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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질 알고 부모 태도 보면, 아이 친구관계 답 있다

양선아 2018. 03. 28
조회수 6811 추천수 0
놀이1.jpg » 권오진씨가 운영하는 ‘아빠놀이학교’ 카페 정기모임에서 부모와 자녀가 베개싸움을 신나게 하고 있다. 권오진씨 제공

“딸이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아요. 친구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데, 최근 어린이집에서 만난 활달한 친구를 좋아해요. 문제는 무엇이든 그 친구가 하자는 대로 한다는 거예요. 딸이 소꿉놀이를 하고 싶어도 그 친구가 술래잡기를 하자고 하면 그냥 해요. 딸도 친구에게 자기 의사를 표현했으면 좋겠어요.”(6살 딸 엄마 김아무개씨) 

“아들이 친구들과 놀면서 독불장군처럼 굴어요. ‘사이좋게 지내야지’라고 말해주는데, 자기 뜻대로만 하려고 합니다. 놀이 방식도 자기 방식대로 해야만 하고, 친구들이 안 따라주면 화를 내요.”(7살 아들 엄마 정아무개씨) 

아이 10명 중 1명은 까다로운 성향
낯을 가리지만 한번 사귀면 오래
익숙한 곳에서 비슷한 친구와 놀게
 
부모 너무 엄격해 심리적 통제하면
자기표현 잃고 친구에 끌려다니거나
되레 억눌린 감정 폭발해 공격적 

너무 허용적으로 다 들어줘도
밖에선 맘대로 안돼 좌절해 숨죽여
부모는 사회성 참고서, 대화 나눠야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에 들어가면 많은 부모들은 정씨나 김씨처럼 아이의 친구 관계에서 발생하는 일들로 고민을 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어우러져 지내다 보면 다양한 일이 벌어진다. 사회성이 발달중인 아이들은 친구 관계에 미숙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양육자가 적절한 방식으로 아이 친구 관계에 대해 조언하고 도움을 줘야 한다. 전문가들은 아이 친구 관계가 고민이라면, 기본적으로 ‘아이의 기질’과 ‘부모의 양육 태도’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아이를 잘 살펴보고 해법을 모색하라고 조언한다. 

반응 느린 아이는 전체 15% 

기질이란 아이가 태어나면서 나타나는 성격적 특성으로, 일반적으로 까다로운 아이, 순한 아이, 반응이 느린 아이로 나뉜다. 1956년 소아과 의사인 알렉산더 토머스와 스텔라 체스가 장기간 연구한 결과, 연구 대상 중 10%의 아이는 까다로운 아이였고, 15%는 반응이 느린 아이였다. <아이의 사회성>을 쓴 아동상담 전문가 이영애 숙명여대 심리치료대학원 놀이치료학과 교수는 “까다롭고 예민한 아이는 낯선 사람과 사귀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자신이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훨씬 불안감을 많이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런 생물학적 특성을 지닌 아이는 친구와 놀고 싶어도 선뜻 함께 놀자는 말을 못하고, 한번 친구를 사귀면 익숙한 친구들과 지내려고 한다.

아이의 기질이 이렇다면 부모는 반대 성향의 아이보다는 비슷한 성향의 아이와 친밀한 관계를 맺도록 돕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1명과 놀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차차 2명, 3명 이렇게 늘려가는 방식이다. 노는 장소도 아이가 익숙한 장소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 또래 관계를 잘 맺기를 너무 재촉하고 서두르기보다 부모와 아이의 일대일 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충분히 기다려주는 것이 좋다.

외톨이.jpg » 사회성은 아이의 기질과 부모의 양육 태도, 다양한 놀이 경험에 영향을 받아 형성된다. 사진은 집단 따돌림 현상을 다룬 영화 <시한폭탄>의 한 장면.

놀이 전문가 권오진 ‘아빠학교’ 교장은 자기 표현력이 부족한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놀이를 소개했다. 권 교장은 “놀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가 성취감을 느끼고 표현력도 기를 수 있다”며 베개 주고받기 놀이, 동요 부르기, 콩쥐-팥쥐 놀이를 권했다.
 
