살, 5살 세 아이를 그동안 자신만의 기준으로 억지로 조급하게 끌고 가려 했던 점도 깨달았다. 독서 하브루타를 6개월 이상 한 엄마들은 아이들의 관계가 이전보다 개선됐을 뿐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게 돼 힐링이 되었다고 입을 모은다.
 
하부르타2.jpg » 서울 금북초 학생들이 철사를 갖고 집을 만들고 있다. 이 학교 학부모 동아리 ‘독서 하브루타’ 소속 엄마들은 아이들끼리 하브루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날 아이들은 철사로 각자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고, 그것에 대해 질문을 했다.
체험활동 시간 교사-학생 함께 수업
방과후 과정과 돌봄교실에서도 

아이들끼리도 진행하게 도우고
육아 품앗이하고 경험 모아 책도 

“처음엔 아이들 교육 먼저였지만 
이젠 나 자신을 위한 마음 키워”

하브루타 경험을 쌓은 금북초 엄마들은 이 학교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선생님과 함께 아이들에게 ‘독서 하브루타’ 수업을 진행했다. 옆 친구와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경청할 줄 모르던 학생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눈맞춤도 좋아졌고 발표력도 향상됐다. 방과후 과정과 돌봄 교실에서도 ‘독서 하브루타’ 과정을 개설해 하브루타 수업을 진행한다. 매주 금요일 아이들끼리 하브루타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품앗이 육아도 한다. 최근 이들은 이러한 일련의 활동 경험들을 모아 <대한민국 엄마표 하브루타>라는 책도 펴냈다.

질문이 중요하고 하브루타가 좋은 교육법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구체적으로 질문을 어떻게 만들고 생각을 나누는지 궁금했다. 엄마들의 독서 하브루타 모임을 참관한 이유다. 적게는 1년, 많게는 3년 정도까지 하브루타를 해온 엄마들이어서 그런지 기자가 옆에 있어도 평소와 다름없이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그림책 한 권을 읽고도 이렇게 다양하고 폭넓은 질문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그들이 <나는 기다립니다>라는 그림책을 함께 읽고 내놓은 질문을 살짝 엿보자.
 
512.jpg » 서울 금북초 학부모 동아리 ‘독서 하브루타’ 소속 엄마들이 모임에서 각자 자신의 현재 마음 상태를 도화지에 실로 표현한 것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빨간 실과 도화지로 마음 표현

“나는 기다립니다라는 문장이 이 책에는 6번 정도 나와요. 인생을 6막으로 나눈다면 내 1막, 2막, 3막을 어디까지 나눌 수 있을까? 이 책에서는 4막에서 아이가 태어나고 그러는데, 앞으로 내 인생 전체를 봤을 때 나는 4막 정도에 있는 것일까? 당신의 인생은 지금 몇 막입니까?”(방은정씨)

“인생의 끝에서 나는 무엇을 가장 기다릴까? 죽음? 아이들?”(김수진씨)

“삶의 문제들이 기다림으로 해결될까? 역설적이게도 아이들을 생각하면 기다려줘야 할 것 같은데, 나는 기다리는 사람인가 푸시하는 사람인가?”(윤지영씨)

“끝은 정말 끝인가? 나의 기대와 호기심이 가득한 순간은 언제일까?”(이혜민씨)

“이 책에는 인연의 끈 또는 기다림을 빨간 실로 표현했다. 실을 다른 색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색으로 표현할까?”(김현주씨)

“기다림은 당신을 행복하게 합니까? 힘들게 합니까? 기다리지 않는 게 행복한 게 아닌가?”(임소연씨)

“나는 어떤 끈으로 연결돼 있을까? 끝을 끈으로 바꾸기 위해 우리에겐 무엇이 필요할까?”(최윤정씨)


같은 책을 읽고도 천차만별의 질문이 쏟아졌다. 질문을 공유하고 각자 생각을 나누는 과정에서 모두 진지하게 경청하는 자세도 돋보였다. 이날 진행자인 윤지영씨는 빨간 실과 도화지를 준비해 각자 현재 마음의 상태를 도화지에 표현해보라고 했다. 엄마들은 깔깔대며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자신의 민감한 대목을 건드리는 지점에선 누군가는 훌쩍였다. 하브루타 시간을 통해 엄마들은 공감과 힐링을 하고 있었다. “마치 집단 상담 과정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라는 기자의 말에 엄마들은 한목소리로 대답한다.

“처음에는 아이들 교육을 잘해보겠다고 시작했어요. 이제는 저희 자신들을 위해 하고 있어요. 하브루타를 통해 저희들 생각과 마음의 키를 키우니 육아나 교육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도 줄어들더라고요. 아이에게 더 많은 질문을 하게 됐고 그만큼 더 행복해졌어요. 더 많은 부모들이 하브루타의 맛을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어요.” 

글·사진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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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현재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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