베개 주고받기 등 역할놀이 효과

베개 주고받기 놀이는 하루에 1분만 해도 충분하다. 아이가 100% 받을 수 있도록 던져야 한다. 처음에는 그냥 “받아라” 하며 주고받다가, 재미가 붙으면 동물 이름이나 음식 이름을 대입해 “사자 받아라” “피자 받아라”라고 말하면서 던지고 놀아본다. 형제자매가 있다면 콩쥐-팥쥐 놀이도 좋은 놀이다. 일종의 역할 놀이인데, 콩쥐 역할을 맡은 사람은 무조건 “네”만 할 수 있다. “콩쥐야~ 물 좀 떠올래?” “네. 알았어요”라고 한다. 팥쥐 역할을 맡은 사람은 무조건 거절하는 역할이다. “팥쥐 언니, 방 좀 치워줄래요?” 하면 “이놈~ 나는 시간이 없다. 네가 하거라” “팥쥐 언니, 나랑 놀아주세요” “나 바쁘다. 너 혼자 놀아라”라고 거절하는 역할만 한다. 사회성이 본격적으로 발달하는 만 3~5살 아이들에게는 이러한 역할 놀이가 큰 도움이 된다. 

“친구 사귀기는 36개월부터 씨뿌리고
초등 저학년 거쳐 꽃이 피고
사춘기 때 우정이라는 열매 맺어” 

아이가 예민한 기질이 아닌데도 친구에게 끌려다니고 자기 표현을 제대로 못한다면, 부모의 양육 태도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이 박사는 “아이가 처음 맺는 관계의 기초서는 엄마·아빠와의 관계”라며 “부모와의 관계에서 자율성이 훼손되면 친구에게 끌려다닌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부모가 매우 엄격하거나 너무 허용적이면 아이 스스로 결정하지고 못하고 친구에게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부모가 엄격하면 부모에게 혼나지 않기 위해 거절 등 부정적 표현을 못하게 되고, 그런 행동이 친구 관계에서도 나타난다는 것이다. 반대로 너무 허용적이어도, 아이가 집에서는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밖에 나가서는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 많아 당황해서 숨죽어 지내기도 한다. 특히 부모가 모든 것을 해준 아이는 밖에 나가서도 ‘제2의 엄마’를 찾아다니는데, 자기보다 힘 있는 아이에게 집착하기도 한다. 이 박사는 “아이가 부모 앞에서 자기 의사를 표현하고, 협상도 가능하고, 의견 조율이 가능해야 한다”며 “사회성의 참고 문헌은 부모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모가 아이를 심리적으로 통제해도 아이가 밖에 나가 친구 관계에서 억눌려 있던 공격성을 표출하면서 폭력을 휘두르거나 독불장군처럼 굴고, 친구를 좌지우지하려고도 한다. 아이가 독불장군처럼 군다면, 부모가 ‘이것 안 하면 미워할 거야’ ‘이거 잘하면 사랑해줄 거야’라는 식의 메시지를 보내며, 아이를 자신의 뜻대로 쥐락펴락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는지 돌아보자. 내 마음대로 친구를 움직이고 싶어하는 것을 심리학적 용어로 ‘관계적 공격성’이라고 하는데, 부모에게 심리적 통제를 당한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이런 ‘관계적 공격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놀이 통해 소통과 배려 키울 수도

아이들에게 놀이 시간은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놀이를 통해 소통과 배려, 관계 맺는 법을 배우기 때문이다. 권오진 아빠학교 교장은 집에서 쉽게 시도할 수 있는 놀이를 소개했다. 과자 가위바위보 먹기 놀이와 계란판에 과자넣기 놀이다. 

과자 가위바위보 먹기 놀이는 가운데 과자를 풀어 놓고 가족이 둥글게 앉는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은 만세를 부른 뒤에 1개를 먹는다. 10번이 지나면 이제는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만세를 한다. 그리고 이긴 사람이 진 사람에게 과자 1개를 먹여준다. 받아먹는 사람은 “감사합니다”를 말한다.   

계란판에 과자넣기 놀이는 계란판을 가운데 놓은 뒤 가족이 둥글게 앉는다. 한 명씩 돌아가며 과자를 세며 빈 계란판 속에 과자를 넣는다. 마지막에 넣는 사람이 승자다. 모두 “이겼다”라고 박수를 치며 환호를 해준다. 그리고 승자는 일어나서 노래 부르기나 엉덩이로 이름 쓰기를 한다. 권 교장은 “부모가 아이에게 그저 말로만 양보해라, 사이좋게 지내라라고 하는 것보다 친구들과 놀 기회를 자주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며 “놀면서 아이들은 배려하고 소통하고 규칙을 지키고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을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교사 경력 경험을 바탕으로 25년 심리상담을 해온 이영민 서울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은 최근 펴낸 <부모가 함께 자라는 아이의 사회성 수업>에서 “친구 사귀기의 씨 뿌리는 시기는 36개월 이후부터”라며 “초등학교 저학년을 거쳐 꽃이 피어나고 이를 바탕으로 사춘기 때 자신에게 맞는 친구를 맞아 우정이라는 열매를 맺는데, 씨 뿌리고 꽃피는 시기가 늦어지면 사회성의 열매는 얻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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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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